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바빴던 건 그쪽 탓이야. 아무래도 교회에서 [잠깐만]을 외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조만간 일어날 큰 사태에 대비하라는 거지. 국왕 폐하께서 보시기에, 육천 광산의 일시적인 천부주옥 고갈보다 교회의 예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
"............"
"흠, 그 표정을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구나?"
"...... 예, 여기 있는 단테스에게 들었습니다. 그의 동료가 교회에 보고를 한 것 같군요."
"그래? 그럼 설명할 수고를 덜겠네."
그루지오는 말했다.
"동료들을 모두 이 발할라로 데려와라. ㅈㄴ력은 한 명이라도 많을수록 좋다."
"어째서죠? 여기엔 그루지오 님, 당신이 계실 텐데..."
처음으로 단테스가 말했다,
"그래. 내가 있으면 대부분 지켜줄 수 있지."
"......그럼 저희는 다른 도시로 가겠습니다. 당신이 없는 곳으로."
그러자 그루지오는 어려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면, 전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논외야."
단테스는 놀랐다.
그루지오는 이미 [세계의 융합] 이후의 위기를 '앞으로 일어날 현실'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길드는 어떻게 할 겁니까? 모험가들에게 어떤 통보를 하실 건지?"
"아무것도 안 해."
"아무것도 ......!? 어째서. 당신은 [세계의 융합]에 대해 그토록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도시에 있으라고 하는 거냐? 모험가는 자유가 신조다. 돈도 못 받으면서 얌전히 있는 놈이 어디 있겠어?"
"예산을 쓸 수는 없습니까?"
옆에서 요제프가 말했다,
"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멍청아. 유벨마인즈도 쪼들린다고."
"......아, 그래서 본부에서......"
"길드에 돈이 없어. 그래서 나도 귀족들에게 여기저기 물어봤지만, 안 된대."
그제야, 단테스와 요제프 두 사람은 그루지오가 왜 그렇게 바빴는지 알게 되었다.
귀족들을 상대로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험가를 이용해 도시를 지키기 위해.
"......이번 일은 싸해. 내가 지금까지 상대했던 어떤 몬스터보다도 더 위험한 냄새가 풍겨."
초자연적인 '예감'으로 위기를 감지한 그루지오와 안전한 환경에 있는 귀족과는 위기감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모험가 길드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사실 그것은 단테스가 모험가 길드에 이야기를 꺼내기 전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모험가를 묶어두는 것은 어렵다.
영도 유벨마인즈에 용이 날아들거나 하는, 그 정도로 확실한 적이 없다면 말이다.
아니면 돈이 있으면 '의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수법은 쓸 수 없을 것 같다.
"...... 그루지오 님.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응?"
겸손하게 손을 든 단테스에게 그루지오가 시선을 보낸다.
"세계의 융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일정이 정해져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지는 몬스터의 습격입니다."
"맞아. 그래서? 고작 며칠일지도 모르지만, 전체 모험가 길드에서 모험가들을 며칠 동안 발이 묶는데 얼마가 드는지 알고 있어?"
"훗, 안타깝게도 저는 모르지만, 대략적인 수치를 계산한 사람은 있습니다."
단테스는 머릿속에 자신의 파티원이자 영리한 소년을 떠올렸다.
그가 말한 숫자를 그루지오에게 전하자, 그는 그날 처음으로 표정을 지었다.
놀라는 표정이다.
"호오...... 우리 직원이 사흘 밤낮으로 계산한 숫자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어떻게 했어?"
"하하하. 그게, 나는 그 계산법을 들어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서 말입니다."
레이지가 한 계산은 이른바 '페르미 추정'이라는 것이다.
실수나 실체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몇 가지 단서를 바탕으로 추측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