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16 화 살며시 다가오는 질투의 그림자
    2021년 01월 05일 11시 56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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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93/





     마이카의 첫 일에 대한 평가는 아쉽게도 불합격이었다. 잘한 곳은 칭찬해 줬지만, 유감스럽게도 불충분한 부분이 많았던 것이다. 자기는 제대로 하려는 생각으로 했던 만큼, 마이카의 낙담은 컸다.


     "후후후, 메이드의 일은 간단해 보이면서 정말 어렵다는 걸 알았겠지요. 풀 죽지 말고 정진하도록 해요. 아직 첫날이니, 이제부터 잘해나간다면 돼요."


     "예, 옛! 감사합니다, 세레나 선배!"


     "........그쪽도 빨리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후배를 달래며 키우려 하는 세레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부활동의 동경하는 선배같아서, 마이카는 선배로 부르는 습관을 꽤 고치기 힘들었다. 세레나는 곤란하다는 듯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앗 하는 사이 3일이 지났다. 이날 무슨 일이 있었냐면......


     "이제부터 저택에 아가씨가 돌아오나요?"


     오늘은 멜로디와 루시아나의 학교생활 2주 6일 차 저녁. 내일은 학교를 쉬기 때문에, 멜로디와 루시아나가 저택에 돌아오는 날이었다.


     "네, 루시아나 아가씨께서 돌아오십니다. 지도에 열중하다 보니 전달하는 걸 잊고 있었네요. 미안해요."


     "그건 괜찮아요. 근데, 루시아나 아가씨인가요....음?"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억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가씨를 모시는 메이드인 멜로디 언니도 돌아오네요."


     "멜로디 언니? 세레나 씨의 언니인가요?"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언니입니다. 지금은 아가씨의 첫 학교생활을 돕고 있기 때문에 저택을 벗어났긴 해도, 당가의 메이드 중 최고는 멜로디 언니예요."


     "세레나 씨가 아니었나요? 그 멜로디란 분은 얼마나 대단한 메이드인 건가요?"


     "후후후, 저 따윈 발치에도 못 따라가요. 당신의 일은 편지로 전달해 놓았으니, 루시아나 아가씨께는 물론, 멜로디 언니에게도 가르친 대로의 예의범절로 인사해주세요."


     '아니아니아니, 이보다 대단하다니 어느 정도인 거야!? 이 세계의 메이드, 허들이 너무 높잖아!'


     경악과 긴장 속에서, 백작부부를 포함한 네 명의 마중을 받으며 루시아나 일행이 저택으로 귀환했다.

     루시아나는 부모에게 귀환의 인사를 하고 나서, 다음으로 마이카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이 아이가 새로운 견습메이드?"


     "예, 아가씨. 견습메이드인 마이카라고 합니다. 마이카 씨, 아가씨에게 인사를."


     "처, 처음 뵙겠습니다. 얼마 전부터 견습으로서 신세를 지고 있는, 마이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루시아나 아가씨."


     약간 미더웠지만, 마이카는 루시아나에게 살짝 카테시를 해보였다. 루시아나는 싱긋 미소지으며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해." 라며 상냥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우와, 정말 고운 애다. 이 아이도 게임 캐릭터였나? 루시아나루틀버그는 어딘가에서 들어본 기억이 있는데, 하지만 이런 느낌의 캐릭터가 있었나?'


     실제로 얼굴을 보아도 역시 기억과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름은 들은 느낌이 나는데.


     '앗차, 이런. 세레나 씨한테서 멜로디 언니에게도 제대로 인사하라고 들었지. 그렇게 되면, 루시아나 언니의 뒷편에 서 있는 그녀가 그렇구.....나......어?'


     "멜로디 언니, 이 아이가 견습메이드인 마이카예요. 마이카 씨, 언니에게도 인사를......마이카 씨?"


     마이카는 입을 떠억 벌린 채 눈앞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흑발, 흑안........그래, 그 때, 내가 본 것은.......'


     안개가 낀 듯한 할머니 시절의, 이 세계에 오기 직전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손녀딸이 보여준 리메이크 판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의 팬북. 그곳에 게재되어 있던 당시의 일러스트레이터의 미공개 일러스트.



     하지만, 그곳에 그려져 있던 것은 그녀가 아는 히로인의 모습이 아니라ㅡㅡ.



     '어째서인지 머리도 눈도 검은 색이고, 드레스가 아닌 메이드복을 입고 있어서......본 적도 없는 금발 미소녀에게 홍차를 따라주고 있었는데......'


     어째서 그런 일러스트가 있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나. 팬북에서는, 아마 초기 단계에 채택되지 못한 기획이 아닐까 하고 쓰여져 있었는데, 그것은 지금의 마이카로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처음 뵙겠어요, 마이카. 저도 이 저택의 메이드를 하고 있는 멜로디라고 해요. 이제부터 같이 힘내봐요!"


     눈동자의 색, 머리의 색은 달라도, 얼굴에 가득한 미소는 그야말로 마이카가 중학생시절에 몰두했었던 여성향 게임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의 히로인, 세실리아레긴바스가 해피엔딩에서 짓고 있던 표정 그 자체여서ㅡㅡ.



     '어, 어, 어, 어째서 여기에 히로인이 있는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절규를 마음 속에만 담아둔 그녀를 칭찬해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후, 마이카는 멜로디를 따라서 하루 종일 연수를 받게 되었는데....이제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멜로디의 천연덕한 이상함을 이해하고 마는 것이었다.


