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46 화 메이드의 번뇌와 성녀의 자장가
    2020년 12월 29일 22시 46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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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48/





     "배부르게 먹었을까나?"


     "꺼억."


     아무래도 만족한 듯 하다. 강아지는 불룩 솟은 배를 위로 내밀며 작게 트림을 하였다.

     동물의 표정은 이해하기에 어렵지만, 지금은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

     멜로디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강아지의 모습을 보고 있자 분신 멜로디가 하인식당으로 다가왔다.


     "방의 청소 끝났어. 그쪽은 어떻.....오, 배가 빵빵하네."


     "배고팠던 모양이더라."


     "그래서 여기에 들어온 거네. 그럴 거면 아가씨의 방을 헤집지 않고 직접 여기로 오면 되었는데. 일부러 2층부터 들어오다니, 어떻게 들어온 걸까?"


     "글쎄?"


     분신이라고 해도 역시나 멜로디.

     생각하는 것도 대답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도 완전히 같았다.


     "뭐, 일단 청소가 때에 맞아서 다행이야. 이젠 이 아이를 어떻게 할 지가 문제네."


     두 멜로디의 시선이, 테이블 위에서 배를 내민 강아지로 향했다. 배가 빵빵한 탓인지 눈이 흐리멍텅해져서, 지금이라도 잠들고 말 것 같다.

     이쪽의 생각 따윈 모르고 제멋대로인 강아지의 모습에, 멜로디들도 무심코 미소짓고 만다.


     "저기, 이제 방도 깔끔해졌으니 나중에 주인님께 혼내달라 하는 건 그만두지 않을래?"


     그렇게 말한 것은 분신 멜로디다. 그 말을 들은 본체 멜로디는 쓴웃음을 짓고 만다.


     "뭐, 그렇겠네. 실제로도 주인님께서 혼내주신다 해도 이 애가 이해할 수 있을 리도 없으니. 의미가 없다면 없다고 할 수 있겠네. 그리고....."


     강아지의 야윈 상태를 조금 전 목격하고 만 멜로디는, 어떻게 해도 강아지를 혼낼 생각이 사라져버렸다. 방을 어지럽힌 것 자체는 나쁜 일이지만, 강아지는 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진심으로 혼낼 생각은 안 든다.


     두 멜로디는 강아지를 용서해주기로 하였다.


     "저기, 방금 생각했는데....."


     "뭔데?"


     ".....강아지와 노는 아가씨와,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는 메이드는.....어떻게 생각해?"


     "..............!?"



     멜로디의 생각이, 상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자, 이 나뭇가지를 가져오는 거예요, 죤 (가명) !]


     [왈!] 


     [아가씨, 경박하지 않나요]


     [어쩔 수 없다고요, 멜로디. 왜냐면, 저의 죤 (가명) 은 이렇게나 귀여운걸요]


     [캬웅]


     [어머, 아가씨, 그렇게 끌어안으면 드레스에 털이 묻는데, 아니, 너무 끌어안는다구요, 아가씨. 죤 (가명) 이 괴로워해요]


     [낑낑.......]


     [꺅, 미안해, 죤 (가명) ! 괜찮니!?]


     [왈왈! 핥핥핱]


     [아니, 죤 (가명) 도 참. 갑자기 얼굴을 핥다니. 아하하하, 간지러워]


     [정말, 아가씨도 죤 (가명) 도 경박하다구요. 자, 물을 준비해왔으니 손을 씻도록 해요. 슬슬 차를 마실 시간이에요]


     [역시 멜로디네! 테라스로 가요, 죤 (가명) ! 누가 빠른지 경쟁이에요!]


     [왕!]


     [정말! 둘 다 경박하다고 몇 번이나 말하게 하지 마세요!]


     

     천진난만하게 노는 강아지와 루시아나 아가씨. 그리고, 둘에게 충고하면서도 그 상황을 메이드로서 즐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멜로디는 황홀한 표정을 띄웠다.


