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20 화 의혹의 시선
    2021년 01월 05일 23시 20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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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루나!"


     "아, 안녕, 루시아나."


     교실로 향하는 길에서 인사를 나누는 루나와 루시아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소짓는다.


     "교실까지 같이 가자."


     "그래, 물론이야. 그렇게 말해도, 자리도 옆이니까 계속 같이 있겠지만."


     "어라, 재미있어서 좋잖아."


     "후후후, 정말 그래."


     교실까지의 짧은 통로를 떠들썩하게 걷는 두 사람. 아침부터 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그래서 루나, 마법의 연습은 언제 할래? 시간을 합쳐보면 오후부터 할 수 있겠지만."


     "그렇네. 역시 오후 선택수업의 가수강을 어느 정도 쉴 수 밖에 없을 것 같으니.....어라?"


     "왜 그래? .......뭔가 저쪽이 소란스럽네."


     이제 곧 교실에 도착하려고 하는데, 1학년 A반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왠지 본 기억이 있는 광경에 루시아나는 준비하고 기다렸다.


     루시아나는 인파 속에서 친구의 모습을 발견했다.


     브라운색의 긴 생머리의 소녀, 동급생 페리안포르도르였다.


     긴 앞머리 때문에 눈동자를 볼 수는 없지만, 교실을 바라보는 표정은 좋은 말로도 괜찮다고는 할 수 없다.


     "안녕, 페리안. 무슨 일 있었어?"


     "아, 루시아나님......그게....."


     페리안의 시선을 따라가는 듯 두 사람을 교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며 놀란다.

     교실의 몇몇 책상과 의자가 굴러다니고, 내부도 흩날려 있었던 것이다. 특정한 자리만이 엉망진창이고, 다른 자리는 평소처럼 제대로 서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이 된 자리가 더욱 눈에 띄었다.

     그 중에는, 루시아나가 잘 아는 인물도 있었다.


     루시아나의 뒷자리인, 루키흐・게르만이다. 녹색 머리의 소년은, 어지럽혀진 자리 앞에 선 채로 미간에 주름을 만든 채 가만히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루키흐!"


     루시아나와 루나가 달려가자, 루키흐는 약간 놀란 듯 표정을 굳혔다.


     "안녕하세요, 루시아나님, 루나님."


     "아, 안녕. 하지만, 이거.....루나, 원래대로 되돌리자. 도와줘."


     "그, 그래, 알았어."


     "아니, 아직 그대로 두셨으면 해요."


     루키흐를 염려하는 루시아나였지만, 제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돌아보니 진지한 표정의 안네마리가 서 있다. 루키흐에게 신경을 빼앗겨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안네마리님. 하지만....."


     "저도 기분은 이해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치우기 전에 피해상황을 검사할 필요가 있는 거예요. 이미 학교 측이 수배중이니 게르만님에겐 죄송하지만, 당분간 이대로 두셨으면 해요."


     아무래도 현재 안네마리는, 학생회원으로서 이 자리를 맡고 있는 모양이다. 태자 크리스토퍼는 교직원이 있는 쪽으로 간 모양이다.


     "배려 감사합니다, 안네마리님. 전 괜찮습니다."


     루키흐는 공손히 답례하였다. 평소의 상냥한 미소를 띄우고 있지만, 루시아나는 그의 주먹이 꾸욱 쥐어져 있는 걸 눈치챘다.


     '교실이 엉망진창으로 되어버렸었는데 또 그런......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어머, 이건 무슨 소란인가요?"


     당혹해하는 루시아나의 등 뒤에서 차가운 소리가 들렸다. 올리비아가 등교해 온 것이다.


     "평안하셨나요, 올리비아님."


     "평안하셨나요, 안네마리님. 그보다, 정말 평안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이와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안네마리가 경과를 설명하자, 올리비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교실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한순간, 루시아나와 눈이 마주친다. 흐르는 것처럼 잠깐 이었지만, 루시아나는 정말 희미한 한기를 느꼈다.


     '뭐, 뭐지, 지금......'


     기분 탓인 걸까. 올리비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안네마리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럼, 오늘도 다른 방을 교실로 하고서 수업을 하는 걸로 괜찮을까요."


     "네,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하네요."


     "정말 곤란하네요. 도대체 누가 무엇 위해 이런 민폐스러운 일을 하는 걸까나."


     "아쉽지만, 지금은 범인에 관한 정보는 모르겠네요."


     ".....정말로 그럴까요?"


     올리비아가 의미심장한 분위기로 눈을 가늘게 하였다. 안네마리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무슨 의미인가요?"


