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장 5 「재앙의 아이」(1)
    2023년 03월 11일 22시 01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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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랑스토크 호상국 교회 총본산 [백의 성당] 대회의장 ★

     

     

     원형의 회의장이었다. 그곳은 엄청나게 넓어서, 무도회도 열 수 있을 정도였다.

     슬릿이 들어간 듯한 창문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동쪽에서 남쪽, 서쪽으로 32개나 걸려 있다.

     두꺼운 천으로 된 커튼은 쳐져 있지 않아서, 들어오는 빛으로 대략적인 시간대를 알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넓은 회의장을 전체적으로 밝게 비추기에는 광량이 부족하여, 원탁과 그 주변에 마련된 대기석에는 많은 촛불이 켜져 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한 멤버들이네요)

     대기석에서 귀족과 문관들과 함께 앉아 있는 에바는 긴장하고 있었다.

     크루반 성왕국을 포함한 16개국의 대표들.

     특히 키스그란 연맹에 속한 소국 중에는 국가 원수가 직접 온 곳도 있다.

     원탁에 앉을 수 있는 대표자는 한 명뿐이라서, 크루반 성왕국의 대표이자 성녀왕의 '전권위임문장'을 가진 그렌지드 공작이 원탁에 앉았으며, 그 뒤에 조용히 서 있는 자는 쉬리즈 백작이었다.

    "에바 양, 보세요. 저건 수왕종족이군요 ...... 정말 눈에 띕니다."

     에바의 옆에 앉은 사람은, 동갑내기이며 6대 공작 가문 중 하나인 에베뉴 가문의 에탄이다.

     하플링이기도 한 그는 레이지가 클루반 성왕국을 떠나야 할 때 갈등을 빚었던 에베뉴 가문의 당사자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에바와도 화해했다.

    [재앙의 아이]를 처형하고 싶었던 것은 그의 아버지와 고위 귀족들이었고 에탄 본인은 그런 마음이 없었는데, 레이지가 떠난 후 그의 호위병에게 레이지가 쫓겨나는 일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깊이 후회하며 에바에게 사과를 한 경위도 있었다.

    "네, 모두들 정말 큰 몸이시네요."

     마치 고릴라의 몸을 조금 수정하여 인간족과 닮게 만든 듯한 남자가, 극채색의 기모노를 입고 있다.

     심지어 등에는 깃털 장식까지 달려있다.

     그가 수왕종족의 대표인 것 같은데, 덩치가 큰 그렌지드보다도 두 배는 더 커서 원탁의 멋진 의자도 삐걱거리는 바람에, 지금 막 4명이서 더 큰 의자를 들고 온 참이다.

     그 뿐만 아니라 동행한 멤버들도 모두 덩치가 커서, '수인'이라기보다는 '인간형 짐승'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모두 짐승에 가까웠다.

    "저렇게까지 짐승에 가까우면, 괴물로 착각할 것 같구먼"
    "맞소."
    "저 녀석들은 어디 사는 게요."

     에바와 같은 테이블에서는, 상류층 귀족들이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우리 성왕국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국가인데도, 그런 대화를 하다니 ......)

     항의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꾹 참는다.

     애초에 크루반 성왕국에도 특급 사제 엘=구=라른 같은 자도 있다. 그는 겉모습이 완전히 토끼지만 말을 하며 성왕궁의 어려운 사제직을 수행하는, 나라에 꼭 필요한 인재ㅡㅡ아니 토재다.

     에바로서는 이 소란스러운 회의장에서 무례한 대화가 그 종족에게 들리지 않기를 바랄뿐이었지만, 엘보다는 인간 종족에 가까운 수인 여성 한 명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뾰족하게 솟은 두 귀가 대화를 잘 포착하고 있는 것 같다.

     30미터는 떨어져 있는데도 말이다.

     16개 국가 대표석과, 4개 종족 대표석.

     하지만 자리는 22개인데, 나머지 두 자리에 앉아야 할 인물이 막 이곳에 왔다.

    [제320대 교황, 엘멘트라우트=에일리히=크라우젝트 성하 및 토마슨 추기경 예하께서 오셨습니다]

     사제가 마도구를 이용해 큰 소리로 말하자,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안쪽의 잘 닦여 반짝이는 나무 문이 열리자, 회색 수도복에 회색 베일을 쓴 여성, 아니 소녀가 나타났고, 그 좌우로 수녀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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