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에피소드 1-2(3)
    2023년 09월 11일 22시 42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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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모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 아리아드네지만, 그 정신은 사교계의 정점에 오른 붉은 장미다. 소년이 상대라면, 사소한 몸짓으로 사로잡는 정도는 별 일 아니다.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할게요."

    "...... 어? 아, 아니, 잠깐만."



     발걸음을 돌리자마자 팔을 꽉 잡혔다. 아리아드네는 그 고통에 얼굴을 찌푸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돌아보았다.



    "제게 무슨 일이세요?"

    "아, 아니, 그 ...... 나와 너는 가족이야. 혹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상담해."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약간의 부끄러움이 섞여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회귀 전의 대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흥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말하려던 대사였던 것 같다.



    (내가 가족에 대한 사랑에 굶주려 있다는 것을 알고 ...... 마음속으로 바보취급했겠지)



     그런데도 회귀 전의 아리아드네는 가족이라는 단어에 속아 넘어가 버렸다.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한 아리아드네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지크벨트 전하의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너무 과분한 말씀이세요."



     아리아드네는 그렇게 말하며 인사를 하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지크벨트가 다시 한번 팔을 잡아당겼다. 그것도 아까보다 더 거칠게.



    "잠깐만. 내가 가족이 되어 주겠다고 했는데 뭐가 그렇게 불만인 거야?"



    (어머, 생각보다 빨리 늑대의 가면이 벗겨질 것 같네)



     아리아드네가 알던 그는 좀 더 연기파였지만...... 이 무렵은 아직 미숙한 것 같다.



    (그런데도 이런 남자에게 속아 넘어가서 나는....... 정말 흑역사야)



    "이봐, 어떻게 하면 좋겠어?"

    "...... 지크벨트 전하의 말씀은 물론 기쁘게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그랑헤임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는 신분이니, 저를 가족이라고 부르는 것은 봐주세요."

    "뭐? 내가 좋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런 건 신경 쓰지 말라고....... 아아, 그렇구나. 여동생이 되는 게 싫은 거구나. 그럼 다른 관계라도 좋으니까."



     예를 들어 애인처럼ㅡㅡ이라고 말하려는 듯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온다.



    "...... 지크벨트 전하"



     아리아드네는 의식적으로 자신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후, 한 발짝 물러서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 저기, 이런 말을 드리기가 참 난감하지만...... 혈연으로 맺어진 형제자매는 결혼할 수 없는 거 아시죠? 혹시 모르시나요?"



     약간의 회귀 전의 보복. 하지만 그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가 지크벨트에게 극적인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그는 마치 원수라도 발견한 듯이 얼굴을 굳혔다.



    "너, 뭘 알고 있어?"



    (왜 저러지? 지금 대화에 그런 과민반응을 보일 만한 요소가 있었을까? 설마 정말로 이때의 그는, 남매가 결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걸까? ...... 음, 아니야)



     지크벨트의 반응은 모르는 것을 지적받아서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보일 법한 반응이 아니다. 좀 더 다른 것. 절대 들키면 안 되는 비밀을 들킨 것 같은 반응이다.



    "알고 있다니, 그게 무슨 뜻인가요?"

    "그것은 ......"



     되묻자, 지크벨트는 실수였다는 듯이 말을 흐렸다. 역시 지크벨트는 아리아드네가 모르는 중요한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더 알아봐야 할까? ...... 아니, 지금은 아직 정보가 너무 적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면 안 돼)



     섣불리 덤불을 쳤는데 마물이라도 튀어나오면 대처할 수 없다.



    "제가 무례한 말을 했다면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제가 그랑헤임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금지하신 분은 라파엘 폐하, 당신의 아버지세요."



     그래서 오빠라고 부를 수 없다는 대화로 되돌아간다. 지크벨트는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작게 숨을 내쉬었다.



    "아버지인가 ......"

    "네. 제가 그 약속을 어기면 지크벨트 전하께도 폐를 끼치게 되어요. 그러니 부디 봐주세요."

    "좋아. 지금은 그 말로 납득해 주지."



     지크벨트는 그렇게 말하고서 마침내 자리를 떠났다.



     일단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리아드네가 모르는 비밀이 있는 것 같다. 회귀 전을 생각해도, 그가 이제 와서 물러설 것 같지 않다.

     그를 따르면 파멸이고, 계속 거슬러도 파멸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리아드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실수는 반복하지 않아. 내가 함정에 빠뜨렸던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배상을. 그리고 나를 이용한 악랄한 사람들에게는 복수를. 회귀 전의 흑역사를 다시 써서, 파멸의 미래를 깨뜨려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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