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39 화 비극의 소녀
    2020년 12월 28일 22시 13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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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41/





     싸움 이후, 크리스토퍼는 태자로서 신속하게 사후처리를 개시하였다.


     먼저, 뷰크를 묶으려고 한 위병들을 제지하였다.

     일단 의사에게 진찰시키고 스벤에게 마법봉인을 걸도록 한 후, 떨어진 방에 가둬 두도록 명령했다.


     뷰크의 사정을 모르는 위병들은 맹렬히 반발하였지만, 크리스토퍼가 "이 정도의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죽으면 어떻게 하나! 사정을 물어볼 수 없지 않은가!" 라고 일갈하여 어떻게든 수습되었다.


     다만 피난한 귀족 중에 왕성에서 일하는 자들은 사후처리를 돕도록 명하였다. 재상과 재상보좌인 레긴바스 백작도 예외는 아니다. 그보다 그 두 사람은 솔선해서 사후처리를 하였다.


     유일하게 예외인 것은, 외동딸이 습격에 휘말렸던 휴즈루틀버그 백작 뿐이다.

     루시아나의 의식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에게 진찰시키고, 신중을 기해서 오늘 밤은 왕성의 한 방에서 쉬도록 해주었다. 루틀버그 부부도 같은 방에 묵으며 루시아나를 간병하는 모양이다.


     눈에 띄는 곳은 그 정도였지만 세세하게 지시를 내려서, 멈추는 일 없이 사후처리가 진행되었다.


     .......그 옆에서, 아들이 너무 우수해서 공기화 된 왕국의 최고책임자ㅡㅡ별명 국왕폐하ㅡㅡ께서 섭섭한 듯 서성거렸다고 하지만......뭐, 여담이다.


     "........음, 편하니 좋네......좋은 일이다. 장래가 기대되는군......"


     그런 중얼거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우수한 아들을 가져도 큰일이다.

     화이팅, 폐하!



    ◆◆◆



     그런 이유로 시간은 오전 2시 정도. 그 사건으로부터 이미 두 시간이 지나있었다.


     "으어, 피곤하다~"


     잠들 수 있다면 이젠 잠들고 싶다.....하지만, 아직 그렇게 할 순 없었다.


     "수고했어~"


     왜냐하면, 그 자리에는 안네마리가 있었으니까.

     상급품의 소파에 깊게 파묻혀서 따스한 허브티로 우아하게 목울 축이는 안네마리를 보고 크리스토퍼는 원망스러운 시선을 보냈지만, 그녀는 신경쓰지도 않았다.  


     "......너 말야, 숨은 통로를 써서 오는 건 좋은데, 적어도 내가 방에 있을 때만 그래주지 않을래?"


     "아, 미안. 여자한테 보여지면 안될 책 같은 것도 숨겨둬야 했었지."


     "아, 아니라고! 있을 리가 없잖아! 바보아냐!?"


     참고로, 정말로 없다. 여성향 게임의 세계엔 성인남성 취향의 잡지 따윈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이 얼마나 비극인가.


     "뭐, 부재시에 멋대로 방에 들어온 건 일단 사과할게."


     "그래, 그건 최악의 짓이라고."


     "......방문을 통해 직접 방문해 달라고 한다면 그래도 괜찮은데? 누구나 잠드는 이런 야밤에, 남자의 방을 숙녀가 방문해도 되는 거라면......일단 말해두지만, 어떻게 짐작해도 결혼 확정이야."


     "최악 운운해서 죄송했습니다아아아아!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동감이지만, 왠지 열 받아."


     침대 위에서 성심성의껏 도게자하는 크리스토퍼를 보고, 안네마리는 한숨을 쉬는 것이었다.


     "일단, 의사가 진찰해 봤지만 루시아나는 상처가 없대. 내일엔 눈을 뜰 수 있다고 하던걸."


     "아니, 그거, 이상하지 않나?"


     루시아나는 마왕의 일격을 얻어맞은 것이다. 그에 더해 그 검격은 충격파까지 발생시켜서, 그녀도 그것에 의해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도 그 결과가 상처없음? 조금이라기보다 많이 이상하다.


     "루틀버그 부부는 짐작되는 일이 없대?"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하던걸. ......아직 묻기에는 빠를지도. 루시아나가 저런 꼴을 당한 참이라 상당히 당황하고 있으니까. 내 질문에 대답했을 때도 평정심이 유지되지 않았는지 꽤 동요하고 있었어."


     "그런가. 그거야, 딸이 검에 베어지는 씬을 보면 냉정하게 있을 수 없지. 어쩔 수 없어, 나중에 본인이 눈을 떴을 대에 확인해볼까. 일단 묻겠는데, 성녀와 관련되지는 않았겠지?"


