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7 화 똥겜 탄생 전설2020년 12월 28일 20시 31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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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뇌리에 선대 성녀와의 격투가 떠오른다ㅡㅡ.
"후하하하하하! 네놈들의 발버둥도 여기까지란 말이구나!"
"큭....."
만월의 숲 속, 깊은 어둠에서 울려퍼지는 소리는, 눈 앞에 쓰러진 자들을 비웃는다.
먼 옛날, 세계를 멸망시키려 나타난 마왕의 앞에 나타난 것은 다섯 명의 남자들과 한 명의 소녀.
하지만 남은 것은 은발의 가녀린 소녀뿐이었다. 그 소녀조차도 무릎을 꿇고 있었고, 숨도 불규칙한 모습이어서, 인간들에게 승산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흥, 성녀인지 뭔지로 칭송하며 대놓고 찾아와 놓고서 이 정도의 힘밖에 가지지 않았다니, 날 무시하는 것도 적당히 해줬으면 하는 구......만!"
"바, 방어의 벽이여!"
어둠으로부터 강렬한 마력탄이 날아들었다. 소녀는 순식간에 양손을 들어올리며 혼신의 마력을 담아 결계를 전개했다. 하지만, 과도한 전투로 소녀의 마력도 메말라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아!"
직격은 막아냈지만 결계는 깨져버리고, 마력탄이 파열한다.
그 충격으로 소녀도 날아가 버렸다.
"......난 전력조차 내지 않았는데도 이 꼬라지. 뭐가 성녀냐, 뭐가 세계의 평화냐! 세계 안의 나쁜 감정의 결정체인 나에게, 네놈 정도의 얄팍한 마음으로 대항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마왕이란 인간을 포함한 세계 안의 생물들이 살아가기 위해 버리고 만 나쁜 감정의 집합체였다.
"내 힘은 이미 세계를 뒤덮을 정도로 팽창하였다. 그 말은 결국, 세계는 절망과 혼돈을 원한다는 뜻! 인간 따위가 저항해봤자, 이 미래는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숲 속에 울릴 정도로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울렸다. 숲이 진동한다.
마왕의 영향을 받은 나무들이 이상하게 자라나서, 인간들을 비추어주던 만월의 빛을 뒤덮어 숨겨버렸다.
아마 바깥에선 숲 전체가 격하게 떨며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걸 본 자들은 분명 공포에 휩싸일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였다ㅡㅡ이젠, 끝장이다ㅡㅡ라고.
"설령......당신이 말한 대로, 이 세계가, 절망을 원한다고 해도......"
조금 전 쓰러졌다고 생각했던 소녀가, 몸을 떨면서 일어서려 하였다.
"네놈......"
"이 세계의 신이, 사실은 이 세계를 버리게 되었다고 해도....내가, 사실은, 성녀라고 불리울 정도로.....고상한 존재가 아니, 었다고 해도....."
후들대는 다리를 기합으로 어떻게든 분발해서, 소녀는 다시금 두 다리로 일어섰다.
"......난, 맹세했어. 온 세계의 사람들에게, 여기 있는 동료들에게......그리고, 나 자신에게......"
소녀는 이미 만신창이다. 체력도 마력도 다했고, 동료의 도움도 없다. 절망적 상황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고개를 든 그녀의 눈동자에는ㅡㅡ절망의 빛 따윈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것 뿐인가ㅡㅡ소녀의 안광에 닿은 암흑이, 맥없이 구부러졌다.
'뭐, 뭐냐 이 박력은!? 왜 절망하지 않지!? 이길 요소 따윈 어디에도 없을 터인데.....왜 난 이렇게나.....저 계집에게 공포를 느끼는 건가!?'
"......세계를 평화롭게 만든다고! 다시 모두와, 웃으며 살아가겠다고! 맹세했단 말이야!"
[.......자신을 위한, 그리고 누군가를 위한 맹세......모든 것이 갖추어졌다. 성스러운 소녀에게 축복을]
"!?"
그것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생긴 일. 마왕의 앞에 선 소녀에게서 마력이 용솟음쳤다.
"뭐, 뭐냐 이 이상한 마력은!?"
처음으로 보는, 백은의 빛을 띈 마력이었다.
당황해서 마력탄을 쏘는 마왕. 하지만, 솟아나는 은의 마력은 매우 쉽게 공격을 튕겨낸다.
"바보같은!?"
그 후에도 몇 번이나 공격해보았지만 전부 튕겨졌다.
그리고, 은의 마력 속에서 소녀는 춤을 추고 있었다.
잘 보면, 마력의 안에 무수한 실이 춤추고 있다. 소녀의 손가락에, 팔에, 발에, 전신에 휘감기며 마치 직물을 짜는 듯한 모습으로 모양을 만들어 간다.
이윽고 그것은, 소녀의 경쾌한 도약과 같이ㅡㅡ어둠 속에서도 결코 빛을 잃지 않는, 백은의 드레스로 변화하였다.
깃털같이 가볍게 살짝 대지에 내려선 소녀는,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은발, 은의 드레스를 몸에 두른 모습은 신성하였고, 그 모습은 그야말로ㅡㅡ.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당혹해하는 마왕.
