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ater14・first half -0×0=실/반 scene12022년 05월 01일 08시 26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07/
ㅡㅡ내부에 잠겨 든다.
옅은 분홍색 커튼에서 새어 들어오는 아침 햇살. 개구리가 모티브인 귀여운 시계는, 아직 기상시간을 가리키고 있지 않다. 앞으로 30분 더 있으면 미카도 씨가 날 깨우러 노크할 것이다.
그래서, 그전에 아침의 아직 졸린 이 시간. 가장 머리가 맑을 때, 마음 내부에 말을 걸어서 잠겨 든다.
깊게, 깊게, 깊게.
ㅡㅡ눈꺼풀을 감는다. 빛이 차단되고, 눈앞에는 어둠만이 펼쳐진다.
깊게, 깊게, 깊게.
ㅡㅡ꿈속에서 하늘을 나는 듯한, 발을 뗀 듯한 부유감.
깊게, 깊게, 깊게.
ㅡㅡ떨어진다. 내장이 떠오르는 기분 나쁨. 하지만 바람은 느껴지지 않는다.
깊게, 깊게, 깊은 곳까지.
ㅡㅡ몸이 멈춘다. 수면에 비누 방울이 떨어지면 녹아드는 것처럼 달라붙는다.
ㅡㅡ부유감이 사라진다. 붙어있던 비누 방울이 터지고, 수면이 사라지듯이.
'밝아.'
눈을 뜬다. 주변 일대는 새하얀 공간이다. 연기에 들어섰을 때처럼 자신의 내부에 잠겨 들자, 이 장소에 떨어질 수 있었다.
'이상한 곳.'
전부 새하얗다. 무한히 흰색이 이어져 있고, 어디가 위아래 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걸어가기 시작하자 바닥이 수면처럼 일렁인다. 나는 잠옷과 맨발인 채 똑바로 걸어갔다.
한걸음 한걸음, 확인하는 것처럼 걷는다. 밝고 어둡고 차갑고 따스하다. 꿈인데도 여러 감각이 뒤섞인다. 경험이 발아하는 것처럼, 나의 꿈을 채색한다.
'있다......'
새카만 어둠. 다가가서 손을 뻗어보니, 파문이 일어날 뿐이고 그 이상은 다가갈 수가 없다. 아무리 밀어 보아도 공기의 벽에 닿고 있는 것처럼, 촉감으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나아갈 수가 없다.
저 앞에ㅡㅡ고개 숙이고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있는데도, 나는 이 이상 어찌할 수 없었다.
"......"
목소리가 안 나온다. 다가가서 손을 뻗어보아도, 뭔가를 말할 수는 없었다. 역시 나와 내가 깊게 교류할 수 있는 것은 연기할 때뿐일까.
묻고 싶은 일이 많이 있는데.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이 있는데. 고맙다고 전하고 싶은데.
당신은, 정말로 내 전생이야?
당신이었던 내가, 다시 태어나서 내가 된 거야?
물어보아도 닿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려서ㅡㅡ
"츠구미 님, 아침이에요."
ㅡㅡ의식이 끌어당겨진다.
"아ㅡㅡ미카도, 씨.'
"예, 미카도예요. 츠구미 님."
노크해도 대답이 없자, 미카도 씨가 이렇게 일으키러 와준 모양이다. 체감시간보다 훨씬 오래 그 의식의 바닥에 있었던 모양이다. 미카도 씨한테 "안녕하세요." 라며 인사하고서 시계를 보니, 일어나려고 생각했던 시간이 지나 있었다.
"깨워줘서 고맙습니다, 미카도 씨."
"아뇨, 아직 여유는 있지만...... 준비할까요."
"네."기온도 꽤 올라있어서, 두꺼운 옷은 덥다. 허리의 장식은, 귀여운 백사가 특징적인 리본. 전체적으로 보자면, 품위 있게 소매를 장식하는 프릴이 붙은 원피스. 그리고 머리를 늘어뜨리면 덥다면서 미카도 씨가 두 갈래로 묶어주었다. 이른바, 트윈테일이다.
거울 앞에서 좌우로 흔들어보니, 트윈테일도 껑충거리며 튀어 오른다. 왠지 조금 재밌다.
"자, 츠구미 님."
"아, 네!"
"후후, 천천히 해도 괜찮답니다."
미카도 씨와 함께 나란히 방을 나선다. 걸어가면서 생각나는 것은, 역시 잠겨 들었던 의식의 끝, 가장 깊은 곳. 백과 흑의 공간이었다.
나는 여태까지 계속, 죽은 키리오 츠구미가 다시 태어나서 그 기억이 부활한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 기억일 나와 대화할 수 있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이람. 나와 키리오 츠구미는 다른 사람? 리리와 리리야처럼, 인격이 다른가? 하지만, 전생도 현생에서도 취향과 기호는 바뀌지 않았다. 나도 뱀과 개구리와 까마귀가 좋고, 진한 음식보다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고, 무엇보다도 연기를 좋아한다.
'으으으음......어려워.'
턱에 손을 대고 신음하면서 걷는다. 의식 안에서 키리오 츠구미의 기억과 접한다면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말을 걸 수는 없었다. 그뿐인가,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그때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키리오 츠구미의 기억은ㅡㅡ나는......
"자, 츠구미 님."
"어, 아, 네."재촉받아서 응접실에 들어간다. 그러고 보니 왜 응접실로 가는지 물어보지 않았네ㅡㅡ하는 궁금함은, 문을 열자마자 풀렸다.
소파에 앉아서 마미와 마주 보며 서류를 손에 든 여성. 뒤로 묶은 흑발과 은테안경의, 성인 여성.
"어."
