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 화 숲에서의 만남2020년 11월 01일 17시 58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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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암흑의 숲에서, 갈색 피부와 은발의 미소녀가 마족같은 뿔이 돋아난 남자 다섯 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뒷머리를 포니테일처럼 하나로 묶은 그 여자는, 검은 닌자복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남자들은 질 좋은 가죽 보호대같은 것을 입고, 만전을 기울인 장비를 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마족이라니. 여긴 인간의 영역인데....드문 일이다.
아인종이라면 어쨌든, 마족이 인간의 영역에 발을 디디는 일은 거의 없을 터인데.
"하앗, 하앗, 하앗."
여자는 밀리는 기색으로 큰 나무에 등을 맡기고 있었는데, 발 근처에는 쓰러트린 마족의 사체가 3구 눕혀져 있었다.
이대로는 여자가 출혈과다로 죽을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남자들은 확실히 죽이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보기에도 숙련된 어쌔신같은 움직임으로, 지금이라도 달려들 것 같았다.
"ㅡㅡ즉살!"
"구아앗!?"
뛰어내리면서 한 남자를 양단한다.
일곱 개의 대죄 따위는 아침밥 먹듯이 마음대로 저지르는 것이, 옛 마왕의 특징이다.
"읏!?"
"누, 누구냐!"
"바보같은! 우리들이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니!?"
나한테서 거리를 벌리고, 조금 전 이상으로 몸을 웅크리며 경계하는 남자들.
"오늘은 산적저금이 풍부하네. ......너희들에게는 안됐지만, 조금 실력있어 보이니 연습상대가 되어줘야겠어."
검을 거꾸로 쥐고, 자연스런 모습으로 기다린다.
하지만, 그들은 얼굴에 땀을 흘릴 뿐이고, 조금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ㅡㅡ생각하지 마, 좀 더 뜨거워지라고."
"익."
뒤죽박죽인 명언으로 도발해보니, 이제서야 의욕이 드나보다.
♢♢♢
아름답다.
죽음의 순간에 머리 위에서 내려온 흑발의 소년이, 그 암살부대를 압도하고 있다.
아니, 놀고 있다.
어둠에 휘감긴 칠흑의 칼날이, 어여쁜 궤적을 그리며 암살부대를 다룬다.
바로잡기나 역잡기로 바꾸면서 검을 교묘히 다루어서, 4명의 참격을 너무나 쉽게 막고 있다.
겉보기를 중시한 듯한 유려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에는, 일절의 불필요한 부분이 없었고, 검술만이 아니라 몸놀림과 가끔 보여주는 체술까지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세련되어 있다.
"이이얏호우ㅡㅡㅡㅡㅡ!"
"커헉!?"
"구앗!"
"자, 잠, 컥......"
때를 만났다며 춤추는 듯이 회전하기 시작한 검무로, 우리들의 마을을 유린했던 암살부대를 베어죽이는 소년.
"나하하하하하!! .....오?"
검을 휘젓는데에 몰입해있던 소년이, 마지막 생존자가 매우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한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에이."
"읏!? ..........."
빠르게 전선을 이탈하는 암살자도 놓치지 않고, 검을 화살보다도 빠르게 던져서 끝내버리고 말았다.
나와 그들과는 강함의 차원이 다르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바보같을 정도다.
"크, 우......"
이 분이 있었다면, 우리들의 마을도 전부 죽지 않고 끝났을지도 모른다.
카게하는, 이젠 서 있을 수도 없어져서, 큰 나무에 기대며 자신의 지혈을 하려고 주저앉았다.
빠져나간 피 때문에 시야가 어두워지고, 몸에서는 감각이 사라져갔다.
'아아.....아무래도 여기까진가.....'
'그림자 일족' 최후의 생존자로서, 해야할 일를 다하려고 필사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ㅡㅡ포기할 거야?
'포기할 거다, 이젠 충분히 필사적으로 살아왔어....'
ㅡㅡ흠. 참고로, 다시 태어난다면 어떻게 하고 싶지?
'다시 태어나?'
ㅡㅡ난 오만하다. 그래서 죽음을 받아들인 가련한 너로, 주저하지 않고 실험할 거야.
'잘 모르겠어. 하지만......'
ㅡㅡ......