     "......글쎄? 하지만, 적어도 루시아나가 성녀일 가능성은 아마도 없어. 보기에도 그녀의 마력은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 성녀는, 각성하기 전 까지는 마법을 쓸 수 없지만 마력만큼은 한가득 있다는 설정이니까."


     "그랬지~"


     결국 '아무것도 모른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 그러고 보니 루틀버그 부부에게서 하인을 한 명 불러도 될지 물어봐서 허가해줬어. 이쪽에서 몇 명의 메이드를 준비했지만, 친숙한 자가 옆에 있는 편이 마음 든든할 테니까. 다만, 밖에 보낼 사람이 부부의 옆에 없다는 뜻이어서 왕성의 하인에게 불러오게 부탁했는데, 상관없지?"


     "그쪽은 내 영역이 아니지만 딱히 문제 없겠지. 그보다 반드시 필요하다는 건 아니지만, 시중들 하인도 없다는 건가. 분명 '빈곤귀족' 이라고 불렸었지?"


     "그래, 하인은 저택에 있는 메이드 한 명 뿐이라고 해. 그런데도 저만큼이나 루시아나를 예쁘게 치장해줄 수 있었다니 역으로 감탄했어. 부부 쪽도 잘 차려입었고."


     " '빈곤귀족' 이라고 불리는 것 치곤 꽤 고급스러운 드레스였지. 거기다 본인도 미인이고 에스코트가 맥스웰이었잖아. 붙잡으면 오케이고, 거기에다 그 요정을 방불케 하는 댄스. 올해의 주목 대상이 되어도 어쩔 수 없겠네."


     ".....맞아."


     응응 하며 끄덕이는 크리스토퍼의 앞에서, 안네마리는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을 느꼈다.


     '뭘까, 이 위화감.....주목 대상.....주목 대상?'


     거기서 이제야 위화감의 정체를 눈치챘다.

     그렇다, 이상한 것은 루시아나루틀버그다.


     '맞아, 그랬어. 그 무도회에 저런 화려하고 귀여운 애가 나타난다면 게임의 주요 캐릭터로서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하지만 난 저런 애를 게임에서 본 적이 없어. 엑스트라로서도 본 기억이 없어. 루시아나루틀버그.....이름 만은 기억이 나는데.....언제, 어디서?'


     안네마리의 사고회로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기억 안에 해답이 있을 터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걸 찾을 수 없다.

     루시아나루틀버그.......'빈곤귀족'........요정희.......


     "그건 그렇고, 원인불명이라 신경쓰이긴 해도 루시아나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저렇게나 주위에서 주목받고서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때에 날 보호해서 죽어버렸다면, 너무 '비극' 이었잖아. 이야~ 정말 다행이다."


     쨍그랑.


     "우옷!? 무슨 짓 하는 거야, 안네. 어이, 괜찮아?"


     안네마리의 찾잔이, 그녀의 손에서 미끄러져서 바닥에 낙하했다. 찻물이 바닥을 적시고, 찻잔의 파편이 튀며 흩어졌다.

     그녀의 드레스 옷자락에도 몇 개가 튀고 말았지만, 안네마리는 그럴 때가 아니라는 듯 크게 눈을 부릅뜨며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안네? 뫠, 왜 그래?"


     "........생각났어."


     "뭐? 뭐를......"


     "생각났단 말이야!"


     안네마리는 큰 소리를 지르며 갑작스레 일어섰다.


     "왜 잊고 있었을까!? 어째서 눈치를 못챘던 거야!? '빈곤귀족' 루시아나루틀버그. 그건 다시 말해...... '질투의 마녀' 루시아나였잖아!"


     "질투의, 마녀......? 뭐야 그거?"


     "잊고 있었다, 잊고 있었어! 왜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걸까. 난!? 왜냐면 게임의 스틸컷과 외모가 너무 달랐는 걸! 하지만, 지금보다 머리가 푸석하고, 눈에서 광채가 사라지고, 좀 더 노려보는 눈매였으며, 얼굴은 창백해서.... 아니, 그런 걸 상상할 수가 있겠냐고!"


     안네마리가 혼자서 만담을 하고 있다.

     크리스토퍼는 그걸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


     "저기, 다시 말해 어떤게 된 일이야? 루시아나가 뭐라고?"


     "......시나리오에선, 루시아나는 무도회의 다음, 학교에서 처음 등장해......히로인에 앞에 닥친 첫 번째 자객. 마왕에게 매료되었지만, 히로인에게 되려 당하자 볼일이 끝났다며 마왕에게 바로 죽고 마는 비극의 소녀. 그것이 '질투의 마녀' 루시아나야."


     ".....죽는다? .......루시아나가?"


     눈을 휘둥그레 하며 추궁하는 크리스토퍼.

     안네마리는 벌레씹은 듯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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