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0 음색÷(우애+증오)=SEA/SONG scene4
    2022년 04월 14일 12시 57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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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72/

     

     

     

     여객선의 5층에서 보이는 광경.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볼을 어루만지는 강바람이 가슴을 뛰게 한다. 여객선 가장자리에 달라붙어서 기어 나오는 연기를 한 적도 있지만, 그때보다도 훨씬 흔들림이 적다.

     그래, 20년이니까. 기술도 진화하는 건가~ 듣자하니, 비행기처럼 좌석에 앉아서 고속으로 이동하는 제트선이란 것도 있다고 한다.

     

     "코우 군, 저것 봐, 갈매기야!"

     "그래그래."

     "코우, 저건 돌고래일까!?"

     "돌고래가~?"

     

     코우 군은 우리들이 잡아끌고 다닌 바람에, 이미 진저리를 내고 있었다. 그만 동심으로 돌아가고 말았을지도. 미안하다. 하지만 그, 바다란 꽤 추억이 많잖아. 익사체 놀이는 평가가 안 좋았지만. 미안 사쿠라.

     이즈 제도도 섬의 모습만이라면 조금 보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신기루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바다를 건너서 도착하는 곳은, 코즈시마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다. 행정구역으로 말하자면, 도쿄도에 속한다. 바다도 산도 예쁘고 좋은 곳이라고 한다. 도쿄의 명물 샘물 57곳 중 하나로 등록된 샘물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 어깨 결림에 좋아 보여.

     

     "신이 깃든 섬에서 촬영이라니, 꽤 파격적인 일을 하네."

     "어시스트는 그런 법 아냐? 영적 스폿도 많다지?"

     "영적 스폿이라~"

     

     분명, 2019년대부터 점점 침투한 단어였던 기분이 든다. 그 당시에는 나 같은 호러 배우라면 몰라도, 평범한 사람이 계속 화제에 나올만한 것은 아니었던 느낌인데...... 이것이 시대의 흐름인가. 어딘가에서 붐이 일어났던 거겠지.

     

     "츠구미는 영적 스폿에 흥미가 없어?"

     "있어! 저주받은 영적 스폿 같은 거 없으려나?"

     "우와. 츠구미 그건 악취미잖아."

     "으윽."

     

     아, 악취미...... 왠지 두 사람의 시선이 따갑다. 아니 하지만, 사람들한테 힘을 줘야 할 영적 스폿이 저주받았다니, 조금 두근거리지 않아? 안 그래?

     

     "이 섬에서 어떤 MV를 찍게 될지."

     "만남과 헤어짐, 맞지?"

     "글쎄? 아티스트의 생각 따위 어떻게 알아."

     

     약간, 응, 그 표정을 보지 않았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츠나기의 말은 가시 돋쳤다. 역시 가까운 사람한테 무슨 일이 있었나.

     

     "도착은 12시 반이었지?"

     "코하루 씨한테 물어볼까?"

     

     그렇게 말하고서 방울을 꺼내들자, 코우 군은 얼굴을 경직시키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됐어. 심장이 나쁘다고. 그 사람, 뭐하는 사람이냐......"

     "코하루 씨의 어머니도 우리 집에서 일해주고 있어."

     "일가족이 모두, 인가. 왠지 무게가 달라지네......"

     "부자란 무서워."

     

     무섭다니. 아니 음,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지만.

     

     "코우 군의 코가네 씨는 쌀집 아저씨였지?"

     

     코가네 씨의 이야기는 전에 린한테서 조금 들은 적이 있다. 친가가 쌀 농가라서, 정말 맛있는 쌀을 만든다던가.

     

     "그래. 그 사람 집안의 쌀, 맛있었지."

     "뭐? 코우의......음~ 코가네 씨. 그랬구나?"

     "그래. 그러고 보니 츠나기의 매니저는 어떤 사람이래?"

     

     코우 군의 질문에, 내게 물어본 것도 아닌데 덜컥하고 말았다.

     흘끗 츠나기의 옆얼굴을 훔쳐본다. 그러자 츠나기는 내 예상과는 달리 조금 곤란한 기색을 보였다.

     

     "실은 지난주, 보호자한테서 소개받았어."

     "지난주? 최근이잖아."

     "엥, 지난주......인데 같은 방을 써도 괜찮아?"

     "그야 뭐, 신경 쓰지 않지만."