'이, 가증스런 백발만큼은 정말 싫다. 마을 사람들은 명예로 생각하라고 시끄러웠지만, 난ㅡㅡㅡㅡ정말 싫다.'
ㅡㅡ후훗.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그 감정론, 난 아주 좋아하지.
'......꽤 호기심 많은 신도 있구나.'
ㅡㅡ신이 아니라고. 나는.....
ㅡㅡ마왕이다.
..........
.......
....
개울의 물소리와, 파직파직하고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
시야가, 열린다.
딱히 부자연스러운 일도 없이 누워있던 몸을 일으킨다.
눈 앞에는 모닥불이 있었고, 바로 옆에는 푸른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당분간은 사고를 멈춘 채, 의식을 잃기 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며 멍하게 있었다.
하지만, 점점 사태를 파악해간다.
난, 아직 살아있나 보다.
달의 위치를 보아 아직 시간은 그리 지나지 않았고, 자신의 생존에서 이전의 유린극이 현실이었던 것을 알아차린다.
"......어."
추격자에게 입은 몸의 상처는 물론이고, 오래된 상처까지 완전히 나아버려서....그것 뿐인가 일족 최고라고 듣는 이전보다도 격이 다른 힘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낀다.
"진짜로 다시 태어났어.......? ........앗!?"
그리고, 이제야 눈치챘다.
태어나면서부터 계속 시야의 옆에 지겹게도 눈에 띄었던 흰 머리가, 까마귀처럼 선명한 흑발로 바뀌었다는 것에.
그 소년과 같은 흑발로.
아무래도 난, 그 분의 손에 의해 진짜로 다시 태어난 듯하다. 카게하가 그렇게 결론짓기에는 충분한 근거였다.
"......"
다음으로, 옆에 놓여진 꾸러미를 눈치채고, 경계하는 일 없이 안을 확인했다.
안에는, 인간의 나라에서는 드문 백미로 만든 주먹밥과, 사치스럽게도 향신료를 써서 구운 동물의 고기가 있었다.
.....눈물이 멈추는 일 없이 쏟아졌다.
가슴에, 쓰라릴 정도로 뜨거운 감정이 북돋아 올랐다.
마물이 습격할 가능성에 상관하지 않고, 격정에 휩싸인 채 울부짖었다.
이 얼마나 자비심 깊은 [마왕] 인가.
카게하가 아는 그 흉악한 마왕은 가짜였다.
지금이라면 단언할 수 있다.
그 흑발의 귀인이야말로, 진짜 왕이라고.
그림자 일족에게 전해지는 예언 따위 알까 보냐.
뭐가, [시작의 마가 창궐할 때, 다시금 일어선 용사는 커다란 악을 물리친다] 냐.
아버지와 어머니의 입버릇이, 카게하의 머리에 떠오른다.
뭐가 '용사님의 그림자가 되어라' 냐.
그 결과 일족은 죽음을 맞이하고, 몇 년이나 자기 혼자서 싸워왔다. 싸울 처지가 되었다. 그 사이, 용사는 커녕 누구 하나도 손을 빌려주는 일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고통스러웠다.
괴로웠다.
슬펐다.
아니, 이미 끝난 일이다.
오늘 밤, 모든 것이 끝나고,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한번 죽고 다시 태어났다.
그녀는 결의했다.
이제부터는ㅡㅡㅡㅡ그 분만을 위한 [그림자] 가 되겠다고.
♢♢♢
.......저런. 울 정도로 배가 고팠던 건가.....
대성통곡하는 여자를, 가까운 나무 위에서 기척을 숨기고 내려다 본다.
미안한 짓을 하고 말았다.
지면에 떨어진 주먹밥이 아까워서 줬는데....울면서 먹고 있네.....
고통스러운 일을 당한 후에, 놓여진 물건에 흙이 들어가서 모래가 씹히니까 화내는 것일지도. 울면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잖아.
역시 훈제고기 만으로는 얼버무릴 수 없었는가.
신체개조로 강화시켜 두었으니, 이젠 걱정할 필요 없겠지.
악인이 아닌 것 같아서 세뇌 실험은 하지 못했지만, 머리카락의 색을 바꾸는 실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쁘다.
상부상조다.
자, 슬슬 가볼까. 잘 있어, 갈색의 미인 누나. 잘 지내라고.728x90'판타지 > 옛 마왕의 이야기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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