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전편~사지장(邪之章)~】17 : 걸즈 토크
    2021년 12월 20일 20시 52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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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537cm/17/

     

     

     "그러고 보니, 레오노라는 마왕의 딸이 맞아?"

     "응? 아아, 그래.

     마왕은 내 아버지다."

     

     친구 계약을 나눈 레오노라를 거주구에 초대해서 목욕을 시킨 후에 차를 마시고 있다.

     

     "마왕은 죽어도 부활한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야?"

     "그럴 리가 있겠어!"

     

     화낸다.

     자세히 들어보니, 쓰러진 마왕이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대를 바꿀 뿐이라고 한다.

     

     "마왕의 딸이라면 마족의 공주...... 왜 이런 곳에 왔어?"

     "로마리엘 가문의 관습이라서, 마왕의 후계자는 어엿한 성인이 되기 위해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되어있다.

     여행처는 정해놓지 않지만, 난 일단 인족령을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오게 된 거다."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한 풍습이구나. 그건 그렇고, 공주님이 단 혼자서 적지에 뛰어들다니 대담한 행동력이다.

     

     "마왕은 마왕성에 있는 법이라고 생각했어."

     "아니, 그 생각은 틀렸다.

     마왕은 영향력이 커서, 마왕의 자리에 앉고 나서는 가볍게 외출할 수 없게 되어버려.

     그러니 후계자에 불과한 지금 사이에 돌아다니는 의미도 있겠지."

     

     과연, 마지막 모라토리엄 기간이라는 건가. 대학의 졸업여행같은 것......조금 다른가?

     

     "여행 기간은?"

     "딱히 정해지지 않았따.

     뭔가의 공적을 세울 때까지는 돌아갈 생각이 없지만."

     "공적?"

     "마족의 적인 자를 쓰러트리거나, 아니면 이득이 되는 자를 아군에 들이거나."

     

     왠지 불쾌한 표정을 짓는 레오노라의 기색에, 딱 눈치챘다.

     

     "이 던전에 온 목적도 그거?"

     "그......그렇다.

     사신을 칭하는 자한테 벌을 내리고, 경우에 따라선 부하로 들이려고 생각했다."

     

     그렇구나, 마족에게 있어 사신이란 것이 어떤 신분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멋대로 사신을 칭하는 자는 용서할 수 없는 상대겠지.

     

     "반대로 물어봐도 될까, 앙리?"

     

     그녀의 물음에,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넌 사신한테 그 힘을 이식받았다고 말했는데......"

     "정확히는 당사자가 사신이라고 말하진 않았어.

     나한테 붙여진 칭호와 스킬에서 추측한 것뿐인걸."

     "흠......"

     

     레오노라는 내 대답을 듣고, 뭔가 깊이 생각하였다. 내가 말없이 설명을 요구하자, 그녀는 눈을 돌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 네 말을 의심하지는 않지만......사신이라는 신은 존재하지 않을 터다."

     "? 너나 리멜 주민들은 [사신]이라는 단어를 썼잖아.

     존재하니까 그렇게 부르는 거 아냐?"

     "확실히, 사신이라는 말과 개념은 존재하지.

     하지만 사신이라는 신은 실존하지 않아."

     

     그건 뭔가의 수수께끼인가?

     

     "사신은 인간족이 제창한 가공의 신이다."

     "가공의 신?"

     "그래, 앙리는 신들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지?"

     "이 세상을 창조한 빛의 신ㅡㅡ성녀신 소피아가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신과 싸우고 있고, 가호와 계시를 내려서 사람들을 인도한다고 들었어."

     "소문 정도로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들어보니 어이가 없군."

     

     어째선지 매우 불쌍하다는 표정을 짓는 레오노라.

     

     "좋아, 조금 긴 이야기가 되겠지만 마족에 전해지는 진정한 신화를 말해주마."

     

     길어질 것 같아서 테나를 불러 홍차를 더 내달라고 하였다. 온 김에 테나도 함께 듣게 하자. 나만 들으면 인간족한테 전해지는 신화와 비교할 수도 없으니.

     

     

    ◆◇◆◇◆◇◆◇◆◇◆◇◆◇◆◇◆◇◆

     

     

     "세상은 유일한 신인 창조신에 의해 만들어졌다.

     창조신은 만들어 낸 세상의 주인으로서 여러 동물을 창조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습과 닮은 인간족을 만들어냈다.

