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7 욕망은 끝이 없지만, 타협점은 반드시 있다(3)

 

"그런 것이구나."
"결국 문제는, 그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있더라도 각국이 전투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랄까요."
"눈에 보이는 이익을 주지 않는 한, 잘 안 될 것 같지만."
"이익이요?"
"사용처를 정한 돈을 건네주는 거야. 방어 준비를 하라면서."
"하지만 그건...... 교회의 제안에 반대하는 나라만 돈을 받고, 찬성하는 나라는 손해를 보게 되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모든 나라에 돈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교회에서도 이미 검토를 마쳤고, 토마슨 추기경님이 투덜거리면서 내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ㅡㅡ다들, 교회는 돈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다. 요구하면 돈이 나온다면서.

　교회는 이미 '융합 이후'의 세계를 내다보고 있고, 그때 많은 물자와 식량, 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각국에 돈을 뿌릴 수는 없는 것이다.

　단순히 몬스터를 물리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될지도 염려하고 있다.

　그만큼 추기경 예하도, 교황 성하도 이번 사안에 진지하게 임하고 계신다.

"...... 그럼 자금 이외의 다른 혜택을 주어야겠지."
"어떤 것이 있죠?"
"키스그란 연방 내에서는 연방의 유지에 관련된 세금이 꽤나 부담이라고 들었어. 방어 기간 중에는 그 세금을 감면. 그 외의 국가에 관해서는 교회에서 무상으로 치료해 주는 것은 어떨까."
"그것은 성하께서도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미 타협안의 일부로 포함돼 있다고 하더군요."

　아가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지?"
"예."
"...... 아버님이나 그렌디드 공작은 크루반 성왕국이 보유하고 있는 5성의 천부주옥을 방출해도 좋다는 생각이셨어."
"예!?"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은 6대 공작가문 중 다섯 공작가에서 가지고 있는 천부주옥이며, 그 외에도 백작가가 1개 가지고 있다.

　로지에 공작가의【검술★★★★★】.
　리스 공작가의 【영웅지휘술★★★★★】.
　에베뉴 공작가의 【신비조합★★★★★】.
　루시엘 공작가의 【용검술★★★★★】.
　라메르 공작가의 【마력강화★★★★★】.
　몬타뉴 백작가의 【기도술★★★★★】.
　지금은 잃어버렸지만, 성왕기사단의【성검술★★★★★★】.

'일천제단'을 가진 크루반 성왕국에서도, 별 5개 이상은 이것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는 5성 이상의 것이 있어도 기껏해야 하나 정도일 것이다.

　이것을 방출한다고?

"그건 ...... 공작가에서 납득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각국은 크루반 성왕국이 얼마나 진지한지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레이지 ...... 그렌지드 공작이 성왕 폐하였을 때 했던 말 기억나?"
"예."

　그렌디드 공작은 '새싹과 새달의 만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ㅡㅡ앞으로 천부주옥을 선택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ㅡㅡ귀족의 피를 타고난 이상, 그 운명과 싸워야 하느니라.

　이것이 진짜 귀족이라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태어날 때부터 '귀하다'라니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렌디드 공작은 '성수색'을 가진 왕족의 의무를 알고 있었다.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책무 말이다.

　그래서 '태생'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던 것 같다.

"공작가에는 현 성왕 폐하께서 이미 설명을 해 주셨어요. 그것을 방출한다는 카드는,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쓸 것 같아요."

　나는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귀한 피'를 타고난 그들은, 목이 잘리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천부주옥을 내놓는 것이다.

　각국을 설득하기 위해서.

"하지만, 레이지. 문제는 그것만으로는 각국이 납득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에요."
"......예."

　하지만 사람의 욕심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고, 6개밖에 없는 천부주옥을 얻지 못한 나라는 불평할 것이다.

"조금만 더 결정적인 것이 있으면 좋겠지만 ....... 그렌지드 공작도, 아버님도 지금 그것을 찾기 위해 각국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실 거야."

　내가 모르는 곳에서 진행되고 있을 조율작업에, 저절로 고개가 수그러지는 느낌이다.

　나 역시 대륙의 국가들이 힘을 합쳐 몬스터와 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마 홀리데이 인민대표는 조정 작업이 어려울 것을 예상하여, 스스로 맹약을 파기하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각국을 움직일 수 있는 마지막 한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