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42 화 좋은 꿈을.....
    2020년 12월 29일 09시 17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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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44/





     "어째, 서? 이 방에는 [사일런스] 를 걸어놓았는데."


     하지만, 노랫소리는 방의 바깥에서 들려왔다. 그것도, 베란다 쪽에서.

     휘청거리는 다리를 재촉해서 일어난 후, 안네마리는 베란다로 향했다. 그리고, 도중에 눈치챘다.


     '이 노래, 귀로 듣는다기 보다, 마치 머리 안에 직접 울리는 듯 해......'


     베란다로 이어지는 유리창에 도착한 안네마리는 어떻게든 문을 밀어서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녀는ㅡㅡ눈앞의 광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이, 이건......정말 아름다워.'


     누구나 잠이 들어 조용해진 어두운 왕도에, 백은의 별들이 떨어지고 있다.

     마치 밤하늘 안에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정경에, 안네마리의 생각도 잠시 멈춘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크게 부릅떠졌다.


     '서, 설마 이 은색 빛은....서, 성녀의 마력!? 이, 이렇게, 가시화될 정도로 농밀한 힘이!?'


     도대체 어디에서 이 정도의 마력이.

     그리고, 이 정도의 마력을 왜 발동시킨 건가.


     설마 마왕이........!?


     안네마리가 마력의 발생지를 찾아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럴 듯한 곳을 발견했다.


     '저곳은, 귀족 구역의 가운데 쯤이려나? ......대, 대단해.'


     마치 하늘을 관통하는 거대한 탑처럼, 지상에서 백은의 마력이 천천히 상승하고 있다. 왕도 안에 내려오는 백은의 입자는, 그 마력의 기둥에서 분출한 마력의 잔해일 것이다.


     틀림없이 노랫소리의 근원은 저곳이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저곳에서 노랫소리가 들릴 리가 없다.

     어째서 이곳까지 노랫소리가 닿는 건가. 그리고, 이 잠기운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렇게 졸린 듯한 얼굴로 생각하는 안네마리에 손에 그 백은의 입자가 닿자마자, 그녀는 이해했다. 다시금 온몸의 힘이 빠져버린 것이다.


     '......그래, 이 마력 모두가 수면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 거였네. 그것도, 마력이 강한 자 일수록 잠들기 쉬운 효과가 있는 모양이야. 크리스는 나보다 마력이 높으니까......으으, 나도 이제 힘들어.'


     베란다에서 무릎을 꿇고, 시선을 밑으로 향했다. 바깥에서 경계를 서고 있을 위병이, 꽤 기분좋은 듯 자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혹시 왕도 안의 모두가 잠들어버린 걸까?'


     몽롱해지는 의식을 채찍질하며, 베란다를 나선다. 이젠 명확한 의지는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휘청거리며 걸으며 안네마리는 크리스토퍼가 잠든 침대에 몸을 맡겼다.


     '.....왜 그럴까, 강제로 잠드는 건데......그다지, 싫은 느낌이 아냐. 오히려.....'


     ㅡㅡ매우, 안심이 된다.


     그 생각을 끝으로 안네마리도 또한 꿈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



     "우우~ 매번 생각하지만 루시아나쨩 너무 불쌍해, 안나 언니."


     "맞아, 마이카쨩. 루시아나쨩의 해피엔딩도 만들어주지 않으려나아."


     "너네들 맨날 그런 말하는구나."


     "오빠는, 루시아나쨩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아니, 불쌍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결국은 게임이잖아?"


     "오빠 최악이야."


     "정말 최악이야, 히데키. 그러니까 3반의 히데코쨩한테 차여버린 거라고."


     "왜 네가 그걸 알고 있어!?"


     "오빤, 여자의 정보망을 얕보면 안돼."


     "무서워! 부탁이니 퍼트리지 말아줄래!?"


     "그런 흥미는 없어. 바~보."


     

     안네마리의 입가가 아주 약간 들렸다.


     

     "그러고 보니 다섯번 째의 공략자는 이야기 중반이 되어도 아직 안 나왔구나."


     "다른 게임은 처음에 다섯 명 모두 등장하겠지만, 이 게임은 달라."


     "......알겠다. 그거지, 요즘 이런 게임의 경향으로 생각해보면.....다섯번 째의 공략대상자는 마왕이지. 그래서 아직 공략대상으로 취급되지 않은 거잖아."


     "오빠, 바보야?"


     "뭐? 아냐?"


     "너, 왜 마왕이 봉인되어 있는 숲을 '바나르간드 대삼림' 이라고 말하는지 몰라?"


     "몰라. 거기에 의미가 있었나? ......어이, 둘 다 한숨쉬지 말라고."


     "오빠, 바나르간드라는 건 어떤 유명한 동물의 별명이야."


     "동물?"


     "그래. 북유럽신화의 유명한 괴물, 펜릴. 바나르간드는 그 늑대의 별명이야."


     ".....늑대."


     "그러니까, 오빠. 펜릴이 기본 디자인인 마왕은 인간의 모습이 아냐. 늑대라고. 그래서 공략대상일 수 없어. 정말, 항상 같이 게임하고 있는데 왜 기억하지 않는 거야?"


     "여성향 게임 따윈 흥미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상관없는걸~ 오빠가 잊지 못할 정도로 어울리게 할 테니깐."


     "호호호 그런 것도 재미있겠네. 어울려줘야 해, 히데키."


     "....시끄러. 빨리 클리어나 해."



     크리스토퍼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입가는 풀어져 있었다.





     [좋은 꿈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러브코미디같은 강제력이라도 작용한 건지, 아니면 기적적으로 두 사람의 잠자리가 나빴던 건지, 두 사람은 침대 위에서 애인처럼 끌어안은 형태로 눈을 뜨게 되었지만.......뭐, 여담이다.


     응, 전부 여담이다.



    ◆◆◆



     한편 그 무렵, 백은의 기둥의 발생지.....루틀버그 백작가 저택에선ㅡㅡ.


     저택을 휘감은 듯한 빛이 옅어지고, 왕도에는 점점 조용한 어둠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하인식당에는, 속삭이는 듯이 상냥한 노랫소리를 자아내는 소녀가 있다.


     이윽고 노랫소리가 그치고, 소녀는 감겨있던 눈을 살포시 뜬다.

     그리고 무릎 위의 그것을 보며, 그야말로 성녀를 떠올리게 하는 자애롭고 다소곳한 미소를 띄운다.


     ".....잘 자고 있네."


     소녀의 무릎 위에 있는 건, 한 마리의 강아지.

     검은 스커트 위에서, 아름다운 '백은' 의 털을 가진 작은 개는 마치 처음으로 숙면에 든 것처럼 편안한 얼굴로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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