     '아아, 응. 틀림없이 이 애가 히로인이다......시나리오 초반인데도 성녀의 마력을 완전히 다루고 있어. .......메이드 파워에 집중적으로 쓰고 있지만, 하하하.'


     드디어 나타난 제대로 된 후배에 흥분한 멜로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자중하지 않고 행사하는 메이드 마법의 여러 가지를 선보이자, 마이카의 입에서는 건조한 웃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히로인이 이런 곳에 있다니, 게임 시나리오는 괜찮으려나?'


     마이카의 의문에 대답할 수 있는 자는, 이 세계에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마이카의 불안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이야기는 움직인다.......




     휴일이 끝나자, 멜로디와 루시아나는 다시금 학교로.


     멜로디와 헤어진 루시아나는 그대로 학사로 가서, 교실로 향한다.

     그 도중에 안뜰에 있는 통로를 따라서 있는 벤치에 본 일이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태자전하, 맥스웰님."


     "오. 안녕, 루시아나 양."


     두 사람은 일어서서 루시아나에게 다가왔다. 그 손에는 뭔가의 서류 다발이 있다.


     "이런 이른 아침부터 일인가요?"


     "학생회의 일로 조금. 교실에 향하기 전에 가벼운 조정을 하고 있던 참이지."


     "어머, 이거 실례했어요. 바쁘신데 방해를 해버렸네요."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슬슬 우리들도 교실에 가야 할 시간이니."


     인사를 해서 민폐를 끼쳤다고 불안해 하는 루시아나에게, 맥스웰이 싱긋 미소짓는다.


     "가벼운 조정이라고는 해도 이런 장소에서 해야 하다니, 정말 바쁜 모양이네요."


     "그래. 덕분에 같은 반인데도 너와 말할 기회를 그리 잡을 수 없어서 정말 아쉽군."


     "어머, 전하도 참. 후후후."


     미소를 지으며 대화하는 세 미남미녀. 옆에서 보면 얼마나 흐뭇한 광경인가. 사정을 모르는 자가 본다면, 정말 친근하게 보일 것이다.

     사이는 그리 나쁘진 않지만, 사실 그들은 아직 지인과 친구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다. 세 명의 어조를 들으면 그것은 확실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사실도, 통로의 그림자에서 그들을 보는 그녀에게는 관계 없었다.


     ".........."


     그녀의 시선은, 두 미소년에게 미소를 보내는 루시아나를 향하고ㅡㅡ.


     "......"


     소녀는 그 생각을 일절 말로 내비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른손의 주먹을 꾸욱 하고 강하게 쥐고 있다.

     그것 만으로, 그녀가 무엇을 견디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자, 조금 지나서 루시아나 일행이 교실로 향해서 걸어갔다. 그것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녀는 작게 탄식한다.



     그리고 자신도 걸어나가려 하자ㅡㅡ.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질투' 의 마음]


     "어ㅡㅡ"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돌아보려던 순간, 등 뒤에 충격이 온다. 그리고, 검은 안개같은 검신이 그녀의 가슴을 꿰뚫는다는 경악스러운 광경을 목격했다.


     "어? 아? ...............어?"


     아프지는 않다. 하지만, 눈동자에 비치는 모습은 명백하게 자신의 죽음을 예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뭔가 검은 것이 그녀의 안으로 침투해가는 이상한 감각에 휩싸였다.


     '아아, 누가.....누가.......'


     도와줘ㅡㅡ라고 생각했지만, 물론 도움 따윈 없다. 그리고, 마음이 어둠에 사로잡혀간다



     이 얼마나 불합리한가. 정말 불쌍한 나. 하지만, 그 애라면,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 틀림없어.....



     [흐흐흐. 틀렸다고는 알고 있어도 멈출 수 없는 비뚤어진 마음이여! 하하하하하]


     등 뒤에서 조소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고, 마음이 진정되는 와중에, 소녀는 딱딱한 움직임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눈썹을 약간 휘둥그레 한다.


     "다, 당신......."


     [그렇기 때문에, 나의 장기말에 적합하다!]


     덥수룩하게 잘린 보라색 머리에, 학교에 들어오기엔 어울리지 않는 누더기를 걸친 자그마한 체형. 2개월이 지났어도 그 인상적인 모습은 그렇게 간단히는 잊혀지지 않는다.

     봄의 무도회를 습격했던 소년, 뷰크킷셀은, 마치 억지로 짓는 것 같은 뒤틀린 미소를 띄우면서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한 방울의 눈물이 흐른다. 마치 그것이, 그녀의 마음에 남은 최후의 양심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뷰크의 볼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던 것은, 뷰크 자신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남몰래, 여성향 게임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의 중간보스 '질투의 마녀' 가 탄생하였다.








     그 날 심야.


     누구나 잠들어 조용해진 무렵, 왕립학교의 하늘에 비가 내렸다.


     시간으로는 불과 몇 분.


     아마 그것에 눈치챈 자는 없을 것이다.


     쿨쿨 자고 있던 멜로디도 눈치채지 못했다.




     사악한 마력이 담긴 검은 비가 내린 것을 눈치챈 것은ㅡㅡ그 몸의 동질의 마력이 깃든, 백은의 강아지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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