     "저기, 어떨까?"


     "......멋져."


     "역시 그렇게 생각했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메이드 중독자는 메이드로서의 번뇌에 결코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무리하게 구실을 만들어낸 두 멜로디는 재빨리 행동을 개시하였다.


     "그럼, 이 애는 오늘 밤 여기서 맡는 걸로 하고, 주인님 가족에게는 내일의 아침식사...라고 해도 일어나는 건 약간 늦을 테니 브런치 타이밍에 부탁드려보자."


     "그럼 이 애가 잘 곳도 필요하겠네. 뭔가 찾아올게."


     "부탁해. 난 이 애를 재우도록 할게. 진짜로 슬슬 돌아올 때니까."


     "알았어. 그럼 잠깐 갔다올게."


     분신 멜로디는 빠른 걸음으로 하인식당을 나섰다.


     그리고 본체 멜로디는, 의자에 앉아서 테이블 위에서 강아지를 살짝 들어안았다.

     게슴츠레한 눈과 시선이 겹치자, 멜로디는 마치 성모처럼 미소를 띄웠다.

     멜로디는 강아지를 무릎에 앉히고 등을 상냥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배불러서 이미 졸린 듯 하니, 사람의 온도로 따뜻하게 해주면 바로 잠들겠지.....'


     맬로디는 강아지를 어루만지며, 자장가를 불렀다.


     '설마 유모의 일을 강아지에게 하게 될 줄이야. 뭐, 실제로는 유모의 일을 해본 일이 없으니, 연습이라고 생각해서 진심으로 해볼까.'


     멜로디의 천사같은 노랫소리가 식당을 따스하게 휘감는다.


     심야인 것을 고려하여, 식당 바깥으로 목소리가 퍼지지 않도록 성량을 신경썼지만, 식당에 있는 자의 귀에는 확실하고 기분좋게 들리는 목소리가 닿도록.


     건강한 수면을, 안녕을 주는 잠을, 멋진 꿈을 꿀 수 있는 휴식을 얻도록 기도하면서, 어머니 세레나에게서 배운 자장가를 연주해 나간다.


     그것에 응하듯이, 강아지의 감겨지던 눈꺼풀이 한층 더 내려갔다.

     이윽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고, 그 후에는 아주 잠깐, 눈꺼풀의 힘이 빠지기만 하면 깊은 잠에.....들려는 참에, 어째서인지 강아지는 눈을 확 떴다.


     '어라?'


     멜로디의 무릎 위에서, 다시금 강아지의 전신에 힘이 들어간다.

     예상 외의 행동에 약간 당황한 멜로디였지만, 자장가를 그만둘 수는 없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처음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하자 강아지는 다시금 점점 눈꺼풀을 떨어트리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서, 그리고ㅡㅡ.


     번쩍. 강아지는 다시 눈을 떴다.


     '왜 이럴까? 잠들 것 같은 순간에 놀란 것처럼 눈을 뜨는 모양이야.....어쩌면 잠드는 게 두렵다거나? 계속 공복이었으니, 생활환경이 좋지 않았을지도.'


     잠자는 사이에 바깥에서 누군가에게 습격당한 경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수면을 무의식적으로 거절하게 되어버린 것일까. 멜로디는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일어나 있을 수는 없고, 무엇보다 공복이라 약해져 있었으니 잘 자서 몸을 쉬게 하지 않으면 안돼. 어쩔 수 없겠네, 여기선 약간 마법에 기대자.'


     일단 식당이 다시 조용해지자, 멜로디의 마음 속에서 마법의 주문이 짜여진다.


     '노랫소리에 평안을 담아. [파인베르소-고] '


     그리고, 성스러운 노랫소리가 공기에 녹아들었다.


     '그, 근성이다아아아아아! 잠들면 안돼! 잠들면 봉인이ㅡㅡ'


     마법의 발동과 동시에, 마왕의 의식은 뚝 끊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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