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4・first half -0×0=실/반 scene4
    2022년 05월 01일 13시 20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10/

     

     

     

     ㅡㅡ1995년.

     

     

     옴니버스 드라마 '기도'라는 작품은, 공통된 한 유령이 여러 사람들을 놀래킨다는 스토리다. 어느 때는 평범한 가정이. 어느 때는 극악한 악인이. 어느 때는 모두에게 상냥한 선인이 여러 형태로 '기도'라는 도시 전설을 듣고 나서 그 악령과 만난다.

     나는 그 극악무도한 악령, '네이'를 연기하는 이른바 호러 여배우다. 여태까지 여러 악령을 연기하며 안방극장을 공포에 물들였지만, 이런 드라마의 고정 출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위치는 처음이었다.

     

     "키리오 씨, 생각 중입니까?"

     

     라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자, 매니저인 츠지구치 씨가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었다. 마른 몸에 여자애처럼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두꺼운 안경을 벗으면 꽤 귀여운 이목구비를 한 남성.

     진지한 그에게 걱저을 끼쳐버렸다고 생각하자 미안한 마음이 드는 한편, 의 표를 찔러 놀래키고 싶어지는 자신이 있는 것은 비밀이다.

     

     "아하하, 미안미안. 오늘의 상대 역을 생각하고 있었거든."
     "아아...... 시죠 레키 말입니까. 도대체 언제 도착할지."
     "그래~ 뭐 어차피 이다음은 딱히 일도 없으니, 느긋하게 기다리자."

     오늘 드라마의 상대는 '시죠 레키'라는 젊은 배우다.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위니까, 26세겠지. 재능 있는 배우여서, 데뷔 후 3년 만에 유명해졌다.

     어머니가 그리스인이라는 그는, 선명한 금발과 푸른 눈의 핸섬가이여서, 정말 인기가 많았다. 같이 연기한 사람은 홀딱 빠진다던가. 그 때문에 우쭐해져서 이렇게 지각도 해버리는 파렴치한 작자다! 라고, 우리 사무소의 사장영애인 타마미가 가증스럽다는 듯 말해줬었다.

     나로서는 제대로 연기만 해준다면 그걸로 족하다. 뭐, 화장도 끝났고 복장도 갖춰놓아서 그다지 움직일 수 없다는 점과, 밤의 야외에서의 촬영이라 조금 서늘한 것은 불만이라면 불만이지만.

     

     

     "시죠 씨 들어옵니다!"

     

     

     그렇게 츠지구치 씨와 담소를 나누고 있자, 스탭의 목소리가 촬영장에 울렸다. 업무용 차량에서 내려선 미모의 청년. 어두운 촬영장이라서 더욱 반짝이는 그 모습에, 여성 스탭과 연기자의 눈이 붙박여버린다.

     과연. 늦어버린 사과를 입에 담아도, 어쩐지 무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상당한 자신감과 자존심이 있는 거겠지. 말뿐인 사과라 해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 연기력이 그의 인상을 지탱하고 있는 걸까.

     

     '그렇구나아~'

     

     그럼, 그 태도에 상응하는 연기를 보여준다는 뜻이겠지. 음후후후, 불타오른다.

     어쨌든, 이걸로 촬영 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기분을 다잡고서 촬영 준비에 들어가려 하자, 그 시죠 씨가 내게 다가왔다.

     

     "여어, 네가 악령 역할이구나."
     "네. 오늘은 잘 부탁해요, 시죠 씨."

     예의상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인사를 끝냈다. 그러자, 인사가 약간 담백한 것이 그의 자존심을 긁었는지, 시죠 씨는 약간 눈썹을 찌푸렸다. 그리고 주변의 어수선함 속에서, 나한테만 들릴만한 음량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호러 여배우라. 뭐 상관없지만, 내 발목이나 잡지 말라고."
     "예에."

     시죠 씨는, 그것만 말하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남겨지는 나는 어땠냐면.

     

     "키리오 씨, 슬슬 스탠바이..... 키리오 씨?"

     "아아, 츠지구치 씨. 오늘의 연기 말인데ㅡㅡ"

     

     고개를 갸우뚱하는 츠지구치 씨한테 미소 짓고는.

     

     "ㅡㅡ봐주지 않고, 갈 테니까."
     "예? 에엑......"

     

     미안, 하고 웃으며 고하자, 츠지구치 씨는 새파래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네이. 안녕을 잃은 자. 나를 만드는 모든 존재를, 원념의 구렁텅이로 빠트리고 저주한다ㅡㅡ한 명도 빠짐없이.'

     

     장소는 도내의 신사. 심야에 해당하는 시간이라서, 옥외등의 불빛도 기대할 수 없다. 나는 '기도'의 감독인 다가와 감독한테 '자유롭게 하는 편이 무서우니까 잘 부탁합니다' 라며 새파래진 얼굴로 부탁받았으니까, 공포 연기는 전적으로 나의 재량이다. 물론 타이밍은 대본대로 하지만.

