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스그란 연방 수도 발할라 ★
"각지에서 여신을 숭배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거대한 신전을 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토록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돈 쓸 데가 얼마든지 있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드물게도, 게펠트 왕이 사람을 내보낸 상태다.
여기 있는 사람은 노쇠한 게펠트 왕과 그의 아들 왕태자, 그리고 어제 발할라 시에 도착한 손님, 이렇게 세 사람 뿐이었다.
게펠트 왕의 집무실은 화려함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스그란 연방이라는 초강대국을 손에 쥐고 있기에 가능한 사치일 것이다.
"교회의 가르침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가 믿었던 신이 그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군요."
대답한 손님인 토마슨 추기경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세계 결합'을 준비할 때와 비교하면 다소 살이 빠진 것 같지만, 활기찬 박력은 여전하다.
그런 토마슨을 상대로, 게펠트 왕은 정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왕세자를 시켜 야인이 된 토마슨을 데려오게 한 자가 다름 아닌 게펠트 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신의 초능력을 목격한 각국의 요인들은 모두 여신교 신자가 되었겠지요. 교회의 수장인 교황 성하를 보아도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에리한테는 잔혹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제320대 교황인 엘멘트라우트=에리히=클라우젝트을 '에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토마슨 정도일 것이다.
"그 아이는 감수성이 엄청나게 높아서, 소위 '영감(霊感)'이라고 불리는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떤 천부로도 재현할 수 없는 것이었죠."
"혈통에 의한 특별한 능력입니까?"
"아니요, 에리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재능을 개화시킨 듯한 존재입니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 그것이 여신의 '기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예하?"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토마슨이 입을 열었다.
"...... 저는 더 이상 추기경이 아닙니다."
"당신을 존경하는 사람은 많습니다만."
"그만둡시다. 저는 더 이상 장난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소이다."
토마슨은 피곤한 듯 손을 흔들었다.
추기경을 사임할 때 많은 마찰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몸짓이었다.
"ㅡㅡ그런데, 크루반 성왕국은 그렌지드 공작의 폭주를 막아냈다 하더군요."
게펠트 왕이 화제를 돌리자, 토마슨이 몸을 기울였다.
"호오. 그것은 정말입니까. 그렌지드 공은 맹약자 중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강자였거늘."
"아아, 마침 연락이 왔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탁자에서, 거대한 수정 구슬을 받드는 마도구가 깜빡거린다.
게펠트 왕이 거기에 손을 올리자, 희미한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게펠트 폐하, 왕세자 전하. 그리고....... 토마슨 추기경 전하, 이런 식으로 알현하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눈매가 날카로운 그 남자는, 아마도 매일같이 심각한 협상을 하고 있을 텐데도 완벽한 각도로 인사를 건넨다.
"아니, 이쪽이야말로 미안하네. 자네도 고생이 많구먼...... 쉬리즈 백작."
통신 상대는 크루반 성왕국의 백작 작위를 가진 쉬리즈. 즉, 에바의 아버지인 빅토르=쉬리즈 백작이었다.
"...... 각하는 크루반 성왕국의 신하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가는 충신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설마 쉬리즈 백작과 게펠트 왕이 개인적인 핫라인을 가지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며, 토마슨은 눈썹을 모은다.
[저의 충성은 여전히 성녀왕 폐하께 있습니다. 폐하께서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십니다]
"뭐라고요?"
"성녀왕 폐하가 직접 움직이는 것은 너무 눈에 띕니다. 그래서 말하기 편한 사람을 부탁한다고 연락했었는데, 그랬더니 쉬리즈 백작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아, 아니, 이건 실언이었습니다."
[아니요, 예하께서 의심하시는 것도 당연하지요. 저는 그렌지드 공작과 항상 함께 행동하고 있으니까요. 이 대화 내용이 공작님께 전해질까 봐 걱정하시는 거지요?]
"으, 음......"
[...... 그렌지드 공작의 행동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명백합니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진정한 충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마슨은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