     "전에는 교실 전체가 대상이었지만, 이번엔 특정 학생의 자리만 어지럽혀진걸요. 뭔가 범인에 연결될 가능성이나 뭔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올리비아에게 영향을 받은 듯이 루시아나 일행은 교실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루시아나로서는 그 공통점이라는 걸 찾을 수 없었다.


     "ㅡㅡ아."


     "루나? 뭔가 알았어?"


     "어, 아, 응. 하지만, 대단한 일은......"


     "틀렸어도 상관없사와요. 가르쳐 주시겠나요."


     당혹해하는 루나였지만 울리비아에게 추궁당하자, 그녀는 쭈뼛거리면서 떠오른 답을 입에 담았다.


     "책상이 어질러진 사람은 모두, 평민이구나 하고....그, 성적이 우수한."


     "성적이 우수한 평민? 듣고 보니....."


     피해가 난 학생은 다섯 명. 확실히 그들은 전의 중간시험에서, 1학년 중에 30위 이내에 들어간 성적우수자다. 그 중에서도 루키흐는 전교 8등으로, 실은 루나보다도 성적이 좋았.......지만.


     "하지만, 그럼 페리안도 대상에 들어가야 하지 않아?"


     루나의 대답에 루시아나가 반론을 한다. 소침한 성격의 페리안이지만, 평민 중에서는 루키흐 다음의 성적을 얻었다. 하지만, 그녀의 책상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건 그, 아마도......"


     루나는 주저하듯이 루키흐와 다른 피해를 당한 학생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뭔가 말하기 꺼려지는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하는 루시아나였지만, 루키흐가 재빠르게 그 의미를 깨달았다.


     "다시 말해, 피해자의 공통점은 '평민' 이고 '성적우수' .......에 더해 '부자' 인 집안 사람입니까."


     "부, 분명 저희 집은 부자가 아니네요....."


     페리안이 부끄러운 듯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루나는 그걸 말하기 꺼려졌던 모양이다.


     "만일 그게 이유라면, 범인의 범행동기는ㅡㅡ질투려나?"


     올리비아는 가슴가에서 부채를 꺼내 들고 살짝 입가를 가렸다. 그리고 다시금 교실 안을 주욱 둘러보고, 역시 한순간만 예리한 시선을 루시아나와 마주 친다. 루시아나는 등줄기가 쭈뼛거렸다.


     "저기, 하지만, 반드시 그럴 거라고는......"


     "하지만, 그럴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지요?"


     자신의 발언이 원인이 되어 범인의 프로파일링이 시작되고 만 것 때문에 루나는 주눅이 든 모양이다. 어떻게든 반론해보려 하지만, 공작영애다운 위엄있는 분위기가 그 말을 막아낸다.


     "신분이 낮은 평민임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좋고 경제력도 있는 학생. 평민이어도 귀족이어도 제각각의 입장에서 질투의 대상이 될 거라는 건 틀림없사와요. 물론, 그것이 이런 꼴을 당해도 되는 이유는 되지 않지만. .....그래도, 범인이 특히 마음에 안 들어하는 건 경제력 쪽 아닐까요? 성적이 우수한 평민이면서도 대상이 아닌 애가 있으니까요."


     "히익!"


     올리비아가 흘기는 눈을 보고 페리안이 작은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이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다시금 루시아나에게 예리한 시선을 보낸다.


     여기까지 와서, 루시아나도 이제야 한 가지 사실을 인식하였다.


     '올리비아님. 혹시, 날 의심하는 걸까.......?'


     물론 루시아나 자신은 범인이 아니지만, 올리비아의 태도는 그렇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올리비아의 모습을, 안네마리는 조용히 관찰하였다.


     '루시아나가 범인이라고 오인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하지만, 게임에서의 루시아나는 성격 상 그런 짓은 하지 않았는데..... 지금 단계에선 누가 '질투의 마녀' 인지 판단할 수 없어. 어쨌든, 지금은 이 자리를 수습해야... 어라?'


     앞으로 나서려던 안네마리는 뭔가 부드러운 물건을 밟았다.



     발을 치우고 그걸 들어올리자, 그것은 한 장의 손수건이었는데ㅡㅡ.


     

     "어라? 그거, 제 손수건?"


     "네? 루시아나 씨의?"


     "예. 며칠 전에 잃어서 찾고 있어요. 하지만, 어째서 이런 곳에......"


     "......비슷한 대사를 며칠 전에도 들은 기억이 있사와요."


     "네?"


     올리비아의 말을 시작으로, 교실 내외에서 루시아나에게로 시선이 모여들었다. 의혹의 시선이.



     

     '저질러버렸다! 게임에서 히로인이 의심받는 포석을 내가 연기하게 되다니!'


     


     그 때,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루틀버그 가문의 별명 '빈곤귀족' 을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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