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0 음색÷(우애+증오)=SEA/SONG scene5
    2022년 04월 14일 18시 16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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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73/

     

     

     

     싸늘한 강바람. 피부를 찌르는 듯한 한기. 숨결이 하얗게 물들고, 볼에 손바닥을 갖다 대자, 차가움이 느껴진다. 입은 코트를 문질러서, 머플러를 강하게 조인다. 이런 시기에 이런 곳에 부르다니. 정말,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이람.

     올려단 하늘에는 오리온. 도쿄의 네온에 져버린 하늘에서도, 오리온만은 잘 보인다. 조부모님과 보냈던 제2의 고향에서는, 보석상자를 뒤집은 듯한 밤하늘이 가득 펼쳐져 있었는데.

     

     "미안, 기다렸지, 츠구미."

     "잘 아네."

     "하하하, 이야, 면목없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만났을 때는, 이런 식으로 웃는 사람이 아니었다. 초연한 태도와 경박한 말투 안에서, 항상 쓸쓸함과 분노를 품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랬던 그가 이런 식으로 웃게 된 것은, 언제의 일이었던가.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옛날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네게 전할 말이 있어서 불렀어."

     "전할 말?"

     "그래."

     

     그는 그렇게, 언제나 자신만만했던 태도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나서 어울리지도 않게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의 내쉬는 숨결이, 하얗게 흔들린다.

     

     

     "나와, 결혼해줬으면 해."
     "뭐어?"

     

     

     아, 어, 음.

     난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굳어버린 내가 대답을 고하기 전에, 그는 단지 말을 잇는다.

     

     "나는, 네가 좋다. 너를ㅡㅡ사랑하고 있어."

     "뭐, 뭐어어어어어!? 어, 언제부터!?"

     "언제부터냐니. 하핫, 언제부터였을까. 정신 차리고 보니, 츠구미, 네게 빠져있었다."

     

     엥, 아, 으으음. 흐으음, 스캔들이라거나, 그런 거, 후우, 하아.

     동요를 심호흡으로 억누른다. 그야, 나도 그가 싫지는 않다.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좋아하는 부류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런 대상으로 본 적은 없었다. 믿을만한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너처럼 훌륭한 여성이 집안에 들어와 준다면, 그 완고한 부모님도 납득하겠지. 아니면, 납득시킬 셈이지만."

     

    하지만, 조금 걸렸다.

     

     

     "집안에 들어간다......니?"

     "고생을 끼치지는 않다. 여배우 따위 하지 않아도, 내 귀가를 기다려주기만 하면 돼. 좋아하는 건 뭐든지 줄게. 어떤 거라도 준비할 수 있어."

     "하아, 그래?"

     "그래, 그러니까."

     

     

     그런가. 지금까지는 전력으로 연기해나간다면, 기술과 정열로 연기를 해나간다면, 그 마음은 전해지는 법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내 안이함이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나를 나 따위를 좋아해 준다고 말해주는 사람조차도, 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았으니까.

     

     

     

     "거절할게."

     

     

     

     그래서, 그렇게 눈을 보고 단언한다. 그의 당황과 자신감에, 정면으로 몸을 부딪힌다. 이 호러 여배우 키리오 츠구미의 앞에서 은퇴를 요구하다니 좋은 배짱이다. 그런 마음을 담아서 단어로 만들어 부딪힌다.

     

     "나는 여배우의 길에 자부심을 갖고 있어. 그러니까, 미안해. 네 집안에 들어갈 수는 없어."
     "결혼해서, 남편의 집안에 들어가서, 자식을 낳고 키우는 게 여성의 행복이잖아?"

     "그건 네 규범이야. 내 신념은 아니고."

     "그렇다면, 아아 그래, 그럼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돼! 거절한다면, 츠구미에게 일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일도ㅡㅡ"

     "ㅡㅡ■■"

     "윽, 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걸지도 모른다. 아아, 하지만, 안 되겠다.

     

     "해볼 테면 해봐. 오물을 뒤집어쓰는 건 익숙해. 몇 번을 벼랑에서 떨어져도, 몇 번이나 다시 일어나서 기어오를래. 그때를, 두려움과 함께 악몽으로 보고 있어."

     "나, 나는, 단지, 너와."

     

     떨리는 말.

     하얗게 피어오르는 숨결을 불태우는 듯한, 분노.

