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47 화 꿈과 기상과 핑거스냅
    2020년 12월 30일 05시 44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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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49/


     ※ 우리나라는 자정이 지나면 다음날이라고 인식하는데, 일본은 다음날이라고 인식하는 범위가 약간 다름. 예) 한국의 토요일 02시를 일본에선 금요일 26시라고 함





     울창한 숲 속ㅡㅡ멜로디는 여기가 꿈 속이라고 이해했다.

     무성한 나무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머리 위에는 나뭇잎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있다.


     하지만, 멜로디의 오감은 바람의 감각과 햇빛의 따스함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마치 의식만이 숲을 방황하고 있는 모양이어서.....그래서, 여긴 꿈 속이라고 판단했다.


     ㅡㅡ여긴 어딜까?  멜로디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그렇게 생각하였다.


     꿈이란, 자기가 과거에 듣고 보았던 경험과 기억을 정리하는 행위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그렇다는 말은, 이 숲은 최근 멜로디가 식량조달에 이용하고 있는 그 숲인 걸까.


     실제 숲보다도 녹색이 선명하고, 빛이 눈부시다.....뭔가 미화되지 않았나?

     마치 동화나 신화에 등장하는 성스러운 숲같다고 생각하면서 걷고 있자, 열려진 장소에 도착하였다.


     그곳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아름다운 은발이 소녀가 나무를 기대고 우아하게 앉아있었다.

     커다란 은색 털의 늑대가, 소녀의 무릎에 머리를 올려놓고 잠을 자고 있다.


     잘 보면 그 늑대, 귀과 꼬리, 발치의 털은 검어서, 완전한 은색은 아니다.

     늑대의 옆에 늑대가 또 한 마리.....아니, 비슷하긴 하지만, 개?

     이쪽은 완전히 은색이었는데, 강아지는 늑대에 달라붙어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잠을 자고 있다.

     강아지는 늑대를 꽤 따르는 모양이다.


     .......그보다 저거, 조금 전 잠들었던 강아지 아냐? 라며 의아해하고 있자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고마워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소녀의 입술은,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소녀의 입술이 다시 움직인다.


     [당신은 마왕과 싸우기를 맹세한 저로서는 불가능했던, 성녀의 진정한 역할을 완수하였습니다. 마왕에게 치유의 잠을 선사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멜로디는 고개를 갸웃하였다. 마왕이니 성녀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야.....?


     [마왕ㅡㅡ마장의 왕은 어둠의 그릇. 세계의 순환에서 벗어나고 만 가엾은 어둠의 마력의 수용체. 마왕이 없었다면 세계에 마장이 확산되어서, 그것은 이윽고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게 되었을 거예요. 성녀ㅡㅡ성스러운 빛이 깃든 소녀의 역할은,  본디 마왕에게 모여든 어둠의 마력을 치유하고, 정화하고, 세계에 환원시키는 것이었는데......]


     마왕을 잃자, 이윽고 세계에 마물과 마경의 땅이 나타나게 되어서야 저는 이제야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길고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저희들에게 힘을 부여해준 '무언가' 도, 마왕 자신조차도, 서로의 진정한 역할을 잊고 말았던 것이었네요ㅡㅡ라며, 소녀는 슬픈 듯이 미소지었다.


     [......당신이 제가 남긴 수기를 손에 넣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걸 참고로 마왕과 싸우는 걸 선택했더라면 분명, 당신은 저와 같은 실수를 범했겠지요]


     ㅡㅡ수기? 이 사람의? 그리고 실수라니......무슨 말?

     멜로디에겐 짐작되는 부분이 없었다.


     마왕을 치유하려면 거짓없는 자비의 마음이 필요하지만, 만일 수기를 읽었다면 적어도 적대심이 생겼을 거예요, 라고 소녀는 말하였다.


     [치유되지 않은 채 그릇이 넘칠 정도로 어둠의 마력이 가득 찼던 마왕은, 확실히 세계에 해를 끼치는 존재로 거듭났습니다. .....당신 정도의 힘이 있었다면 분명, 마왕을 없애는 것도 가능했겠지요. 그리고 세계에 일시적인 평화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건, 그릇을 영구히 잃은 것을 의미하고, 언젠가 세상은 마장으로 채워지게 되었겠지요.....]