     

     막 만나서 잘 모르는 남자와 같은 방이라니, 꽤 허들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야 츠지구치 씨를 아는 나로서는 물론 괜찮다고 단언할 수 있지만...... 츠나기는 좀 세상을 모르는 걸지도~

     

     "츠나기쨩."

     "왜? 엥, 정말로 왜? 그런 진지한 얼굴 하고는."

     "모르는 사람이 과자를 준다고 해도, 따라가면 안 된다?"

     "뭐어?"

     

     역시 이런 마른 제대로 말해두는 편이 좋아.

     그렇게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갑자기 볼에 열기가 느껴졌다.

     

     

     "츠구미."

     "츠나기쨩......?"

     

     

     나보다 약간 키가 큰 츠나기가, 내 볼을 양손으로 붙잡는 것처럼 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건방진 말을 하는 것은, 이 입이냐......????"

     "후뮤우!?"

     "아, 대단해 이거, 우와, 부드러워."

     "여, 여쨰셔!?"

     

     

     

     좌우로 늘어난 뺨. 이것은, 잠깐, 왜 이렇게 된 거야!?

     무심코 도움을 구하려고 코우 군을 바라보자, 그는 어째선지 힘 빠진 모습이었다. 엥, 왜 저래.

     

     "정말이지. 어린애도 아니니까 그 정도는 안다고."

     "으으. 우리들, 아직 어린애라구...... 왜 모두들 내 볼을, 이렇게."

     

     볼을 쓸면서 늘어나지 않았나 확인한다. 모두들 남의 뺨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떡이 아니라고.

     

     "어이, 츠구미. 모두라니, 무슨 뜻이야."

     "엥? 뭐?"

     

     코우 군은 어째선지 조금 언짢다는 듯 내게 물어보았다.

     

     "오우카 씨랑, 그리고 카이 씨였는데......"

     "카이? 도키의 광고 때......?"

     "으, 응."

     

     코우 군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걸음 내게 다가왔다. 내가 그에 맞춰서 무심코 한걸음 물러나자, 코우 군은 한쪽 눈썹을 들었다. 뭐랄까, 정말 박력이 있습니다만 도대체 제게 무얼 하시려는 지요.

     

     

     "......"

     "......"

     "코우? 츠구미? 어~이."

     

     

     한걸음 나아간다.

     한걸음 물러난다.

     일진일퇴.

     

     

     "츠, 츠나기쨩, 도와ㅡㅡ"

     

     

     츠나기에게 도움을 구하려던 순간, 번개처럼 달려온 코우 군의 양손이 내 볼을 향해 급속히 뻗어와서는.

     

     

     "츠구미 님, 회의를 했으면 한다며 스탭 분이 부르십니다. ......여러분도."

     

     

     어째선지, 순식간에 코하루 씨에게 안겨있었다. 내 눈밑에서는, 양손을 헛쳐서 이상한 포즈로 굳어버린 코우 군이 있었다. 이건 혹시, 그, 위기일발이었나요. 깜짝이야.

     

     "아, 예~ .......방금 전부터 뭐 하고 있어? 코우."

     "......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정말 뭐 하는 거냐 나는......"

     

     볼에 손바닥을 대며 고개를 흔드는 코우 군의 모습에, 츠나기와 눈을 마주치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왠지 오늘의 코우 군, 조금 이상할지도. 그렇게 코하루 씨를 올려다보니, 그녀는 어째선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르겠어.

     

     

     

     

     

     

     

     

     

     

     

     

     

     밝고 개방적인 구조로 된 공유 레스토랑 룸에서, 식탁을 가까이 붙이며 회의를 한다. 주로 진행하는 자는 이번 촬영의 디렉터인 카이도우 씨다. 감독은 현장에서 가수인 '루이' 씨가 카이도 씨와 협력하면서 한다. 자신의 뮤직비디오니까.

     

     "촬영 장소는 코우즈 항구에서 가까운 모래사장과 병원시설, 그리고 산책길 등을 써서 하게 됩니다. MV이니 대사는 들어가지 않지만, 편집으로 소리를 지우면 되니 대사가 있는 편이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어 보이면 애드립으로 대사를 붙이셔도 상관없습니다. 되도록 테마와 가사를 맞추면서 자유로운 연기를 해달라는, '루이' 씨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기본이 되는 그림 콘티를 나눠드리겠으니, 일단 그걸 베이스로 MV 촬영을 진행하겠습니다."

     

     나눠준 그림 콘티와 주석을 눈으로 훑는다. 코우 군과 츠나기는 소꿉친구라서 계속 이 섬에 살아왔다. 그때 요양을 위해 도심지에서 이사 온 나와 만난다. 처음에는 몸이 약하다는 정도였지만, 조금씩 악화되는 모양이다.