     

     

     "좋은 기회니까 말해줄게. 나는 내 신념을 방해하는 것을 용서 못해. 기억해 둬."

     "기, 기다려줘, 츠구미, 츠구미ㅡㅡ츠구미이이이이이이!!"

     

     

     고개를 돌려서 걸어간다. 분노, 분개.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와중, 어찌할 수 없을 정도의 슬픔과 쓸쓸함이 가슴속을 내달린다. 그래, ■■. 나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당신을 좋아했던 걸지도 몰라.

     이런 감정, 이제 와서 이런 때 눈치채다니 바보 같아. 난 당신과 함께 있고, 당신과 나란히 즐기고 싶었어. 그 쓸쓸함이 담긴 눈동자로 상냥하게 웃는 당신을 좋아했었어.

     

     

     

     

     

     

     그래서.

     미안해.

     

     

     

     

     나는 내 길을 걸어간다.

     아직 꿈의 조각에도 닿지 않았으니까.

     아아, 그리고 하나만, 돌아보지 않은 채 그에게 약속을 하자.

     

     

     

     

     

     나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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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뜬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testatrix』. 그 노래다. 꿈을 한 손에 쥐고 고향을 뛰쳐나와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놓아버린다.

     뭔가 소중한 꿈을 꾼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떠올릴 수가 없다. 다만, 슬픈 꿈이었을까? 볼을 닦자 눈물이 손등을 타고 흐른다.

     

     "하암."

     

     어느 사이엔가 잠들었던 모양이다. 하품을 한번 하자, 등줄기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손을 더듬어보니, 코우 군이 사줬던 밀크티가 든 페트병이 닿는다. 입을 열어서 기울이자, 단맛이 긴장을 풀어주었다.

     

     "으음. 저기~ 시간은ㅡㅡ"

     "12시 15분입니다, 츠구미 님."
     "헤에, 아, 으음. 고마워, 코하루 씨."

     "아뇨. 그보다, 눈물 자국이......?"

     

     코하루 씨가 잠시 밖으로 나갔던 모양이다. 문을 열고 돌아와서는, 먼저 처음으로 시간을 가르쳐줬다. 시계를 보는 몸짓은 없었는데......감각으로 파악하는 걸까. 대단해.

     

     "에헤헤. 하품을 크게 해 버렸어."

     "그랬었나요. 못 봤습니다. 통한의 극치입니다."

     "정말.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요!"

     

     그렇게나 분해하지 않아도.

     

     "모두들, 갑판에 모여있습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나도 갈게!"

     "그럼, 손을."

     "고마워, 코하루 씨."

     

     코하루 씨에게 감사를 표하고서, 나도 방을 나왔다. 슬슬 섬에 도착할 무렵이다......라는 말은, 꽤 잤구나. 왠지 묘하게 몸도 가뿐하다.

     계단을 내려가서 갑판에 선다. 스탭들이 테이블에서 제각기 지내는 와중, 바다가 보이는 위치에 코우 군과 츠나기가 나란히 서 있었다.

     

     

     

     『나는ㅡㅡ』

     

     

     

     그 광경에, 신기루와도 같은 기시감을 느꼈다. 마치 그날의ㅡㅡ아니, 어라, 뭐였더라?

     

     "음? 요 늦잠꾸러기. 그런 곳에서 뭐 하고 있어?"

     "여자아이한테 늦잠꾸러기라니, 코우 군."

     "괜찮아? 츠구미? 지쳤어?"

     "아니,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츠나기쨩."

     어딘가의 누구랑은 다르게, 츠나기는 상냥하구나~ 라고 시선을 코우 군에게 보냈지만, 코우 군은 자기랑 상관없다는 표정. 이런 때의 느낌은 정말이지, ■■를 닮았다. 이렇게, 초연한 느낌으로ㅡㅡ아, 그래서, 어라, 뭔가 이상하다. 정신 차려, 소라호시 츠구미.

     

     "어이, 츠구미, 저것 봐."

     "뭐? 와아......"

     

     눈앞에 펼쳐진 광경. 푸른 하늘이 반짝거리며 바다에 반사되어, 그 앞의 녹색을 아름답게 채색한다.

     이즈 제도, 신이 깃든 섬ㅡㅡ코즈시마. 그 웅대한 모습이, 우리들을 맞이해주었다.

     

     

     

     

     

     

     

     

     

     

     

     

     

     

     

    ――/――

     

     

     

     "모두들, 일을 맡아줘서 고마워. 오늘은 잘 부탁해."

