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ater10 음색÷(우애+증오)=SEA/SONG scene62022년 04월 15일 03시 31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74/
샘물.
산책로.
천연 온천.
바베큐.
섬의 매력을 듬뿍 맛본 우리들은, 여관에서 푹 자고서 다음 날을 맞이했다. 츠나기가 온천을 꺼려해서 들어가지 않았던 것은 아쉬웠지만, 그다음의 바베큐에는 흔쾌히 참가해준 걸로 보아, 몸상태가 안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섬의 신비, 영적 스팟. 명물 샘물. 나이에 맞지 않게 흥분하고 말아서 지쳐버렸나 하고 조금 걱정했었어.
"자, 먼저 도회지에서 온 여자아이를 두 사람이 발견하는 느낌으로 촬영할게."
정말로 루이 씨가 감도을 한다구나~ 하고, 메가폰을 한 손에 들고 접이식 의자에 앉은 모습을 바라본다.
MV 촬영은 처음이지만, 다시 말해 무성영화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려낸 장면. 소리 없는 연출. 하지만, 소리도 대사도 결국은 어떻게 보이느냐다.
나는 요양이 필요한 병약한 소녀. 달리면 숨차고 눈이 어두워지며, 기침을 하면서 무릎을 꿇는다. 호흡기가 없는 자소에 온 일은 처음. 고향에서는 학교도 못 가고, 항상 흰 병실의 창문을 통해 자유롭게 노는 또래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아이다.
아아, 그래서, 원해.
설령 몸이 안 좋아져도 상관없어.
친구를, 원해.
"쓰리, 투, 원, 스타트!"
백사장을 걷자, 발가락 틈새로 모래가 도망친다. 재미있어서 쫓아갔더니, 다가오는 파도의 차가움에 놀라 소리를 내고 말았다. 차가워, 이상해. 파래., 물을 마시면 아버지가 화내려나?
너무 몸이 차가워지면 발작이 일어난다. 조금 물러나서 웅크리고 있자, 밀려온 파도가 새하얀 거품을 내며 도망간다. 재밌을지도.
"너, 그런 곳에서 뭐 하고 있어?"
그래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고 말았다. 쭈뼛거리며 돌아보니,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 더욱 저편에는 연상의 남자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바로 대답하고 싶었지만, 당황해서 가슴에 품었던 밀짚모자로 입을 가리고 말았다.
"못 보던 얼굴이네? 아, 혹시 요즘 이사 온......"
"무슨 일이야? 너는......도시에서 온 아이?"
상냥해 보이는 오빠. 밝아 보이는 여자아이.
나는 수수하고 내성적이며 빈약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단순한 아이. 발목만 잡는 여자아이. 그래서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흐음? 그럼, 놀자! 괜찮지? 코우."
"예예, 어쩔 수 없는 공주님. 자 너도."
내민 두 손.
아무것도 아닌 나를 받아들이는 손.
아아, 되는구나. 나도, 모두가 똑같게 되어도.
밀짚모자를 던지고서 두 사람의 손을 붙잡는다.
밀짚모자가 바다에 둥둥 뜬다.
손을 맞잡은 우리들을, 부드럽게 지켜보는 것처럼.
"...... 좋아, 상상 이상. OK! 다음 장면으로 옮기자!"
감독의 신호로 스위치를 끈다. 하지만, 이것은 숏 필름의 연속 같아 보인다. 온오프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면 어렵겠는걸.
'전환, 전환.......으음, 바빠.'
그대로 바다에서 노는 느낌의 장면을 몇 번, 산책로에서 나란히 걷는 장면을 몇번 촬영하고서, 다음 시간축의 장면으로 넘어간다. 다음은, 내가 코우 군에 대한 연심을 자각함과 동시에, 츠나기의 마음도 깨닫고 마는 장면이다.
장소를 전망대로 옮겨서 시가지를 내려다본다. 거기서 부드럽게 손을 잡아주는 오빠에게, 사랑한다며.
"이 상태로 가자. 쓰리, 투, 원, 스타트!"
스읍, 하아ㅡㅡ항구가 훤히 보이는 벤치에, 츠나기와 나란히 걸터앉는다. 제일 앞에 서서 항구를 바라보는 오빠의 등은, 정말 커다랗다.
"나, 말이야. 꿈이 있어."
내가, 꿈? 이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츠나기가 질렸다는 듯 "또 시작했다."라며 웃는다. 질렸다는 듯한 미소였지만, 어딘가 따스함이 있는 미소.
"도시로 가서, 프로 색소폰 연주자가 될래. 티비에 나오고, 무대에 서서, 뉴올리언스 재즈를 연주하는 거야."
나의 조그만 꿈 하고는 빅도 안 될 정도로, 크고 굳센 꿈이다. 멋진 꿈이다. 왜 그런 식으로 희망을 가지는 걸까. 왜, 그런 반짝거리는 별과 같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걸까.
전부, 내게는 없는 것이다. 부럽다고 생각해버리면 편한데, 어째서, 아아, 이렇게나 뜨거운 걸까. 가슴속이, 뜨거워. 조용히 불타는 숯불처럼.
"이룰 수 있어, 분명."
"그래? 고마워, 츠구미."