눈치챘을 때는, 이미 달리고 있었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깨닫게 해줘야 한다는 건방진 생각도 뛰어가는 일을 재촉한다. 착지도 생각하지 않고 뛰어들면 돼. 왜냐면, 반드시 받아내줄 테니까.
"코하루 씨!!"
"츠......츠구미, 님ㅡㅡ!"
몸을 던진 나를, 코하루 씨가 안아주었다.
"내 매니저는, 이제 싫어졌어?"
놓치지 않겠다며 멋진 말을 하려고 했던 입이 반역한다. 연약한 어조. 이런 약한 나를 경멸하지 않을까. 키리오 츠구미처럼 강하지 않은데도.
소파에 올라간 형태로 끌어안았다. 다리가 떨린다. 손도 조금. 나한테서 떨어지는 걸까. 그럼, 슬프다. ......괴롭다.
"시, 싫어한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한 번도, 없었다고요.....!"
"코하루 씨......"
"하지만......저, 저로, 괜찮나요?"
"코하루 씨가 좋아."
"...."
"나도 그래. 코하루 씨는, 나 따위를 지켜줘도 되는 걸까? 하고 무서워했어. 그러니ㅡㅡ에헤헤, 똑같지? 코하루 씨."
그러가 고개 숙인 코하루는, 작은 목소리로 흐느끼는 것처럼 "안아도 될까요." 라고 물어보았다. 예절 바르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그에 수긍하자, 코하루는 날 따스히 안아주었다.
"이제 두 번 다시 무서운 경험을 겪게 두지 않아요. 반드시."
"코하루 씨와 함께 있어서 무섭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코하루 씨가 지켜주니까."그러니까, 이제 어디에도 가지 마. 왠지 그 말은 하지 않아도 전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후후, 조금 샘나네."
"으아아아아, 안녕하세요, 마미!"
"그래, 안녕, 츠구미."
마미의 목소리로 제정신을 되찾는다. 서둘러 떨어져서 그대로 코하루 씨의 옆에 앉았다.
"오늘은 의사 확인을 해둘까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네. 계약 갱신은 하기로 하고ㅡㅡ츠구미."
"?""오늘은 새롭게 네 호위가 될 사람을 소개할게. 하지만 시범적으로 이전부터 따라가게 했었지만, 눈치채지 못하도록 행동하게 시켰단다."
음? 이전? 어제.....라는 뉘앙스가 아닌, 조금 더 이전부터? 그렇다면 코하루 씨가 휴가를 썼을 대부터였나. 기척은 느끼지 못했다ㅡㅡ그러고 보면 미카도 씨의 기척도 전혀 느끼지 못했으니, 새삼스럽나.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마미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마미의 옆에 한 여성이 무릎을 꿇었다. 나타난 것도 아니고 내려온 것도 아닌,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언뜻 보기에, 확실히 그곳에 있는데도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위화감'. 세, 세상은 넓구나.
"그녀의 이름은 마요이. 그것만 기억하면 된단다."
"으, 응."
마요이라고 불린 여성. 군청색으로 보이는 검은 단발머리. 자그마한 체형이라서 까딱 하면 고등학생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입은 옷은 검은 바탕의 반소매 셔츠고, 츠나기처럼 주머니가 많은 바지. 발치는 잘 안 보이지만.... 부츠인가? 손에는 검은 장갑을 끼고 있다.
"잘 부탁해, 마요이 씨."
"...... 츠구미, 마요이한테 발언을 허가해 주렴."
"네? 으, 응, 마미. 저기, 마요이 씨. 편하게 말해도 되는데요?"답답하게 하면 어깨가 굳어버리는걸. 아니, 아직 굳지 않았나. 마요이 씨는 마미와 아이컨택트로 뭔가의 대화를 나눈 뒤, 곧장 어깨를 으쓱거리며 일어섰다.
"그래? 그럼 원하는 대로."
일어서자, 승부욕이 강해 보이는 눈이 잘 보인다. 해외의 피가 섞였는지, 검은 눈동자에는 옅게 푸른색이 감돌아서 감색으로 보인다.
"저기, 아가씨. 당신, 손가락은 튕길 수 있어?"
"에? 아, 네."
엄지와 검지를 튕겨서 소리 내어 보였다.
"그, 그럼 그걸 신호로 OK?"
"이걸로 부르면 되는 거지?"
"그래그래. ㅡㅡ우리들은 연기. 개인이며 무리, 무리이며 개인.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어. 암야에 섞여 든 안개. 코하루가 당신의 검이라면, 나는 아가씨의 방패이며 다리. 마음대로 쓰고 버리도록 해."
담담히 늘어놓는 그녀의 모습에, 약간 자세를 바로 한다. 쓰고 버려? 내가, 누군가를? 아하. 그렇게 조금씩 나를 이해할 필요가 있구나.
"마요이 씨."
"편히 불러도 되는데? 도구니까."
"저기, 마요이."
"네네, 무슨 일이신가요."그럼, 내가 말할 것은 하나뿐. 하나로 충분.
"날 따라와 준다면, 끝까지 함께야. 쓰고 버린다니, 그렇게 해주진 않을 거야."
"......헐, 말로는 들었지만, 다섯 살이 이렇다니. 정말, 소라호시에는 초인들만 있구나. OK, 아가씨. 당신의 말뜻, 기대하고 있을게. ㅡㅡ미나코 님, 저희들은 이만."
"그래. 물러나."
또 소리도 없이 사라진 마요이 씨.
코하루 씨가 돌아와 준 것은 기쁘지만ㅡㅡ이제부터가 조금 큰일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들자 싱긋 웃는 마미가 보였다. 부드러운 마미의 미소가 정말 좋다. 하지만, 분명 여러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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