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 에필로그라는 이름의 프롤로그2020년 12월 30일 17시 32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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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이 피어나고, 온화한 햇살과 상쾌한 바람이 기분좋은 계절, 봄.
무도회 습격사건으로부터 1주일이 지난 날의 오후, 태자 크리스토퍼와 후작영애 안네마리는, 왕성의 정원에서 다과회라는 이름의 작전회의를 하고 있었......지만......
""......하아""
두 사람은 크게 한숨을 쉴 뿐이었고, 그렇다 할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짓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우리 행동 때문에 시나리오가 어긋났을 줄이야....."
이게 몇 번째일까. 크리스토퍼가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제 와서 말해도 어쩔 수 없잖아. 실제로 배드엔딩 대책을 위해선 필요했었으니."
"아니, 뭐, 그렇지만 말이지. 뭐라고 하더라? 이런 헛도는 느낌은?"
".......말하고 싶은 뜻은 알겠어."
봄의 화창한 오후에 걸맞는 달관의 한숨이 정원에 울린다.
"하지만, 슬슬 이 쓸데없는 반성회는 그만두자. 좀 더 건설적인 이야기를 해야 돼."
"건설적이라고 해도 말이야...."
"후회를 언제까지나 해도 쓸데는 없어. 중요한 건 미래야, 미래. 확실히 우리들의 행동은 게임의 시나리오에 예상 이상으로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말았어. 하지만 나쁜 일만 생긴 건 아니었을 거야."
먼저, 그들의 목적대로 배드엔딩 대책으로서의 국력증강은 분명히 성공하였다. 상업적으로 성장한 것 덕분에 제국 이외의 주변국과의 관계도 양호하다. 언젠가 마왕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었을 때, 원군의 의뢰를 하기 쉬워지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비운의 죽음을 맞이했을 터였던 루시아나의 운명을 바꾼 것은, 근본적으로 정기마차편의 덕분이다. 시나리오대로는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게임과 마찬가지로 불행해져야 좋았다는 생각은 아니다.
"뭐, 그렇게 말하면 그렇겠네. 루시아나가 죽는 건 정말 사양이니까."
"그래, 그런 미소녀가 죽어버리다니 세계적인 손실이야! 학교가 시작되면 더 친해질 거니까!"
"그거 좋아! 이왕이면 내 혼약자후보로 삼아도....."
"어라? 너, 소꿉친구며 친구인 맥스웰한테서 루시아나를 빼앗을 셈? 흐~응......이길 수 있겠어? 너 같은 겉치레 왕자가?"
"아차! 진짜 귀공자가 상대면 승산이 없잖아!"
일주일이 걸리니 이제야 마음이 진정된 모양이다. 두 사람은 기운을 되찾았다.
"그런 이유로, 다음의 대책에 대해서 말인데.... '그거' 어쩔 거야? 시나리오에서 너무 벗어나 버렸지만."
안네마리의 시선이, 여기선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향했다ㅡㅡ왕립학교 쪽이다.
"아, 그거인가. 아바마마께 불필요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전혀 들어주시지 않는단 말이지."
"음~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완전히 시나리오를 무시하네."
이제야 마음을 다잡은 두 사람이었지만, 이번 다과회는 다시금 커다란 한숨으로 막을 내렸다.
◆◆◆
"네? 왕립학교가 완전 기숙사제로 된다구요?"
"그래, 원래 자택에서 통학하는 게 기본이었지만, 앞선 습격사건을 기회로 학교의 안전성을 고려해서 완전 기숙사제로 할 모양이다. 지금 기숙사를 급히 건설 중이라는 모양이던데. 학교가 재개되려면 2개월 후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마 슬슬 모든 학생에게 통지가 도달했겠지."
왕도의 대로를 걷고 있는 멜로디와, 그녀가 시장에서 구입한 식품 등의 짐을 들어주고 있는 렉트 두 사람이었다. 멜로디가 시장에서 장보기를 끝냈을 때, 우연히 렉트와 만나서 짐을 들어주는 것이다.
......참고로, 우연히라고 생각하는 건 멜로디 뿐이다.
"오, 그럼 거기에 맞춰서 준비를 해야겠네요. 가르쳐주셔서 감사해요."
"아니, 어차피 바로 전해질 테니까 대단한 일은 아니다."
가벼운 잡담을 하면서 두 사람은 걸었다.....이 일주일 간, 렉트는 계속 고민하였다.
".....멜로디, 하나 묻고 싶은데....."
"예, 뭔가요?"