     

     코즈시마. 이즈 제도의 가장자리의 섬. 오늘의 MV 촬영을 위해서 우리를 부른 그 아티스트는,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과 빼닮은 미소로 우리를 맞이했다.

     오렌지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과, 색소폰 모양의 목걸이. 탱크톱과 청바지라는 정말 호쾌한 모습. 지금 한창 인기 있는 싱어송라이터 '루이'는, 생각 이상으로 친근한 느낌이었다.

     

     "잘 부탁합니다."

     

     내게 이어서, 츠구미와 츠나기도 고개를 숙였다. 배색은 전혀 다르지만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자매 같다고, 이 녀석들.

     

     "내일은 이른 아침부터 촬영에 들어갈 거야. 오늘은 충분히 쉬어줘."

     

     루이 씨의 말에, 일단은 해산. 우리들은 그 형사와 매니저가 멀리서 지켜보는 가운데 관광을 하게 되었다.

     참고로 코가네 씨는 이 무리에는 없다. 다른 회의라도 있는지, 루이 씨한테 불려서 걸어갔다. 음, 대면을 하는 거겠지. 츠나기의 매니저도 관광에는 따라오지 않은 모양이니.

     

     "근데, 관광이라면 어딜 가고 싶어?'

     "난 등산 이외라면 뭐든 좋아. 코우는?"

     "동감. 등산할 복장도 아니니까. 츠구미는?"

     

     츠나기는 뭐, 척 보기에는 체력이 없어 보이니까.

     

     "샘물!"

     "뭐어? 그런 게 있었나?"

     "이거 아냐? '다복용수'."

     "도쿄 명물 샘물 57선......? 츠구미, 너 말이야."

     

     츠구미는 어느 사이엔가 물에 수통을 들고 있었다. 듣자 하니, 코하루 씨가 이런 일도 있을까 해서 준비해준 모양이다.

     

     "아~ 뭐 상관없지. 차를 꺼내 달라고 하자. 배에 실었지?"

     "응. 코하루 씨가 언덕용이래."

     

     언덕용이라. 뭐 상관없지만. 그건 그렇고......

     

     "너, 왠지 틀딱 같은데."

     "뭐!? 코, 코우 군까지."
     "앙? 다른 사람한테도 들었다는 거냐?"

     

     린이 이 녀석을 신경 쓰는 이유도 알겠다. 붙잡지 않으면 녹아버릴 것만 같다. 눈 같은 분위기. 언젠가 주변 전부를 두고 달려가서, 그대로 공기 속에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코, 코우 군?"

     "코우, 그건 좀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뭐? ㅡㅡ아."

     

     정신을 차리니, 츠구미의 손을 붙잡은 자신이 있었다. 정말 무의식적으로, 그, 저기, 뭐냐.

     

     "자, 빨리 놔!"

     "미, 미안."

     "어, 아, 응, 괜찮, 아, 괜찮, 은데?"

     

     츠구미는 드물게도 동요하는 모양이었다. 이 녀석도 이런 얼굴을 하는가 생각하자, 가슴 안에 북받치는 것이 있었다.

     그걸ㅡㅡ머리를 저어서 무마시켰다. 왜냐면, 이상하잖아. 이 녀석은 린보다도 연하라고? 그런데도, 더욱 여러 가지 표정을 보고 싶다니.

     

     아무래도 그 '15살의 연기'를 츠구미와 한 뒤부터 상태가 이상하다. 정말 같은 나이로 의식해버린 것 같은.

     

     "훙. 두 사람만 아는 일을 생각하고 있겠다? 나도 친구인데."

     "아~ 미안, 츠나기. 빨리 차를 꺼내게 하자."

     "미안, 츠나기쨩. 자, 나하고도 손잡을래?"

     "......어쩔 수 없네~"

     

     츠나기는 츠나기대로 섬의 개방감에 물들었는지, 드물게도 어린이 다운 태도로 츠구미의 손을 쥐고 걸어갔다. 음? 뭐야.

     

     "코우도 낄래?"

     "아니."

     "자 코우 군, 츠나기쨩의 오른손이 비어있다구?"

     "쳇, 어쩔 수 없지. 이건 인솔이다 인솔."

     

     섭섭해할 테니, 어쩔 수 없다. 그런 식으로 자신에게 말해주면서, 나는 츠나기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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