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장 15 여신의 눈(1)
    2023년 03월 15일 11시 40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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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랑스토크 호상국  ★

     

     

     '동맹파기', 즉 '세계결합'의 무대가 되었던 블랑스토크 호숫가의 성당은 그 후의 전투로 인해 여기저기 상처가 났지만, 이미 복구가 완료되어 원래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교회의 총본산이자 일 년 내내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이 성당은, 오랫동안 문이 닫힌 채로 있다.

    "............"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무지개 빛이 쏟아지는 그곳에 한 소녀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고개를 숙이고 양손을 축 늘어뜨린 그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ㅡㅡㅡㅡ오니여, 있습니까]

     소녀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 몸 주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여기 있습니다. 여신님."

     연기가 모이는가 싶더니 무릎을 꿇은 노인의 형상이 되었다.

     그것은 환상귀인이었다.

    [ㅡㅡㅡㅡ용과는 연락이 닿았습니까]

    "닿지 않았습니다. 세계결합 때 걸린 신체적 부하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나 봅니다."

    [ㅡㅡㅡㅡ............]
    "...... 여신님? 왜 그러십니까?"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당신과 용만은 그 존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참 불편하네요]

     세계를 둘로 나눈 후에도 환상귀인과 용종은 '조정자'로서 두 세계의 사이에 있었다. 그래서 여신의 강력한 영향력의 범위 밖에 있다.

    "...... 그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각지에서 순조롭게 여신상과 새로운 교회의 건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ㅡㅡㅡㅡ네, 그런 모양이네요]

     웃는 것인지, 산들바람이 부는 것이 환상귀인에게 느껴졌다.

    [ㅡㅡㅡㅡ잠시 잠들겠습니다. 이 소녀를 보존하도록 하세요]
    "예."

     바로 그 순간, 꼭두각시 인형의 실이 끊어진 것처럼 소녀의 몸이 흔들렸다. 환상귀인이 이를 알아차렸을 때, 소녀는 심하게 쇠약해져 있었다.

     이 소녀는 지금도 '교황'으로 불리며 교회 조직 전체의 수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여신을 지상에 내려올 때를 위한 그릇으로는 딱 좋은 모양인지, 여신은 이 소녀의 몸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눈에서 피가 눈물처럼 흐른다.

    (...... 한계잖아. 아니, 한계를 넘어선 것인가.)

     환상귀인은 소녀의 몸에 마력을 불어넣어 회복시켜 주었다. 유구한 시간을 사는 환상귀인은 이런 마법을 다룰 수 있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여신이라는 엄청나게 큰 존재를 받아들이기에는, 아무리 파장이 맞는 존재라고 해도 한계가 있다.

    "으......"

     소녀는 몸을 약간 움찔했지만, 곧장 잠이 들었다. 지금은 그냥 눕혀두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보 같은 용 녀석,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저주하듯 중얼거렸다.

     여신의 말대로, 이 세상에는 여신의 영향력 밖에 있는 자들이 있다.

     환상귀인과 용은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존재로, 여신의 '부름'을 받아도 무시할 수 있으며 그 위치를 탐지당하지도 않는다.

     그날ㅡㅡ'세계 결합'의 날, 여신에게 죽임을 당할 뻔한 레이지를 구한 것은 엘과, 용의 마법이었다.

     여신의 공격이 닿으면 어떤 강인한 생명체라도 즉사한다.

     그래서 엘이 말 그대로 몸을 날려 공격의 궤도를 돌리고, 용의 마법으로 그 공간에 '구멍'을 뚫고 빠져나온 것이다.

    (아마도 레이지는 살아있을 것이다 ...... 아니,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랬다면 여신님께 '반역'의 행동을 한 용은 곤란하겠지)

     용은 분명히 레이지에게 동정심이 있었다.

    (위험하다고 ...... 용이여)

     아무리 여신이 용과 환상귀인의 행동을 파악하지 못한들, 마법의 흔적은 남는다.

     그 공간에서 마법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영향권 밖의 용이나 환상귀인이라는 것은 여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용과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신은 그것을 방치하고 있다.

    (...... 이제 곧 많은 장소가 여신의 '눈'에 의해 파악될 것이다. 용이여, 어쩔 셈인 게냐)

     환상귀인은 소녀를 안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뭇가지처럼 가볍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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