하지만 소녀는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상냥하게 미소짓는다.
소녀는 마왕을 향하여 가볍게 허리를 굽히고, 등을 편 채로 허리를 내렸다.
그것은 이 세계에 처음으로 [카테시] 가 선보여졌던 순간이었다.
"다시금 인사드리겠어요. 제 이름은 이 숲을 치유하는 자, 테오라스의 딸 아리엘. 모든 생명의 소원을 의탁받은 자. '성녀' 아리엘이에요!"
지금까지의 궁지 따윈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의연한 태도에 마왕은 잠시 동안 멍해져 있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분노의 감정에 무심코 노성을 질렀다.
"뭐, 뭐, 뭐가 소원을 의탁받은 거냐! 뭐가 성녀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벌써 이긴 것처럼 행세하는 거냐! 넌 절망하고 있으면 되는 거다아아아아!"
마왕은 감정에 맡긴 혼신의 마력탄을 쏘았다. 봐주지 않고. 숲 전체를 파괴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위력. 하지만, 아리엘은 당황하는 낌새도 없이 살짝 오른팔을 앞으로 내민 것만으로.....
"당신이 많은 절망을 모았듯이, 지금의 나에겐......전 세계의 소원이 모여들고 있어!"
아리엘은 마왕의 마력탄을 쉽게 받아내었다.
"마, 말도 안돼! 도대체 어떻게.....뭐, 뭐냐 그건!?"
막을 리가 없는 공격이 간단히 막혀버린 데에 아연실색하는 마왕. 하지만, 놀라야 할 부분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아리엘이 받아낸 칠흑의 마력탄이 점점 백은의 마력탄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인간이 쏙 들어갈 법한 거대한 마력탄이 마리엘의 손바닥 안에 모일 정도로 압축되어갔다.
".......절망을 상냥하게 비추는, 백은의 빛......기도의, 빛이여!"
성녀는, 압축된 마력탄을 단번에 해방하였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폭탄을 던지듯이 마력탄을 쏜 마왕인 반면, 성녀는 응집된 마력을 한 점을 향해 방출하였다.
이른바 '빔' 이다.
예상 외의 사태에 마왕의 대처는 늦어졌고, 공격을 직격으로 맞았다. 느껴본 적이 없는 격통에 절규하였다.
'뭐냐 이 마력은!? 되받아쳐다고는 해도, 평소에 전개하고 있던 방벽을 전부 관통하는 건 역시 이상해!'
그 해답은 성녀가 가르쳐주었다. 스커트를 붙잡고, 살짝 나부끼게 하였다.
"난 이제, 당신에게 지지 않아! 이 옷은 당신을 쓰러트리기 위해 나의 맹세와 전 세계의 소원이 가져온 기적의 힘. 그 이름은 [성은결계] ! 마왕의 힘을 정화하는 힘을 갖고 있어......이젠 알겠지. 세계는 다시 절망에 물드는 걸 원하지 않는단 말이야!"
◆◆◆
대 마왕 최종오의 [성은결계].
여성향 게임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에서 그 능력은, 이른바 '무적모드' 였다.
발동과 동시에 여러 스테이터스가 최고치가 되고, 성녀는 완전회복된다.
발동 중에는 어떠한 공격도 무효화되고, 마법은 반사된다.
특히 마왕의 검은 마력은 성녀의 은의 마력에 의해 정화되어, 배로 돌아오게 된다는....RPG게임이었다면 지금까지의 모험은 필요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똥겜 사양이었다.
하지만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는 여성향 게임. 어디까지나 메인은 연애이야기.
마지막은 대반전의 해피엔딩이어서 아무 문제도 없었다.
선대 성녀와의 싸움을 떠올리고, 마왕은 눈앞의 광경에 두려워했다. 말하자면, 마왕의 눈앞에는 세 명의 성녀가 최종형태로 서 있는 것과 같았다.
......한 명이었던 때조차 봉인되고 말았는데.
마왕은 눈치채지 못했지만....루시아나의 드레스는, 사실 [성은결계] 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염가판, 또는 양산형 [성은결계] 다.
누가 예상했을 것인가. 게임 종반에 기적적으로 발동되었을 성녀의 최종오의가, 초반에 양산되어 등장할 줄은.....그야말로 버그겜, 대폭 수정 후 업뎃해야 할 똥겜이 탄생한 것이다.
이 상황에, 뷰크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크리스토퍼 일행에게 최대의 기회가 왔다.
마왕, 헛점 투성이다.
채애애애애애애애애앵!
"ㅡㅡ.......어?"
뷰크 (마왕) 이 그걸 눈치챈 것은, 쨍그랑 하는 소리가 지면에서 났을 때였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ㅡㅡ검은 도신의 검 끝이.......굴러다니고 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뷰크의 옆에는 검을 휘둘러 일섬을 날린 자세의 크리스토퍼가 있다.
안 좋은 예감이 든다.
쭈뼛거리며, 뷰크는 자기가 가진 검으로 시선을 움직였는데......
"......말도 안돼."
흑검의 도신........의 절반이 사라져 있었다......검을 베어서 부서지고 말았다.
어느 사이에 흑검에 깃들어있던 마왕의 마력은, 완전히 소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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