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17 밤의 마녀2022년 07월 14일 14시 36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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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호흡했다.
연못의 바닥에는 수많은 푸른 보석이 빛나고 있다.
저것이 천청석.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물이......차갑다.
동굴 안의 지하수의 차가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너무 오래 잠수하면 체온을 빼앗겨 위험해질 것 같다.
조금씩 연못 밑으로 내려간다.
작은 물고기가 많이 헤엄치고 있는데, 그것들이 내 몸을 스치가 조금 간지럽다.
보석이 있는 장소는 그리 깊지 않다.
곧장, 나는 보석에 손을 댈 수 있는 장소까지 왔다.
뭐야...... 의외로 간단하잖아.
이제 이 보석의 파편을 떼내어 갖고 돌아가면 돼.
천청석은 그 안에 불가사의한 빛이 깃들어 있어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보석의 파편에 손을 대었는데......
그 순간, 의식이 어두워졌다.
☆
여긴...... 어디지?
이건, 꿈?
그곳은 새카만 공간.
하지만, 여러 사람이 날 에워싸고 있다.
모두가 있다.
학교의 친구들, 왕태자 알폰소 전하, 성녀 시아, 카를 아버님, 그리고...... 15살의 필.
하지만 나한테는 내편이 전혀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날 모멸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왜...... 모두들 그런 눈으로 날 바라봐?
난, 리얼리스 공작가의 딸이며, 왕태자의 약혼녀인데.
"너는...... 신분이 높을 뿐인 여자다."
그렇게 말한 자는 왕태자 알폰소 전하였다.
그의 푸른 눈이, 날 내려다보고 있다.
"성녀 시아만 있으면, 너 따윈 필요 없어."
주위의 모두가 한데 입을 모아 말한다.
그 시아는, 아름다운 진홍색 눈동자로 나를 허무하게 바라보고 있다.
"클레어 님은, 저를 배신했어요. 이제...... 친구가 아니에요."
시아는 등을 돌리고 내 앞에서 떠나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전부 내 앞에서 사라졌다.
어두운 공간에서 홀로 남은 자는, 필이었다.
15살의, 나를 죽였던 때의 필이다.
그는 딱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필에게 물어보았다.
"너도...... 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누님은 필요 없는 사람이 아냐...... 존재해서는 안 될 사람이다."
"뭐?"
"밤의 마녀. 왕도의 재앙. 누님은 살아있는 한, 사람들한테 비탄과 슬픔을 안겨주는 존재다. 그러니 내가 죽여야만 해."
밤의 마녀? 왕도의 재앙? 내가?
무슨 말이야?
분명 나는 시아한테 심한 짓을 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짓은 아무것도 안 했다.
그런데, 이 필은 내가 살아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진다고 한다.
내가 혼란스러워하자, 필은 쓸쓸히 미소 지었다.
그리고 단검을 꺼내 드는 것이었다.
아아...... 이것이 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또다시, 나는 필한테 살해당하는구나.
"......누나?"
그때,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자그마한 소년이 있었다.
필이다.
10살의, 내 동생인 필.
흑발흑안의 정말 자그맣고 가냘픈 몸을 한 아이다.
나를 죽였던 15살의 필이 아니다.
10살의 필은, 15살의 필을 노려보고 있다.
"클레어 누나는...... 필요 없는 존재가 아냐. 누나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아. 왜냐면...... 누나가 있어서 나는 행복하니까!"
필이 외친 순간, 15살의 필의 모습은 찌그러지더니 이윽고 사라졌다.
이제 남은 자는 10살의 필과 나 뿐이다.
필은 내게 다가와서는, 날 끌어안았다.
"피, 필?"
"클레어 누나는 마녀가 아냐...... 분명 내가, 진짜 내가 누나를 도와줄 테니까."
그리고, 시야가 급격이 뿌옇게 된다.
의식이 멀어지는 와중에, 필은 하얀 뺨을 붉히며 미소 지었다.
☆
괴로워......
정신 차리자, 나는 물에 빠진 상태였다.
연못 속에서 잠시 의식을 잃었던 모양이다.
물을 많이 마시고 말았다.
보석의 파편은 손에 제대로 쥐고 있다.
이걸로 의식은 성공한 것이겠지만......
하지만 좀 위기다.
어쩌지......
