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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40 화 『질투의 마녀』 루시아나・루틀버그
    2020년 12월 29일 05시 15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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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42/


     ※ 루시아나가 주인공을 못 만났을 경우의 IF 스토리. 넘겨도 지장없음.




     

     여성향 게임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공략집에서ㅡㅡ.




     견실한 영지경영이 눈에 들었던 휴즈루틀버그 백작은 왕도의 재상부에 부임하기로 결정되어, 부인인 마리안나와 함께 왕도로 향하게 되었다.

     딸인 루시아나도 15세가 되어 올해부터 왕립학교의 입학이 결정되어서, 가족 세 명이서 왕도로 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영내에서 트러블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백작부부의 출발이 늦어졌다.

     학교의 입학수속 문제도 있어서, 루시아나만 예정대로 혼자 왕도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것이 그녀를 불행으로 이끄는 첫걸음이 되었다는 건 전혀 모른 채.....




     트러블이 해결되어 백작부부가 왕도의 저택에 도착했을 댄 루시아나를 보내고 난 후 2개월이나 지났을 때였다.

     저택에 도착한 부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딸이 살게 하였던 저택이, 정말 사람이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백작부부는 새파래진 표정으로 문을 넘어 저택을 향해 달려갔다.

     녹슬어서 꽤 열리지 않는 문에, 온통 금이 간 돌바닥,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이 저택을 뒤덮고 있다. 아무리 메이드가 상주하고 있다고는 해도, 이런 곳에 외동딸을 2개월이나 살게 했다니!


     후회와 자책의 마음을 품으며 문을 연 백작은, 현관홀의 모습을 보며 경악의 목소리를 내었다.


     "뭐, 뭐냐....여긴...."


     거미집과 먼지 투성이여서 손질이 전혀 안된 모습의 저택. 바깥의 나무 때문에 대낮인데도 어두운 현관홀. 너무나 생활감이 없는.....여기는ㅡㅡ마치 유령저택이었다.


     놀라는 부부의 귀에, 들어본 듯한 소녀의 비명과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무심코 돌아본 두 사람은 소리가 난 하인식당으로 달려갔다.


     "루시아나!"


     ".....아버님, 어머님?"


     백작부부는 그 광경에 눈을 부릅떴다.


     바닥은 물로 흥건했고, 그 위에 주저앉은 루시아나는 당연하다는 듯 흠뻑 젖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나무 통으로 보아, 우물에서 길어왔던 물을 엎지르고 만 듯 하다.


     부부를 바라보는 루시아나의 표정엔 감정의 기색이 나타나지 않았다.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생겨있고, 영지에 있던 시절보다 확실히 야위어 있었다. 그 얼굴에선 피곤함만이 보였고, 오랜만의 재회인데도 사랑하는 딸은 감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루시아나의 말에 따르면 도착했을 때 저택은 이미 이 상태였고, 노령의 메이드가 혼자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그 메이드도 자기 탓에 빠르게 퇴직하고 말았다며 피곤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설명하였다.


     메이드가 퇴직하고 곧바로 사람을 구했지만, 저택을 방문한 자는 아직 한 사람도 없다고 한다. '빈곤귀족' 으로서 유명한 루틀버그 가문을 모시고 싶은 자는, 소개장이 없는 자들 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혼자가 되어버린 루시아나는 부모에게 편지를 쓸 틈도 없을 정도로 저택의 관리와 입학준비에 분주하였다. 본래는 어느 일도 귀족영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노력한 루시아나였지만, 그럼에도 부모를 맞이할 정도로 저택을 정비할 수는 없었고, 결과는 지금 보는 대로다.


     하지만, 바쁜 것 뿐이라면 루시아나는 얼마든지 노력했을 것이다.

     영지에 있던 시절에도 힘쓰는 일을 한 적이 있었다. 하인이 적은 루틀버그 가문에선 영애인 루시아나라고 해도 일하지 않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녀도 그걸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루시아나를 이렇게까지 피폐하게 만든 것은ㅡㅡ주변의 멸시와 그녀에게 싹트기 시작한 약간의 열등감.



     계속 영지에서 살아왔던 루시아나는, 누군가에게 업신여김 당했던 경험이 전혀 없었다.

     성심성의껏 영지를 다스리는 백작 가문을 나쁘게 말하는 영민은 없었고, 빈곤귀족인 루틀버그 가문의 친구라고 한다면, 사이가 좋은 리릴트크루스 자작가와 파란갈트 남작가 정도.


     그들이 루시아나를 모욕할 리도 없어서.....그녀는 왕도에 오고 나서야 처음으로 멸시를 당하게 되었다.



     "빈곤귀족으로 유명한 루틀버그의 영애가 입학수속하러 왔다고. 소문대로 후줄근한 드레스였다. 저것과 같은 학년에 입학하다니,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



     "조금 전 그 애의 뒤에 서고 말았어. 드레스 뿐만 아니라, 머리도 피부도 푸석푸석하던데. 정말 같은 귀족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어. 그녀와 같은 반이 되고 싶지 않아."