     그 도중에, 나와 츠나기와 코우 군의 삼각관계가 발생. 살 날이 머지않다고 생각하는 나는 여기서 빠져나오기를 결심하지만, 내 몸의 일을 모르는 츠나기는 쉽사리 물러나는 내게 친구로서 복잡한 마음을 품고, 츠나기와 싸우게 되어버린다.

     그 후, 내가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가 클라이맥스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꽤 제대로 정해진 것처럼 생각되지만, 싸움의 내용 등을 포함해 어레인지하기 쉬운 형태로 만든 모양이다.

     

     "호흡이 맞는 연기를 기대한다고 하니, 촬영 개시 전에 먼저 관광 시간을 만들겠습니다. 오늘은 이 뱃여행과 관광으로 찬찬히 코즈시마를 즐겨주시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촬영을 할 것이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랬구나~ 그래서 빨리 도착하는 제트선이 아니라 이 대형 여객선으로 가는 거였네.

     

     

     "그럼 여러분, 오늘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카이도우 씨가 고개를 숙이자, 그 후에는 개별적인 질의응답의 시간. 그 사이 우리들은 '친목'을 다지라는 이유로, 우리 아이들은 다시 갑판으로 돌아왔다.

     

     "자, 애드립이라. 츠구미, 츠나기, 어떻게 하고 싶어?"

     "이거, 코우의 요소가 희박하니까, 그걸 보충할래?"

     "그래. 나랑 츠나기쨩의 사이에 끼이는 거니까, 코우 군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도 변하겠네."

     

     내가 물러선다면, 코우 군의 마음은 내게 향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츠나기한테 향하게 되면, 내가 물러선 시점에서 이야기가 바로 끝나버린다. 그리고 싸움, 싸움인가~

     

     "나는 코우 군도 츠나기쨩도 좋다는 것은?"

     "좋아.  『지금의 관계를 바꾸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면서 나랑 싸우는 거야."

     "아. 그럼 나는 츠구미 쪽이 좋아져서, 츠나기가  『이제 관계는 변했다』며 화내는 거구나."

     

     응응, 둘 다 정말 머리 회전이 빠른 덕분인가? 정말 이야기가 술술 풀린다.

     

     "오, 좋아. 역시나 플레이보이."

     "코우 군, 플레이보이야?"

     "놀리지 마. 정말이지."

     

     방침이 정해져서, 일단 각자 한번 방으로 돌아가서 음악을 듣기로 했다. 도착하면 그대로 관광하는 듯하니까. 반대로, 음악을 듣는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

     코우 군이 조금 전 받은 코가네 씨의 지갑으로 나와 츠나기의 음료를 사주고서, 페트병을 한 손에 들고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그 옆에서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어 츠나기한테 말을 걸어보았다.

     

     "츠나기쨩은 사랑해본 적, 있어?"

     "음~ 그래, 없어. 사랑 따윈 해본 일도 없고ㅡㅡ잘 모르겠는걸."

     "그렇구나. 음......에헤헤, 사실은, 나도."

     "뭐, 그렇겠지~"

     

     사랑, 사랑인가. 전생에서는 일이 곧 애인이었다. 일이 애인이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누군가가 나를 연애대상으로 보고 있었다......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눈치챘다면......뭔가, 변했으려나.

     

     "그럼, 츠구미, 코우. 나중에 보자."

     "응, 나중에!"

     "그래."

     츠나기가 먼저 방으로 돌아가고, 나와 코우 군이 복도에 남겨진다. 그렇게 되자, 왠지 이상한 침묵이 흐른다.

     

     "연애."
     "뭐?"

     "아직, 이냐."

     "으, 응. 그런데?"

     "흐음."

     

     코우 군은 그런 말을 하면서, 자기 방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기 직전, 돌아보더니 나를 향해서 대담하게 웃었다.

     

     

     

     "어린애구만."
     "뭐.......잠깐, 코우 군!?"

     

     

     

     왠지, 오늘의 코우 군은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한다. 그것도 뭐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ㅡㅡ'어린애'는 좀 아니지 않나 싶은데요.

     이랬는데 정작 코우 군의 첫사랑이 오우카 씨였다면 있는 힘껏 웃어주겠다면서, 두서없는 생각을 하며 방으로 돌아갔다.

     

     

     

     

     정말이지, 진짜,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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