     마치 모르는 게임이나 소설의 해설을 들은 것과 같다고 멜로디는 생각했다.


     듣도 보도 못한 여자가 잘 모르는 일로 감사를 하고 있는데, 난 도대체 무슨 기억을 정리해서 이런 꿈을 꾸고 있는 걸까 하고 멜로디는 약간 진지하게 고민하였지만, 갑자기 소녀의 몸이 희뿌연 빛을 발하면서 투명해지기 시작한 걸 보자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놀라는 멜로디와는 대조적으로, 소녀는 미소짓는 채다.

     늑대의 머리를 무릎에서 떼어놓고, 소녀는 늑대의 검은 귀 끝을 살짝 어루만졌다.

     그러자 귀 끝에 작은 빛이 피어나고, 검은 털이 은색으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그 대가라는 듯이 소녀의 손끝이 더욱 투명해진다.....저건 도대체.....?


     [당신의 놀랄만큼 강대한 마력에 닿아서, 봉인의 힘에 깃들어있던 '저' 라고 하는 사념이, 이렇게 구현되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약간은 성녀의 역할을 해낼 수 있었네요....부서져 가는, 얼마 남지 않은 힘을 전부 써도 모든 어둠을 씻어내진 못했지만요]


     앞일은 당신에게, 진정한 성녀에게 부탁할게요, 세레스티ㅡㅡ라며, 소녀는 미소지었다.


     여긴 자신의 기억을 정리하기 위한 꿈 속. 눈 앞의 소녀가 멜로디의 진정한 이름을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듣게 된 바람에 동요하고 말았다.


     그 자리에 서 있는 채로 당황하는 멜로디의 모습이 이상했는지 소녀는 잠시 놀란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다가, 입가를 가리며 쿡 하며 웃었다.


     [세레스티는 귀엽네요.....만일 이 세계가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한다면, 분명 당신같은 사람이 히로인으로 선택되었겠지요. .....다시금 감사를 표할게요, 성녀 세레스티. 세계의 마력의 순환을 관장하는 마왕의 대척이여, 자신의 의지로, 성녀의 진정한 사명에 도달한 당신을 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언젠가 마왕의 혼이 치유되어 부활할 때, 세계는 다시금 마물이 없는 평온한 세계를 되찾게 되겠지요. 부디, 이제부터도 자부심을 갖고 성녀의 역할을 다해주세요]


     소녀는 그야말로 성녀에 걸맞는 미소를 띄우며, 잠시 후 빛의 거품이 되어서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남은 것은,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밑에서 조용히 잠을 자고 있는 백은의 늑대와 강아지 뿐이었는데......소녀가 사라진 일에 전혀 신경쓰는 기색이 없었고, 멜로디는 그것이 왠지 쓸쓸하게 느껴졌다.......


     ㅡㅡ그렇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 그녀에겐 큰 소리로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히로인? 성녀? 뭔가요, 그건? 전 어느 쪽도 아니에요! 전 루틀버그 가문을 모시는 메이드. 올 워크스 메이드인 멜로디예요!"



    ◆◆◆



     정신을 차리자 그곳은 하인식당이었다.

     멜로디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가슴을 크게 폈다.


     "ㅡㅡ어라?"


     메이드라는 것은 꽤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어째서 지금 그걸 드높게 단언해버린 것일까, 라며 멜로디는 고개를 갸웃하였다.

     

     어느 사이엔가 잠들고, 꿈이라도 꾸었던 걸까......하지만,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나, 뭐하고 있었더라......?


     "왈, 왈!"


     "아, 너도 깨어났구나."


     테이블의 바구니에서 강아지를 들어올린다. 밥을 배불리 먹고 잠들었던 강아지는 일어나 있었다. 꽤 기운을 차린 듯 꼬리를 팔랑거리며 멜로디를 바라보고 있다.


     "상태는 좋아보이네, 다행이야. 털의 결도 예쁘게 되어서ㅡㅡ어라? 너, 전신이 은색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쪽 귀와 꼬리, 발끝의 털은 검은 색이었네."