     

     테나도 여기까지는 이의가 없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인간족은 창조신의 총애를 받도 영화를 누렸지만, 곧장 그것도 끝나게 되었다.

     천적이 없는 인간족이 너무 늘어나서, 식량을 얻을 수 없게 되어서다."

     

     먹이사슬의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말인가.

     

     "창조신은 도움을 구하는 인간족들에게 식량을 줬지만, 동시에 이 사태를 우려하여 어떤 대책을 세웠다. 인간족의 천적이며 세상의 조화를 추구하는 자......마족의 창조다.

     마족은 태어난 목적에 따라 인간족과 적대하고 공격하여 수를 줄였다. 인간족보다 강한 대신 자식이 생기기 어려워서, 그렇게 마족은 인간족의 천적이 됨으로써 조화가 이루어졌다."

     "그런......"

     

     테나가 자신이 아는 신화와 큰 폭으로 다른 레오노라의 이야기에 깜짝 놀라고 있지만, 확실히 소수의 강자가 위에 서면 먹이사슬의 밸런스는 맞춰지고, 테나가 들은 인간 측의 신화보다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창조신은 자신의 행동에 괴로워했다.

     사랑하는 인간족을 번영시키기 위해 괴롭혀야만 하는......그 이율배반적인 갈등 끝에, 창조신은 자신을 셋으로 나누었다. 힘의 태반을 세상의 유지를 위해 할애하고, 남은 힘과 마음을 둘러 나눈 것이다.

     나뉜 마음은 제각각 빛의 신과 어둠의 신이 되어 관장하는 것을 둘로 나누었다ㅡㅡ창조와 파괴, 태양과 달, 낮과 밤, 인간족과 마족이라는 식으로."

     "................"

     "이것이 마족에 전해지는 신화다. 신이라고 불리는 건 빛의 신과 어둠의 신뿐이다.

     사신이라고 하는 신은 존재하지 않아."

     

     확실히, 마족의 신화가 맞다고 치면 두 신은 양쪽 모두 창조신에서 생겨난 존재로서, 선악과 정사로 나뉜 것이 아니다.

     

     "애초에 인간족이 말하는 성녀신이란, 인간족이 자기가 믿는 빛의 신의 권위를 높이려고 나중에 붙인 거다. 그리고 그를 위해 가공의 적인 사신이라는 존재를 제창하고, 빛의 신이 그것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

     "어둠의 신과 싸운다고 하면 되지 않아?"

     "아마, 어둠의 신 그 자체와 대놓고 적대할 배짱이 없었겠지."

     "그, 성녀신과 싸운다는 사신은 어둠을 관장한다고 들었는데......"

     "그래. 확실히 단언하지는 않을 뿐이고, 사신이 어둠의 신을 의식해서 생겨난 관념임은 명백하다. 그래서 마족으로선 사신이라는 말도 그걸 신앙하는 것도, 미워하는 존재가 되지."

     

     하지만, 그녀의 말에서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신앙하는 것? 가공의 신인데도?"

     "가공이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만들어낸 인간족 중에서도 소수겠지. 허구의 이야기라 해도 높은 자가 선전하면 진신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냐.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지만, 진심으로 사신을 신앙하는 인간족도 있다고 해."

     "사신에 대해서는 알았어.

     내가 만난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여기서 의논해도 억측에 불과하지."

     

     일단, 그 사신은 사신(?) 정도로 생각해두자.

     

     "빛의 신과 어둠의 신은 알았지만, 용사와 마왕은 어떤데?"

     "마왕은 마족을 통솔하기 위해 어둠의 신이 만들어낸 존재다. 그리고 마왕이 권위가 두려워진 인간족을 위해 빛의 신이 만든 것이 용사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그건 본말전도가 아닐까?

     마왕의 위세는 인간족이 너무 늘어나지 않기 위해 조정역이 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였는데, 위협을 배제하면 문제가 있을 터.

     내 의문을 눈치챘는지, 레오노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말하고 싶은 바는 알겠다.

     마왕과 마족이 쓰러지면 결국 원상태로 돌아가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창조신의 생각과 빛의 신의 행위는 모순되어있지. 어둠의 신과 분리되어서 인간족을 특별히 돌봐주는 것이 빛의 신이니까, 그런 사태가 일어나고 마는 거다."