     촬영이 시작됨과 동시에, 나는 신사의 뒤편에서 대기. 시죠 씨는 이번에 첫 악역에 도전하는데, 결혼 사기꾼을 맡는다. 속아서 자살한 여성이 목숨을 걸고 저주하여, 도시전설인 '네이'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지금은 그 시죠 씨가, 자살한 여성의 친구한테 불려 나와서 그녀와 말다툼. 충동적으로 그녀의 목을 조르는 와중에 내가 나타나게 되는 것인데, 신사의 뒤에서도 쿠죠 씨의 또렷하고 잘 전달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ㅡㅡ그럼, 당신만 '사라진다면', 나의 죄를 아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로군?"

     "힉......아, 아니, 오지 마!"

     "이젠, 늦었어......!"

     

     

     그런데, 평범하게 나타난다면 시청자도 연기자도 츠지구치 씨도 질릴 것이다. 시죠 씨가 발목을 잡지 말라고까지 말해버렸으니,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나락을 향해 발목을 잡아당긴다면 그도 만족해주려나.

     기척을 숨긴다고는 하지만, 호흡을 없애거나 발소리를 안 나게 하도록 조심하면 위화감이 따라붙는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조'. 귀를 쫑긋 세우며 바람소리와 호흡소리를 맞춘다. 그들이 내는 소리와 발소리를 맞춘다. 기척을 녹아들게 하는 것이야말로, 기척을 없애는 일의 진수.

     

     

     우르우가 '트라우마가 되니 하지 마' 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일도 있었지만ㅡㅡ가끔은 괜찮겠지.

     

     

     "죽어, 죽어, 죽으라고, 자아!"

     "으, 으아......이.......이......"

     

     

     빛이 닿지 않는 위치. 또한, 감독조차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무릎을 약간 굽혀서 머리의 위치가 변하지 않도록, 지면을 미끄러지는 듯 다가간다.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연기를 하는 그의 어깨, 바로 옆에 나란히 서도록, 등 뒤에서 고개를 들이밀었다.

     

     

     『諞弱>』

     "으으ㅡㅡ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지면을 구르는 것처럼 물러서면서, 일어나려 해도 실패해서 다시 주저앉는 그. 여자를 속여온 남자한테, 다시 미끄러지듯 다가간다. 타이밍은 엉덩방아를 찧은 순간. 생리반응으로 감겼던 눈이 뜨이기 전에 그의 정면에 '출현'하자, 그는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옷이 흙으로 더러워지는 것도 상관치 않고 도망쳤다.

     

     

     『縺翫∪縺医b』

     "히익."

     

     다가가서 볼에 양손을 대고는, 바로 밑에서 바라본다.

     

     

     『闍ヲ縺励a』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ㅡ"

     

     

     그렇게 해줬더니, 시죠 씨는 비명과 함꼐 풀썩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건 좋았지만, 아무리 지나도 '컷' 의 한 마디가 들리지 않는다. 잠깐 상태를 볼까? 카메라가 돌아도 괜찮도록, 악령인 채인ㅡㅡ'네이' 인 채로 그들을 공포의 구렁텅이로 인도하자.

     

     

     『■■■■■ァァァァァ』

     

     

     신음소리. 고개의 위치는 바꾸지 않고, 처음으로 어깨를 카메라측......내 기준으로 왼쪽을 향해 움직이고, 그다음 허리, 한쪽 팔, 한쪽 다리를 파트마다 각기 다른 움직임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조각조각 났던 움직임이 거짓이었던 것처럼 기세 좋게 고개를 향한다.

     

     

     "히익."
     "사, 살려줘."

     "누, 누가 좀."
     "(뻐끔뻐끔뻐끔)"

     

     

     소리 없이 떠는 소리.

     가녀린 목소리로 도움을 청하는 사람.

     엉덩방아를 찧으며 헛소리처럼 뭔가를 중얼거리는 사람.

     거품을 물고 위를 보며 쓰러진 츠지구치 씨.

     

     나는 그들을 시야에 넣자, 머리 높이를 바꾸지 않도록 하며 재빠르게 뒤를 향해 브릿지. 그대로 카메라를 향해 도약했다.

     

     

     


     『谺。縺ッ縺翫∪縺医□――!』

     

     

     

     비상.

     착지.

     바스락거리며 쫓아간다.

     

     

     "으, 으아아아아, 나왔다아아아아!?"

     

     

     감독이 외치는 목소리.

     연기자의 실신.

     스탭의 절규.

     

     나는 카메라 뒤쪽까지 달려가고서, 몸을 일으켜 주변을 보았다. 저기~ 끝난 걸로 쳐야 될까. 감독한테 다가가자, 감독은 몸에 힘이 빠진 채로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저기~ 감독님? 컷은 언제 하나요?"

     "아와, 아와와, 아와와와, 아와와와와와와와."

     

     음...... 혹시 너무 지나쳤나?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