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장 12 맨날 누나가 말하던 거랑 마찬가진데?
    2022년 07월 20일 09시 54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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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470gm/67/

     

     

     

     그리고, 우리들은 식당의 주방으로 숨어들었다.

     

     역시 왕립학교의 주방은 학생이 많아서 그런지 상당한 규모였다.

     둘러보니, 조리기구가 나열되어 있다. 요리를 하던 사람들은 쉬러 간 모양인지, 아무도 없었다.

     

     필은 눈을 반짝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단해...... 냄비도 식칼도 전부 일류잖아."

     

     "보면 알아?"

     

     "응. 난 왕가의 저택에서 조리구의 손질도 해왔으니까. 리얼리스 공작가의 주방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고가의 조리도구를 쓰고 있었어."

     

     필은 친가인 왕족의 집에서 하인 같은 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럼, 필과 함께 과자를 만들어보자!"

     

     "하, 하지만 누나...... 멋대로 먹으면 혼나는 게......"

     

     "괜찮아. 난 이곳 식당의 요리사 할아버지랑 사이가 좋고, 오늘 먹을 것은 내가 만들 거니까."

     그렇게 말하자, 필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사실 난 여기서 시아와 앨리스와 함께 과자 만들기 연습을 해왔던 것이다.

     

     난 주방의 찬장에서 자루 하나를 꺼냈다.

     그곳에 내가 만든 과자를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난 그걸 꺼내들었다.

     

     "저기...... 어때?"

     

     내가 필한테 내민 것은, 작은 링 모양의 쿠키였다.

     로스코 데 비노라는 것인데, 달달한 와인을 넣은 쿠키다.

     

    로스코 데 비노. 스페인 과자

     

     시아가 집에서 자주 구웠다는 쿠키인데, 내가 배우면서 구운 것이다.

     원래는 예쁜 고리 모양이 되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내 것은 푸석푸석해서 중간에 고리가 끊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맛은 있다며 시아가 칭찬해줬다.

     

     필은 쿠키와 내 얼굴을 교대로 바라보았다.

     

     "받아도 돼?"

     

     "응. 그러려고 꺼냈는걸."

     

     필은 얼굴을 빛내더니, 나의 수제 쿠키를 입으로 옮겼다.

     난 두근거리면서 필의 감상을 기다렸다.

     

     필은 기뻐 보이는 표정으로 쿠키를 먹었다.

     

     "정말 맛있어. 아니스[각주:1]의 좋은 풍미도 나고."

     

     역시 필은 대단해. 시아의 지시로, 아니스 파우더를 쿠키에 넣어봤었다.

     아니스는 학교 옥상의 정원에서 재배하고 있어서, 입수가 쉬운 식물이며, 음식에 쓰면 독특한 향이 난다.

     

     "하지만...... 모양도 좀 그렇고, 필이 만든 것에 비하면......"

     난 무심코 자신 없는 말을 입밖에 내어버렸다.

     그러자 필은 천사 같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전혀 그렇지 않아. 정말 맛있었으니까. 그리고 난 누나가 만든 걸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뻐."

     

     "그, 그러니?"

     "응. 항상 누나가 말하던 거랑 마찬가진데?"

     "고마워. 하지만, 나도...... 더 열심히 해서 더 맛난 걸 필한테 먹여줄게."

     

     "응. 그럼 누나도 내가 만든 과자를 먹어줬으면 기쁘겠어."

     

     필과 서로의 과자를 먹여주기. 이거 좋을지도!

     난 필이 내 쿠키를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일이 가능한 날을 기대하였다.

    1. 감초와 비슷한 맛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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