     "과연, 그렇게 되면 마족은 용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빛의 신의 생각 따윈 아무래도 좋아. 우리들이 믿는 신은 어둠의 신이니까. 용사도 단순히 강한 적대자로 보는 것이 마족의 견해다."

     "그렇구나. 용사라고 하니, 전에 이 던전에도 왔었어."

     "뭐? 어떤 녀석이었지?"

     

     난 전에 이 던전에 침입했던 용사(웃음) 파티의 일을 레오노라한테 설명했다.

     

     "푸, 크크크.......그, 그 장치 때문에 포기해서 돌아갔단 말이지......아하하하하하!"

     "성검의 인도도 수수께끼에는 대응하지 못한 모양이더라."

     "부, 부탁이니 이 이상 웃지 말게 해줘......배, 배가 아파......괴, 괴로워.....크크크......!!!"

     

     눈물까지 흘리며 웃는 그녀의 모습에, 약간 장난기가 동했다.

     

     "너도 1시간 정도 고민했잖아."

     "푸흡!? 보, 보고 있었나!?"

     

     용사(웃음) 파티를 비웃었던 것이, 부메랑처럼 그녀한테 날아든다.

     

     "마, 말을 들어보면 그 용사는 진짜 정용사인 모양이군."

     

     아, 넘어갔다.

     

     "정용사라니 그게 뭐야?

     용사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

     "그래, 마족 측에서 붙인 분류니까 인간족은 잘 모르겠지.

     일반적으로 용사라고 부르는 자를, 마족에서는 셋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세상 사람이 빛의 신의 가호를 받은 정용사, 이세계에서 소환된 소환용사, 그리고 제멋대로 용사라고 하는 소환용사. 소환용사, 정용사, 자칭용사의 순서대로 귀찮아져."

     "순서, 틀리지 않았어?

     자칭용사가 제일 약하지 않아?"

     "그래, 제일 약하지. 강한 쪽부터 나열해도 소환용사, 정용사, 자칭용사의 순서지. 이세계에서 소환된 것은 강력한 스킬을 가질 확률이 높아서 정용사보다 강한 자가 많다."

     "그럼 왜 자칭 용사가 제일 귀찮은데?"

     "약한 주제에 계속 끊임없이 생겨나니까. 거기다 불량배와 별 차이가 없는 자가 많아서, 도적과 다름없지.

     마족들 사이에선 최우선의 정벌 대상이다."

     "그렇구나, 그럼 소환용사가 제일 대하기 쉬운 것은?"

     "강한 스킬을 갖고 있어서 싸움은 강하지만, 원래 이 세상의 주민이 아니라서, 싸울 이유가 빈약하다. 허점을 찌르거나 회유책으로 회피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왕이 여성이거나 여성 가족이 있으면 8할 이상의 확률로 끌어들일 수 있는 통계도 있다."

     

     ......그건 심하네.

     뭐 하지만, 갑자기 데려와놓고서 세상과 사람들을 위해 싸우라고 듣고 납득하는 쪽이 소수파인가.

     

     

    ◆◇◆◇◆◇◆◇◆◇◆◇◆◇◆◇◆◇◆

     

     

     "그런데, 하나 부탁이 있어."

     "음? 뭐지?"

     "나랑 테나한테 흑마법을 가르쳐줘."

     "가르쳐주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흑마법은 마족의 전용마법이라고.

     너희들은 일단은 인간족 맞지?"

     

     쓸데없는 배려다.

     

     "괜찮아, 스킬은 있어."

     "뭐? 아하, 그것도 [사신]한테 부여받은 스킬인가.

     그럼 상관없지."

     

     좋아, 강사 get.

     이걸로 나도 마법소녀 데뷔, 사신소녀 테러블 앙리의 시작......은 아니지.

     

     마법을 쓸 기회는 그다지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차할 때를 위해 호신용으로 배워둬서 손해는 아닐 것이다. 어느 쪽이 급하냐고 하면, 나보다는 마을로 나가는 테나 쪽의 필요성이 높겠지만.

     

     

     

     그리고, 3시간 후에 레오노라가 무릎을 양팔로 감싸며 아련한 눈을 하게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테, 테나한테도 져버렸다......"

     "저기, 죄송합니다?"

     "신경 쓰지 마."

     

     제자는 스승을 뛰어넘는 법이라고. 뭐, 이기는 것은 마법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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