아무 일도 안 할 수는 없다. 렉트는 멜로디에게 질문했다.
"......넌 계속 메이드로 살아갈 셈인가? 그, 예를 들자면 말이다, 메이드가 아니라 귀족의 영애같은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나? 귀족이라면 메이드는 무리겠지만, 왕성에서 시녀로 지내는 것은 가능하고, 누구를 모시는 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 렉트가 찾아낸 자그마한 가능성. 백작에게 사실을 전하면서 멜로디의 소원을 부수지 않는 작은 의망. 그것이, 시녀라는 직업이었다.
"음~ 생각해본 일이 없네요. 전 메이드 쪽이 성미에 맞아요."
너무나 쉽게 그 희망은 좌절되고 말았다.
"어째서? 모시는 일이라는 의미로는 메이드나 시녀나 마찬가지잖아? 그리고, 귀족영애로서 아무 불편없는 생활도 가능하니, 그쪽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음, 시녀가 싫은 건 아니에요. 그건 그거대로 흥미가 있어요. 하지만, 시녀와 메이드의 일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일이에요. 그렇네요......기사와 병사 정도로 틀려요."
"으....."
그렇게 들으면 부정할 수 없는 렉트였다. 기사인 그가 보자면, 기사와 병사는 일의 내용과 역할이 전혀 다르다. 평민이 보기엔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전혀 틀린 것이다.
"그리고 전, 돌아가신 어머니께 맹세했어요.....메이드가 되겠다고. 그리고 될 거라면, 세계 제일로 멋진 메이드가 될 거예요. 그를 위해선 더더욱 노력해야 해요!"
반짝거리는 보석같은 눈동자가, 렉트를 매료시킨다....이 눈동자를 계속 보고 싶다.
".......그런가. 세계 제일의 메이드가 되면 좋겠구나."
"네, 되어 보이겠어요! 어라? 하지만 세계 제일의 메이드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요?"
진심으로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 멜로디를 보고, 렉트는 눈꼬리를 내리며 웃고 만다.
'.....사랑은 반해버리는 쪽이 지는 거라는 말은 사실인 듯 하구나. 죄송합니다, 각하. 조금만 더, 아가씨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렉트의 답은 정해진 모양이다.
◆◆◆
"돌아왔습니다."
"아, 어서 와, 멜로디! 들어봐! 학교가 완전 기숙사제로 된대!"
렉트와 헤어져서 저택으로 돌아온 멜로디의 앞에 루시아나가 돌진해온다.
"꺄아아아아! 아가씨, 짐이 떨어져요! 떨어지세요!"
"아, 미안미안. 약간 흥분해버렸네."
"휴, 자칫하면 모처럼 산 알이 깨질 뻔했다구요. 네, 방금 렉트 씨께서 말씀해주셔서 알고 있어요. 드레스와 다른 것도 준비가 필요하겠네요."
"맞아! 그래서 말야, 멜로디. 너도 함께 학교에 가게 되었어!"
"네? 제가요?"
"그래! 하인은 몇 명 동행시켜도 된대. 우리 저택엔 너밖에 없으니까 멜로디가 같이 와줬으면 해."
"그건 상관없지만, 그렇게 되면 이 저택은 어떻게 하나요? 분신을 놓아둘까요?"
"그, 내가 태자전하를 감쌌을 때 포상이 나왔잖아? 그걸로 우리한테도 여유가 생겼으니까 하인을 조금 고용할 수 있다고 해. 여긴 그 사람들에게 맡기고 싶어. 하, 하지만 바로는 찾을 수 없을 테니까, 당분간은 분신을 놓아두면 좋겠다고 말했었나."
"그런가요. 알겠어요. 그런 일이라면 문제 없겠네요. 함께 가도록 할게요."
"응, 2개월 후가 기대되네!"
"예, 아가씨."
게임에선, 왕립학교에 완전 기숙사제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2개월 후, 전부 다시 고친 후 새로운 학교생활이 시작된다. 그것은, 어떤 미래로 이어질 것인가.
◆◆◆
왕도 가장자리의 몇 곳에는, 유감스럽게도 빈민가가 존재한다.
그런 빈민가 중에서도 특히 어두운 곳에, 한 소년이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그늘에 숨듯이 웅크린 소년의 손에는, 무참하게 부러진 한 자루의 검이 쥐어져 있다.
어째서일까.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다. 부러진 검의 단면에서 약간 흘러나오는, 어둠에ㅡㅡ.
여성향 게임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는....이제 시작한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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