"저기, 츠나기쨩도 그렇게 생각하ㅡㅡ지......?"
아아, 그래서 분명 신은 내게 벌을 주는 거구나. 오빠의 미소를 보며 얼굴을 붉히며 조금 수줍어하는 츠나기의 모습은, 그녀의 다른 어떤 표정보다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래. 분명 이게 사랑이다. 내 가슴 안에서 작게 불타기 시작한 숯불도, 그녀의 눈동자 안에서 부드럽게 타오르는 화톳불도.그럼, 나는 이 마음에 뚜껑을 덮자. 이 이상 이 불이 커지지 않도록 가둬두자. 왜냐면 나는, 츠나기를 정말 좋아하니까.
부디.
행복하렴.
"OK! 좋아, 바로 다음으로 가자. 츠나기쨩을 제외한 둘만의 장면이야."
"예~! 그럼, 츠나기는 나랑 화장을 고치자!"
"오케이~ 로로."
츠나기가 빠지고, 이번에는 코우 군이 작은 꽃을 든다.
"츠구미, 따라올 수 있겠어?"
"코우 군이야말로. 따라올 수 있어?"
"바보. 여유라고, 여유."
"나도 마찬가진걸."
농담을 하면서 코우 군을 올려다본다. 연속된 촬영이다. 서투르지만, 신경 써주는 게 느껴진다. 퉁명한 어조의 뒤에는 언제나 타인을 배려하는 상냥함이 있다. 이것이 코우 군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우 군이다.
응, 왠지 기뻐. 코우 군은, 변하지 않아. 변함없이 우리를 바라봐주고 있어.
"준비는 됐니? 둘 다."
"예."
"언제든지요!"
"좋은 대답이네. 그럼, 간다. 쓰리, 투, 원, 스타트!"
아리마 전망대에 설치된 커다란 십자가. 그 앞에서, 오빠와 내가 나란히 선다. 오빠는 볼을 긁적이면서 내게 슬며시 꽃 한 송이를 내밀었다. "이건?"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오빠는 크게 심호흡하며 미소 짓는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오빠의 미소.
"붉은 꽃, 좋아한다고 말했으니까. 줄게."
"그래도 돼?"
"받아주지 않으면, 곤란해."
"ㅡㅡ좋은 냄새. 에헤헤, 귀여워."
"그, 그래."
귀엽고 예쁜 꽃이다. 돌아가면 책갈피로 만들자. 내버려 두면 분명 나처럼 시들어버릴 테니까.
"고마워."
설령, 이 마음이 보답받지 않는다 해도.
이 감정은 나만의 것. 내가 목숨과 함께 갖고 갈, 나만의 보물.
그러니, 고마워. 내게 대신할 수 없는 추억을 줘서.
"OK야, 좋은걸. 다음은...... 다툼이네. 로로, 츠나기쨩의 준비는?"
"완벽해!"
루이 씨가 낸 지시에 맞춰서 곧장 움직인다.
이번에는 장소를 전망대에서 남쪽으로 이동. 이동하는 차에서 잠시 쪽잠. 일어났을 때에는, 해안과 비교하면 정말 작은 연못이 있는 관광 스팟, '천냥못(千両池)'이다. 주변이 바위지대라서, 싸움터에는 딱 좋을지도 모른다.
"츠나기쨩과 싸우다니, 처음이네."
"뭐,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안 질 거야.""......흐응, 좀 치네?"
카메라맨들의 배치가 끝나자, 이제는 지시를 기다릴 뿐이다.
"그럼, 간다. 쓰리, 투, 원, 스타트!"
ㅡㅡ츠나기한테 불려서 와보았더니, 그녀는 단지 똑바로 날 바라볼 뿐이다. 당분간 머뭇거리며 입술을 깨물고 머리카락을 긁적이며, 심호흡을 하더니 날 바라보았다.
"착각이었다면, 미안. 그래도 정말 묻고 싶었어."
그다음에 나오는 말은, 예상하던 대로의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준비한 대로 대답한다. 그것만으로도 전부 잘 될 것이다.
"츠구미도, 그 녀석을, 그, 좋아해?"
"좋아해ㅡㅡ친구로서."
이걸로 끝이다.
"왜, 거짓말을 해?"
"뭐ㅡㅡ"
"관계를 부수고 싶지 않아서?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그것의 어디에, 츠구미 자신이 있다는 거야!?"
"나, 나는."
"듣고 싶지 않아! 이제, 전처럼은 있을 수 없어. 나도, 코우도, 츠구미도!"
달려가는 츠나기를 쫓아갈 수도 없어서, 웅크린다. 병으로 누워있을 때도, 발작으로 가슴을 쥐어뜯을 때도 이렇게나 괴롭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어째서일까.
"괴로, 워. 괴로워, 오빠,"
죄어드는 듯한 아픔. 가슴속의 숯불이 소리 내며 타오르자, 내 손에 약간에 비가 내렸다.
"OK! 순조롭네. 그럼 휴식을 취하렴!"
루이 씨의 목소리에, 숨을 고른다. 확실히 정신면에서의 피로감은 이 육체 스펙으로도 어쩔 수 없다. 이건 확실히 제대로 쉬지 않으면 퀄리티가 떨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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