     


     "저게 진짜로 백작가의 영애인가? 저런 드레스라니, 상가의 딸이 더 제대로 된 걸 입고 있는데? 설마 저게 외출복인가? 제정신이 의심돼."


     

     신분의 상하와 관계없이, 루시아나를 본 자들이 험담을 하였다.

     

     그것은, 루시아나의 상상 이상으로 그녀의 마음을 상처주었다.


     그녀의 마음 속 거울에ㅡㅡ커다란 균열이 생긴다.


     부모가 아무리 달래줘도 한번 가버린 거울의 금이 고쳐지는 일은 없었고, 그녀의 마음 속 거울에 쬐어지는 상냥함이라는 빛을 제대로 반사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친구들과도 소원해져서 루시아나의 어두운 감정이 차츰 증가하였다.

     왕립학교 입학식 후, 본래라면 귀족 자녀는 봄의 무도회에 출석한다.


     하지만, 그녀는 거기에 참가할 수 조차 없었다.

     예쁜 드레스도 없었고, 에스코트해줄 파트너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도회에 나와봤자 무시당할 뿐이다.


     부모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루시아나는 자기 의지로 무도회에 결석하였다.


     ......사실 나가고 싶은 게 당연하다. 자기도 무도회를 기대하고 있었다.


     루시아나는 부모가 마련해 준, 고급은 아니어도 잘 만들어진 드레스를 기뻐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파트너 역할을 해주겠다고 제안해줬지만, 그것도 거절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주변에서 무시당한다.

     그런 생각을 없앨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딸의 변화에 동요를 숨길 수 없었던 백작은 왕도의 일에 집중할 수가 없어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했다. 그리고 루시아나가 학교에 입학하여 3개월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재상과 재상보좌에게서 신뢰를 잃은 백작은 무정하게도 파면되었고, 나쁜 일에 손을 대야 할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성실함이 모토였던 그는 제대로 된 나쁜 일을 할 수도 없어서, 그의 행동은 순식간에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빈곤귀족 뿐만 아니라 악덕귀족의 오명까지 뒤집어 쓰게 된 루시아나의 마음에, 새로운 균열이 생겼다. 거울은 검게 물들고, 그녀의 마음은 빛을 투영할 수 조차 없게 되고 말았다.


     "왜, 왜 이런 일만 계속......왕도에 오기 전까지는 이렇지 않았는데....."


     학교 가장자리에서 중얼거리는 루시아나.


     이런 곳에 왔기 때문에ㅡㅡ그런 생각만이 팽창할 뿐.

     아버지가 붙잡힌 이상, 루시아나가 학교에 다닐 수 있을지 어떨지도 모른다.


     왜 나만 이런 꼴이.......갈 곳 없는 나쁜 감정이 샘솟아서, 자신의 안에 잠들어있는 약간의 마력이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 루시아나의 귀에 명랑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람에 휘날리는 은발은 마치 명주실처럼 아름답고 매끈하다.


     ㅡㅡ푸석하고 엉망진창인 나의 금발과는 천지차이.



     은발의 소녀가 길을 걷고, 옆을 걷고 있던 미소년이 거들어준다.

     흰 얼굴이 약간 분홍색으로 물든다.


     ㅡㅡ정말 예뻐. 창백하고 완전 야위어버린 내 얼굴과 전혀 달라.


     ㅡㅡ무엇보다, 내 옆에는 아무도 없어. 날 도와줄 사람은 누구도......없어......




     '뭐야 저 애......하필이면, 나한테 자랑하는 것처럼 행복하게 웃지 않아도, 되잖아....'


     치사해, 치사해, 치사해.....정신차리고 보니, 루시아나는 주먹을 쥐며 이를 악물면서 은발의 소녀, 세실리아레긴바스 백작영애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저 애와 같은 백작영애인데, 왜 나만 불행한 거야? 왜 나만 바보취급 받아야 하냐구.....분해, 샘나......치사해, 치사해, 치사해치사해치사해치사해!'


     루시아나는ㅡㅡ울었다.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질투' 의 눈물인가. 분함, 시샘은 전부 엉뚱한 분풀이라는 걸 알면서도 화내지 않을 수는 없는 일그러진 마음이여! 그렇기 때문에, 내 장기말이 되기에 적합하다!]


     

     귀가 아닌, 머릿 속에 울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돌아보는 루시아나.

     그녀의 등 뒤에, 추악한 미소를 띄운 보라색 머리의 소년이 서 있었다. 그리고 소년은 그 손에 있던 검으로 루시아나의 가슴을 가리켰다.

     검은 도신에 휘감겨있던 안개가, 루시아나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 날 소녀는 마왕에게 홀려서, 성녀를 적대하는 '질투의 마녀' 라는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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