     욕조에 넣었을 땐 온몸이 은색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잘못 봤던 걸까. 뭐, 어젯밤의 하인식당은 달빛뿐이었고 조명은 켜지 않았으니 놓쳐버렸을지도 모른다.....어젯밤?


     멜로디는 거기서 이제야 방안이 밝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살짝 창문 쪽을 돌아보자ㅡㅡ하인 식당의 창에서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다시 말해, 아침.


     "마, 마, 마주우우우우우우웅!"


     "끼잉!?"


     심야에 돌아올 터인 주인 가족을 내버려두고, 아침까지 자고 말았다. 이 무슨 실태람!


     무심코 강아지를 놓아두고, 멜로디는 2층으로 서둘러 올라갔다.

     하지만 그곳에 루시아나의 모습은 없었다.

     그것 뿐인가, 저택 안 어디를 찾아봐도 누구도 발견할 수 없다.


     "어째서......설마,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나?"


     안 좋은 예감이 들어서, 멜로디의 얼굴에 식은땀이 솟아나왔다.


     "이, 일단 마차가 돌아오지 않았나 확인해야 해."


     멜로디는 달렸다. 마차가 돌아온다면 정면 현관에서다.


     초조한 멜로디가 현관의 문을 열자ㅡㅡ쿵!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지금, 뭔가가 문에 부딪힌 것 같은....누구신가요!?"


     그러자, 본 적 없는 남자가 문 밖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현관 앞에서 잠들어 버려서 열린 문에 머리를 부딪힌 모양이다. 맞은 부분이 나빴던 건지 남자는 양팔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저, 저기, 누구신가요?"


     "으윽.....여, 여긴 루틀버그 백작가의 저택이, 틀림없습, 니까.....?"


     "예, 그런데요....."


     남자는 웅크린 채로 가슴에서 신분증을 꺼내고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왕성의 위병인 모양이다.

     그리고, 멜로디는 남자가 한 내용에 경악하여 소리를 내었다,


     "아가씨께서 무도회에서 쓰러지셨다구요!? 도대체 어느 무렵이었나요!?"


     "어젯밤 무도회가 폐회될 무렵에......그래서, 수발을 들게 메이드를 불러줬으면 한다는 루틀버그 백작님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런 중요한 일, 왜 어젯밤에 알려주시지 않았나요!"


     "아니, 그게......정신을 차리고 보니 잠들었던 모양이라......"


     "변명하실 거라면 좀 더 제대로 된 걸로 하시지 그래요!? 직무태만이라구요! 정말!"


     서둘러 준비한 멜로디는 위병의 마차에 타서 왕성으로 향했는데, 그 전에ㅡㅡ.


     "왜 마부 씨까지 잠든 건가요! 그리고 말까지!? 일어나세요!"


     마부도 말도 정말 행복한 듯한 얼굴로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좋은 꿈, 보고 있는 거겠지.

     이쪽은 일 초라도 빨리 아가씨의 곁으로 가야하는데! ㅡㅡ라며, 멜로디는 오른손을 올렸다.


     "나의 손가락이여, 각성의 소리를 울려라 [아로-자르디-트] !"


     핑거스냅을 발동키로 하여, 기상에 최적인 가벼운 진동을 대상에게 주는, 기상 마법이다.

     멜로디가 손을 튕기자, 위병이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았던 마부와 말이 번쩍 하고 눈을 떠버렸다.

     그와 동시에, 조금 전까지 생각 외로 조용했던 귀족가가 약간 소란스러워졌다.


     "자, 일어났으면 바로 출발해주세요. 갈 곳은 왕성이에요!"


     "어? ......아, 예!"


     의외일 정도로 깔끔하게 일어난 마부는, 즉시 왕성을 향해 마차를 몰았다.


     멜로디는 불안과 초조함 때문에 일절 봐주지 않고 손을 튕겼고, 그 마법은 왕도 전체로 퍼져나갔다.


     어젯밤, 왕도의 주민 전원이 일제히 잠들다가, 다음날 아침에 왕도의 주민 전원이 일제히 눈을 떴다는 괴사건이 발성하였는데, 멜로디는 그걸 알게 되는 일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태클이 절실히 필요하다.


     멜로디는 루시아나가 있는 곳로 서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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