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94 선과 악
    2021년 09월 25일 15시 16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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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530cy/401/

     

     

     

     우리들이 다음 방으로 나아가보니ㅡㅡ그곳은 한 줄기의 길고 긴 복도였습니다.

     안쪽으로 향하니, 그에 맞추어 횃불(모양의 전등)이 켜집니다.

     주변은 너무 어둡지 않고, 밝지도 않았습니다. 조명의 방식 때문인지, 영화 속의 등장인물이 된 것 같은 두근거리는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복도를 조금 나아갈 무렵이었을까요.

     기분을 띄워주는 듯한 BGM과 함께, 복도 전체에 울려퍼지는 방송이 들려왔습니다.

     

     

     [나와 피터 팬은, 애초에 친구였다.

     하지만 어느 날, 피터 녀석이 어른이 된 동료들을 추방하게 되고 나서...... 어른들의 거주지를 만들려면 내가 녀석의 무리에서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그 후부터였다. 나와 녀석이 서로 미워하는 관계가 된 것은......]

     

     [그 귀여운 공주님한테는 아무런 원한도 없었다.

     나빴던 것은 날 따돌림한 마녀들이였어!

     이유? 농담이 맨날 음침해서 파티의 흥이 깨진다지 뭐야!

     그래서 난 저주를 걸었지. 백 년 동안 잠든 숲속에서, 계속 흥겨워지지 않는 파티를 이어나가기 위해!]

     

     [제 1 왕자는 댄스 파티로 무르익은 텐션으로 결혼상대를 고르는 말도 안 되는 녀석이야. 어차피 이 나라에 미래는 없어.

     난 그냥, 내 가족을 지키고 싶었을 뿐. 피붙이들을 말이지.

     신데렐라? 물론 믿지 않아. 그보다 그 녀석, 조금도 귀엽지 않았어. 그 소녀의 눈 속에는 강렬한 증오와 복수심이 들끓고 있었으니까.

     그 예상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지. 너도 눈알이 파인 내 딸들을 보았겠지?]

     

     [뭐가 위험하냐면, 그 왕자라고.

     그 녀석, 백설공주의 시체를 보고는 부르는 대로 사들이겠다고 말했다고. "아름다우니까." 라면서.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냐? 사들여서 어쩔려고? 방 안에 장식해? 그 사이에 썩어버릴 거라고? 무서워라.

     그리고 딱히 상관없지만 백설공주 녀석, 난쟁이들이 몇 번이나 충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수상한 노파한테서 받은 사과를 먹다니, 머리 괜찮아?

     지금 생각해보면 어울리는 커플이네. 바보녀와 시체애호가 왕자님이라고.]

     

     [내가 빨간모자......라기보다, 그녀의 부모한테 말하고 싶은 건 딱 하나라고.

     식인 늑대가 나오는 위험한 장소에, 아이 혼자 보내지 말라고.

     그보다 애초에, 할머니만 그런 위험한 곳에 살게 하다니. 만의 하나의 일이 벌어지면 어쩌려고? 조금만 넘어져도 맞은 곳이 나쁘면 죽을 나이라고?

     앙? 어쩌면 그거냐? 일부러 그런 장소에 살게 해서 죽는 걸 기다렸던 거냐? 식구를 줄일 셈이었던 거냐?

     그럼 미안하게 됐구만. 내가 실패한 탓에 너희들의 계획이 실패해서 말야.]

     

     [동쪽 마녀는 내 여동생이었다. 단 하나의 여동생.

     그런데도 그 도로시라는 이세계인.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여동생을 다짜고짜 죽여버리다니. 너무하잖아.

     그걸로 이야기가 끝났나 생각했더니, 이번엔 에메랄드 시티의 사기꾼한테 속아서 날 죽이러 와버렸어.

     그보다, "집에 돌아가고 싶으면 그 녀석을 죽이고 와." 라고 들으면 보통 오케이라고 대답할까? 그 애, 원래 세계에서는 살인청부업자라도 돼?

     무식하게 힘만 가지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 정말]

     

     

     우리들은, 어떤 종류의 세뇌처럼 울려퍼지는 디즈냐 빌런들의 원망소리를 들으면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츠즈리 씨도 나나미 씨도 묵묵히 다리를 움직일 뿐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두 사람, 애초에 그다지 접점이 없는 관계였네요.

     

     다, 답답해. 

     

     그 침묵을 깬 사람은 나나미 씨였습니다.

     그녀는 항상 쓰고 있던 《하이텐션》을 꺼놓은 모양인지, 약간 다운된 느낌으로,

     

     "아무래도.......꽤 성가신 테마의 어트렉션인데."

     "그렇네요. 하지만 전 이런 거 싫지는 않은데요."

     "난 싫을지도. 이런 것은 더 단순한 이야기가 좋아. 나쁜 녀석이 있으니 모두 함께 물리치자! 같은 거."

     "뭐, 그건 그래요."

     

     여기를 걷고 있자,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이 어트렉션의 제작자, 아마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이었겠죠.

     

     "뭐 하지만, 이것도 세상인지도 모르겠네요. 실제로 소년만화에 나오는 것 같은 '사악'과 맞닥뜨리는 편이 확률적으로는 레어하니까요."

     "그런가아."

     "라이카 씨도, 마이 씨 같은 지지자가 있으니까요. 그건 그녀의 방식에도 어떤 종류의 정의가 있다는 뜻이겠죠."

     "그야 뭐......."

     

     저는 약간 탄식하고는,

     

     "저기 나나미 씨. 만일 이후에 절 배신할 셈이라면, 지금 자백해줬으면 좋겠는데요."

     ".......어라. 나, 의심받고 있어?"

     "아뇨. 단지, 방금 전의 마이 씨를 보고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생각하지 않아."

     

     나나미 씨는 슬픈 듯 고개를 숙이며,

     

     "다만......확실히, 지금 생활에 미련은 있어.......난 애초에 선민사상같은 생각은 싫지 않았으니."

     "예, 전에 마이 씨한테서 그렇게 들었어요."

     "하지만 내가 '선택하는' 사람은, 조금 더 범위가 넓을 뿐. 역시 난 네가 맞다고 생각해. 이렇게 좁고 답답한 커뮤니티의 멤버들한테만 《소울 레플리케이터》를 쓰게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되었어."

     "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기분이 놀라울 정도로 가벼워졌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대단해, 친구란.

     자신이 망설이고 있을 때, 이렇게나 용기를 가져다 주니까요.

     

     복도를 전부 지나치자, 그 앞의 방에는 성검 엑스칼리버처럼 좌대에 꽂힌 양날검이 한 자루.

     '빛의 검'이라고 지어진 그것은 모조품 치고는 놀랄 정도로 디자인이 세련되어서, 보는 사람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뭐ㅡㅡ물론 제게 있어서의 제일은, 할아버지의 유품인 칼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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