내가 초조해지자 더욱 괴로워졌다.
이대로 숙부님의 종자처럼 나도 죽을지도.
그렇게 생각했더니, 자그마한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는 것을 눈치챘다.
필이다!
날 구하려고 뛰어든 모양이다.
필은 그 작은 몸으로 날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지금의 필은 나보다도 작으니, 그 체격으로는 분명 무리야.....
필은 내 팔을 붙잡고 힘썼지만...... 이대로 있으면 필도 익사해버려.
나는 고개를 저었지만, 필은 개의치 않고 날 구해주려 했다.
하지만 이윽고 필도 폐에 물이 들어갔는지, 이윽고 손에 힘이 풀렸다.
나도 의식이 희박해진다.
이런 곳에서, 나도 필도......죽어버리다니.
모처럼 다시 시작했는데. 이렇게나 귀여운 동생이 생겼는데.
그때, 이번에는 커다란 사람이 나타났다.
시야가 흐려서 얼굴이 잘 안 보인다.
나는 강하게 붙들려 끌어올려졌다.
어느 틈에, 나는 동굴의 지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커다란 한숨 소리가 들린다.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꼬마들이다......"
투덜거리던 사람은, 다미안 숙부님이었다.
나도 점점 의식이 또렷해진다.
아무래도 다미안 숙부님이 우릴 구해주신 모양이다.
"숙부님...... 고맙습니다."
"그런 일 보다, 필이 문제인데......"
난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필은 동굴 바닥에 누워있었다.
하지만, 눈동자는 감겨있었고..... 숨도 쉬지 않았다.
"필......!"
숙부님은 필의 머리를 잡고 위를 향하게 해 줬다. 호흡하기 쉽게 만들려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필의 호흡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럴 때...... 어떡해야......
나는 재빨리 필의 작고 붉은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그리고 숨을 불어넣었다.
이렇게 하면, 의식이 없는 사람도 호흡이 돌아올 수 있다고 배웠던 적이 있다.
조금 지나자, 움찔거리며 필의 몸이 움직였다.
그러더니 눈을 번쩍 뜨는 필이었다.
아......
나는 아직 필한테 입을 댄 채였다.
키스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다. 그것도, 나는 흠뻑 젖은 속옷 차림.
내가 서둘러 떨어지자, 필은 입을 뻐끔거리며 눈을 깔았다.
"저, 저기...... 누나가 그런 일을 하고 싶다면...... 나......"
"오, 오해라니깐!"
내가 필한테 경위를 설명하자, 그는 착각임을 깨닫고 더욱 부끄러웠는지 귀까지 얼굴을 붉혀버렸다.
"미,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클레어 누나."
"아니, 나야말로...... 필이 구하러 와줘서 정말 기뻤어."
나는 필한테 다시 다가가서, 그 검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천청석은 손에 넣었어. 다시 말해서 의식은 성공. 필이 공작이라는 걸 증명한 거야!"
"......응!"
필이 미소 짓는다.
그리고, 나는 숙부님을 돌아보았다.
"숙부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무슨 일로? 난 너희한테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난 그냥 시비를 걸러 왔을 뿐이라고. 알았지?"
내가 고개를 숙이자, 숙부님은 싱긋 웃었다.
"뭐, 열심히 해보라고. 그 꼬마가 어엿한 공작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뭐 노력하는 건 괜찮겠지. 난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없는, 단순한 막돼먹은 놈이다. 하지만 꼬마들은 다르겠지....."
"저기......"
"왜?"
"숙부님은 막돼먹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없다니,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자 숙부님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잠깐 볼일이 생겼다." 라고 말하며 떠나가버렸다.
이전의 인생에서, 나는 숙부님의 일을 전혀 몰랐다.
숙부님만이 아냐.
분명...... 그 외에도, 내가 보지 못했던 일이 있었겠지.
그리고 밤의 마녀라는 단어.
시아에게 했던 범죄 이외에도, 내가 죽어야 할 이유가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에 잠긴 나의 손을, 필이 붙잡는다.
"클레어 누나...... 이걸로...... 우리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지?"
"...... 당연하지! 필이 그렇게 원하는 한은."
나는 몸을 웅크려서 필을 꼭 안아줬다.
필도 부드럽게 미소 짓고는 날 안아줬다.
자, 돌아가자.
우리들의 저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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