- 제1부 제국의『저주』에 대하여 52023년 09월 20일 22시 50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왜 울고 계시죠?"
펠릭스는 그렇게 말하며 눈썹을 치켜세웠다.
이렇게 우는 모습을 보면 당황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티아나 님은 지금까지 제국이 '저주'로 인해 잃은 것을 생각하여 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이제야 눈물이 멈추기 시작했지만,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 루피노가 대답해 주었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상냥한 성녀님이십니다"
"...... 그렇군요."
루피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펠릭스도 그의 말을 믿었는지 조금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하, 내가 이 나라의 현실을 알고서 절망하여 울고 있는 줄로 알았던 거구나)
이런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눈물이라고 생각하여, 도망치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 같다.
"폐하께서는 무슨 일로 여기에?"
"일 때문에 마법의 탑에 들렀다가, 티아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상황을 보러 왔지요."
"그렇습니까. 지금은 제가 여러 가지 설명을 드리던 참입니다."
"루피노 님께서? 감사합니다."
"아니요."
(그건 그렇고, 펠릭스가 나 이외의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는 건 처음 봤어)
나와 마찬가지로, 루피노와 펠릭스는 별궁에 살면서 지위가 약했던 제3황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다. 그때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예전과 다름없는 점을 발견할 때마다, 역시 조금은 반갑다.
"그럼 저는 이만."
펠릭스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루피노를 바라보자, 그는 벌꿀색 눈동자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폐하와 사이가 좋지 않으신가요?"
"음....... 좋지는 않지만, 앞으로 좀 더 가까워지길 바라고 있어."
펠릭스는 루피노 앞에서 평소의 원만함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그는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니, 그를 믿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분명 괜찮을 겁니다, 당신이라면."
루피노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단언하길래, 정말 그런 생각이 든다.
"고마워. 그리고 울어서 미안해."
"아니요. 이 나라를 생각해 주셔서 그런 거니까요. 그리고 안심하세요. 사실은 며칠 전, 나이틀리 호수의 더러움이 완전히 정화되었으니까요."
"뭐?"
이야기를 들어보니, 놀랍게도 더러웠던 호수가 완전히 정화되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사건에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정말 기적이야. 하지만 정말 다행이다 ...... 그래서 다들 의욕이 넘쳤나 보네)
이번 일은 분명 큰 희망이 되었을 것이다.
나이틀리 호수가 정화된 원인을 규명하고, 다른 곳의 해결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참고로 백성들은 성녀인 당신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 그것은 뭐랄까, 우연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후후, 뭐 괜찮지 않습니까."
그 무렵의 나는 거의 죽을 뻔했던 것이다.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공로를 인정받게 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머지 세 곳 중 가장 가까운 곳은 어디일까?"
"여기서라면 붉은 동굴이군요. 말로 반나절이면 갈 수 있습니다."
지금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 번쯤은 '저주'를 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나도 동굴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데, 오염이 심하고 하지? 어느 정도까지 접근할 수 있을까?"
"제가 결계를 세우면 가장 깊숙한 곳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가보시려고요?"
"정말 그래도 괜찮아?"
"예. 성녀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니. 저도 돕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도움이라니,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루피노 10분의 1 이하인데......)
그래도 그가 함께라면 무엇보다도 든든하다. 보통은 나 같은 사람이 가서 뭘 알겠느냐고 생각할 텐데, 진지하게 대해주는 루피노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게다가 루피노가 함께라면 안전할 것이니, 분명 펠릭스에게 허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고마워! 하지만, 왜?"
"당신이라면 뭔가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역시 루피노는 내가 텅 빈 성녀라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그렇다면 오히려 미안해지네)
너무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것에 의구심과 미안함을 느끼면서, 그 후에도 『저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책을 몇 권 빌려서 내 방으로 돌아갔다.
◇◇◇
그리고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친 나는 약속된 시간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침실의 공용 공간으로 이동했다.
항상 내가 사용하는 것은 빨간색 마법진이지만, 오늘은 펠릭스의 방으로 이어지는 파란색 마법진 위에 섰다. 약간의 마력을 넣자마자 마법진은 곧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눈앞의 풍경이 바뀌면서 순식간에 펠릭스의 방으로 이동했다.
"...... 으음, 실례합니다."
"어서 오세요."
소파에 앉아 있는 펠릭스도 목욕을 마친 듯, 머리카락이 가라앉아 있으며 평소보다 조금 더 어려 보인다. 옷차림도 간소하게 차려입어서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건 그렇고 너무 삭막한 방이야)
흰색과 금색의 기조이지만, 황제의 침실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물건이 적고 가구도 심플한 것들뿐이다.
사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이 왠지 펠릭스답다고 생각하여 작은 미소를 지었다.
"들어오세요."
"네."
권유받은 소파에 앉자, 펠릭스가 직접 차를 끓여주려고 했다. 그래도 그에게 차를 끓여달라고 부탁하기엔 미안해서 내가 하겠다고 했다.
방에는 많은 찻잎이 놓여 있어서, 펠릭스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홍차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부 변한 줄로만 알았는데, 변하지 않은 부분도 많이 있구나)
"아, 오렌지 플라워로 해도 될까요?"
"...... 예, 부탁합니다"
이 찻잎은 잠을 잘 자지 못했던 어린 펠릭스에게 내가 늘 끓여주었던 것이다.
대답이 조금 늦어졌는데, 어쩌면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제 와서 그만두자니 귀찮아서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오렌지 플라워는 달콤한 꽃향기가 아주 좋지만, 맛은 밍밍하고 쓴맛이 있어서 다른 허브를 블렌딩해 조절한다.
(왠지 그립네. 애초에 왕국에서는 차를 마실 수 없었으니까)
그렇게 둘이 마실 차를 끓이고서, 찻잔 하나를 펠릭스의 앞에 놓는다. 자신의 몫을 마시자 은은하게 좋은 향이 나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맛있어. 오랜만에 마셔봤는데, 딱 좋아).
한편, 펠릭스는 잠시 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가 이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째서."
"네?"
그러자 펠릭스는 어째서인지, 몹시 놀란 듯한,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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