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94 기억의 행방
    2021년 09월 15일 02시 44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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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530cy/300/

     

     

     

     "결국은 이 일전으로 결판이 난다.......라."

     

     '도박사' 씨가 중얼거립니다.

     그리고 최종결전의 도화선은,

     

     "그럼ㅡㅡ해볼까."

     

     라는, 그녀의 독백같은 말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전설의 검과 전설의 뚫어뻥이 십자로 교차합니다.

     아무래도 두 돼지는 지금 거의 호각지세인 모양.

     

     "........윽. 뚫어뻥 주제에........"

     "우후후후후."

     

     여기에 와서, 여태까지 쌓아올린 괴롭힘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조종하는 노란돼지는, 리더다운 행동을 취할수록 행복도가 올라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저의 붉은돼지는 발목을 잡으면 잡을 수록 음침한 희열을 쌓아둡니다.

     속성에 차이는 있지만, 서로의 힘은 지금 완전히 비등합니다.

     

     ㅡㅡ잘 들어. 한 달 전에는 벌레도 못잡던 내가, 예전에 반했던 남자를 태연히 찔렀다고.

     ㅡㅡ'신' 의 장난감은 내가 아냐. 너희들이라고.

     ㅡㅡ내가 이 장소를 '올바른 삶의 모임' 이라고 부르는데는 이유가 있어. 언젠가 서로 이해할 날이 올 거라 믿고 있으니까.

     

     저의 머릿속에, 언제 들었는지 모를 누군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머릿속을 뒤흔드는 감각에 놀라고 있자, 문득 '도박사' 씨가 이런 말을 시작했습니다.

     

     "여기, 조금 편집할 생각인데ㅡㅡ하나만 확인해도 될까."

     "뭔데요?"

     "승부를 내기 전에 하나 확인하고 싶은데. 눈치챘어? 이몸은 계속 이 [폭스맨즈 퀘스트] 의 제작자의 이름을 숨겨둔 사실을."

     "예에 뭐."

     "그래서.......니는 기억하고 있어?"

     "예?"

     "이 게임을 만든 남자의 이름을."

     "그건......."

     

     ㅡㅡ하지만 아쉽게도, 난 싸움이 장기가 아니라서 말야.......그러니 나와의 승부는 이걸 써서 하자.

     ㅡㅡ축하해, 이계의 모험가들. 너희들이 기념할만한 첫 클리어를 했다.

     

     ......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저는 태연한 표정으로,

     

     "기억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아키바의 '왕'. 나카미치 에니시 씨잖아요."

     ".........음."

     

     도박사 씨는 약간 의외로운 표정을 짓습니다.

     

     "그래. 기억하고 있나."

     "물론이죠. 잊었을 리가 없잖아요."

     "그렇지ㅡㅡ이몸들의 그 시간이, 그렇게 간단히 잊혀질 리 없지."

     "예."

     

     대답을 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약간 두근거렸습니다.

     아직 기억이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니까요.

     

     "그럼 물론, '그 일' 도 잊지 않았겠지?"

     "음?"

     "이몸들은ㅡㅡ'던전' 에서 계속 둘만 있었다. 때로는 골드를 아끼려고 같은 방에서 잤던 일도 있었고."

     "예 뭐."

     "그건ㅡㅡ언제였을까. 서로의 손과 손이 가끔 겹치던 적이 있었는데. 니는 이몸의 손을 꼬옥 잡았었지."

     "...............예?"

     "그 순간까지, 이몸도 눈치채지 못했다......남자든 여자든......그리고 체형도. 서로를 사랑하는데 그런 장벽은 사소한 것이라고 말야."

     "자, 자, 자, 잠깐만요?"

     

     동시에, 부르르르르하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떨립니다.

     제가 조작하는 붉은돼지가,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무슨 말씀이신지.......그런 바보같은 일이 일어날 리가 없잖아요."

     "이몸이 거짓말을 한다는 거냐?"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라 해도, 동성한테 손을 댈 리가......

     

     "놀란 모양이네."

     "........아, 아뇨. 제 기억으로는 그......뭔가 달랐던 같은......"

     "그야 그렇지. 왜냐면 이몸, 거짓말했으니까."

     "ㅡㅡ예?"

     

     제가 눈을 휘둥그레하며 도박사 씨를 바라본.......그 다음 순간이었습니다.

     노란돼지가 가진 전설의 검이, 저의 붉은돼지를 관통한 것은.

     

     "앗......."

     

     붉은돼지의 남은 체력을 나타나는 게이지가 3분의 2정도 깎여나갑니다.

     저는 멋지게 도박사 씨의 장외전술에 말려들었던 것입니다.

     

     "당신 방금, [여기선 자른다] 고 했으면서........!"

     

     그러자 도박사 씨의 사악한 너털웃음이 스튜디오 안에 울려퍼집니다.

     

     "인기를 얻는 비결은ㅡㅡ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지막에는 이기는 거라고!"

     

     아뿔싸.

     이 사람, 그런 사람이었다.

     

     저는 내리치는 '전설의 검'을 가만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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