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78 새끼손가락
    2021년 09월 12일 21시 47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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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530cy/284/

     

     

     

     [그럼, 오늘도 기운차게 가보자! 쿠드랴프카의 일간 투고영상 랭킹이다!]

     

    하루에 한번은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목소리를 들으면서, 로봇은 조용히 걸어갔다.

    두 사람은 MC의 방송이 끝나기 전에 일을 끝내려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의 어트랙션 내부로 들어가서ㅡㅡ되도록 인형의 배치가 많은 어두운 지역에 로봇을 눕혔다. 관리실에 있던 먼지투성이의 비닐시트를 씌운 다음에야 두 사람은 한숨 쉴 수 있었다.

     

     "이걸로 일단 안심이네."

     "응."

     

     트럼프 인형들에 둘러싸인 암흑 속에서, 두 사람은 등을 맞대며 주저앉았다.

     시간을 보니, 시간은 대략 6시 조금 전.

     이제부터 샤워를 해서 피냄새를 지운 다음, 동료와 합류한다.

     모두에게는 일단 라이카의 보물이 있는 장소를 전해두자.

     그 정보를 녀석들이 어떻게 쓸지는 자유다.

     

     휴, 하고 작게 한숨을 쉰다.

     

     결과로 말하자면, 이번의 탐색은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10분 남짓 정도?

     당분간 말이 없었다. 기분좋은 침묵의 시간이다.

     서로 이번의 모험을 되새기고 있는 것이다.

     

     먼저 입을 연 자는, 미즈타니 루이였다.

     

     "다시 말하지만ㅡㅡ덕분에 살았어."

     "응."

     "언니가 없었다면, 난 분명 제대로 못했을 거야."

     "알고 있어."

     

     거기서 미코토는, 이 소녀가 주머니에 넣었던 그 종이를 떠올리고는,

     

     "넌 뭘 훔쳤어?"

     "아, 그건ㅡㅡ"

     

     루이는 주머니 안의 것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아무런 특징도 없는, 단순한 노트의 한 페이지로만 보였다.

     그거는 그걸 가만히 들여다보며......잠시 고민한 뒤에,

     

     "으음........증명이 어려운 사상이나 존재를 일시적으로 존재시키기 위한 아이템......이라는 설명을 하면 알아들어?"

     "뭐야 그건. 전혀 모르겠어."

     "그렇지? 라이카도 사용법을 잘 몰라서 그런 곳에 내버려뒀을 거야."

     

     아즈키 미코토는 생각했다. 이 녀석, 지식은 있지만 감정은 꼬마 그대로라고.

     그래서 필요 없는 것까지 나불대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ㅡㅡ누구를 죽일 건데?"

     "뭐?"

     "넌 그걸 써서 누구를 죽일 건데?"

     "이건 딱히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게.......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

     

     등쪽에서 숨을 멈추는 느낌이 전해져온다.

     

     "왜냐면 너, 우리들의 적이잖아?"

     "..................."

     "뭔가 여러가지로 이상한 면도 있었고ㅡㅡ그리고 방금 로봇에 탔을 때, 보였어. 네가 누구인지."

     

     루이의 스테이터스에는, 이런 표시가 있었다.

     

     '기인' 이라고.

     

     다시 침묵이 생겨났다.

     이번의 침묵은, 조금 전에 비해서 무겁고 침통하다.

     루이는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죽을 것 처럼,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그걸 눈치챘으면서, 왜......?"

     

     언제든 자신을 처리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구."

     "어쩌다 보니?"

     

     애초에 미코토는 이것저것 윤리적으로 생각해서 행동하는 자가 아니다. 그것이 이 소녀와 그녀의 동료들의 큰 차이였다.

     

     "그냥ㅡㅡ왠지 모르게,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엥."

     "적이어도 친구라면, 심한 짓은 안 하잖아. 틀려?"

     "그......."

     

     루이는 그 말을 다시 집어넣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래. 난 네 친구니까, 결코 해치지 않아] 라는 거야?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면, 넌 그걸 믿을 거야?"

     "응."

     "그럼, 진짜 바보잖아."

     "왜?"

     "그야,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사실은 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감사해하지도 않고, 헤어질 때 갑자기 손톱으로 할퀼지도......."

     "너 정도로는, 백만번을 그래 봤자 나한테 이길 수 없어."

     

     루이는 잠시 "크으." 하며 분해하고는,

     

     "그, 그래도......."

     "잘 들어. 그럼 이렇게 하자. 이건 우리들만의 약속이야. 만일 서로가 갈 곳이 없어졌을 때, 우리들은 우리들만의 아군이 되는 거야."

     "우리들만의.......?"

     "응. 이 부근에 있는 것들은 모두 미치광이야. 나도 미치광이. 너도 미치광이. 그래서 잘 해나가야만 해."

     

     그것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 등장하는 체셔 고양이의 대사를 인용한 것이라고 눈치채지 못한 채, 미코토는 중얼거렸다. 세상에는 이런 식의 무의미한 기적이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어차피 너, 조만간 동료한테 버려질 테니까. 도움이 안 된다면서."

     "확실히 말하지 마.......부정하지는 않지만."

     "나도 지금 있는 장소에서 언제 버림받을지 몰라. 그래서 그렇게 되었을 때를 위해서, 우리들은 진정한 동료가 된다. 어때."

     "진정한........?"

     

     루이는 시선을 돌렸다.

     같은 나이의 소년소녀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지성을 가진 그녀가, 이 어리석고 냉혹한 소녀의 말에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언제 동료를 배신해도 좋도록, 몰래 준비해 놓아라......?"

     "그래, 그거."

     

     미코토는 이제야 뜻이 전해졌다고 만족하면서 싱긋 웃었다.

     

     "어차피 이 세상에 괴물이 사라지게 되면, 분명 '플레이어' 들은 인간을 괴롭히기 시작할 거야. 만일 그렇게 되면 로봇을 써서 그 녀석들을 모두 죽이고 다니자. 그 때를 위해서 동료가 필요한 거야."

     

     그 표정에는, 이제는 인간이 아니게 된 루이조차도 약간 서늘한 것을 느끼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나, 사람을 죽이는 거 도와줬어."

     "응."

     "그 뒤에, 그 사람의 심장을 먹었어."

     "응."

     "그래서 인간으로 가장하고 있는 거지만."

     "응."

     "내 진짜 얼굴은, 더 기분 나쁘고......마치 죽은 사람같아."

     "응."

     "손톱도 뾰족하고. 왠지 까무잡잡하고."

     "응."

     "어깨와 허벅지의 상처를 봐. 총에 맞았어. 이젠 두 번 다시 낫지 않아."

     "응."

     "그리고 내 동료들은 모두 진짜 무서운 얼굴이야."

     "응."

     "나, 네 믿음에 응해줄 수 없을지도 몰라."

     "응."

     

     미코토는 거기서 한박자 뜸을 들이고는,

     

     "전부 괜찮아."

     

     슬쩍 새끼손가락을 들이밀었다.

     

     "그러니, 손가락 걸자."

     

     그것이ㅡㅡ가족을 전부 잃은 소녀에게 정말 매력적인 제안이었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암흑 속에서, 두 소녀는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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